풍요속의 빈곤 : 마리아 엘레나, 샤프트

1996년에 발표된 노래 한 곡 김부용 “풍요속의 빈곤”이란 노래가 있다. 당시 꽤 히트한 노래였고 김부용은 사실 이 한 곡으로 기억되는 원히트원더로 기억된다. 심지어 맘보걸이라고 해서 김부용 옆에서 같이 춤을 췄던 맘보걸 이선정과 서유정조차 연예계에 데뷔할 만큼 얼굴을 알리고 큰 이슈였다. 하지만 김부용은 후속곡이 없었다. 그럼에도 적어도 이 노래 한 곡으로 기억되며 <불타는 청춘>이란 예능으로 왕년의 스타로 출연하기도 했었다.

아비정전과 맘보춤 : Maria Elena

그런데 당시 이 노래 “풍요속의 빈곤”의 히트에는 영화 아비정전이 있었다.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에서 보여준 장국영의 런닝셔츠 팬티바람에 추는 맘보춤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거기에 쓰인 음악은 자비에 쿠거 오케스트라 Xavier Cugat Orchestar의 “Maria Elena”라는 곡이었다. 이곡의 주멜로디를 끌어와 썼고 1996년 김부용을 스타덤에 안착시켰다. 

Maria Elena 이 노래는 12대 멕시코 폴데스 힐의 영부인 마리아 엘레나에게 헌정된 노래였다. 멕시코 출신 로렌조 바세 라타(Lorenzo Barcelata)가 작곡한 연주곡이었는데 이 곡을 자비에 쿠거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버전이 영화 ‘아비정전’에 쓰였다. 이 노래는 1945년 지미 달시 오케스트라(Jimmy Dorsey Orchestra)가 리메이크해서 전세계에 알려진 곡이었다. 브라질 기타 듀오 1963년에는 로스 인디오스 타바자라스(Los Indios tabajaras)가 조금은 나른한 느낌의 기타연주로 다시 한 번 히트한 바 있다. 

풍요속의 빈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풍요 속의 빈곤’은 맘보 노래는 아니다. “Maria Elena”를 도입부에 끌고 들어와 귀를 잡아끌고 맘보의 외형을 차용한 댄스곡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인상적인 테마 주제를 샘플링해서 쓰는데 그 곡이 바로 아이작 헤이즈(Isaac Hayes)의 “Shaft”의 핵심포인트 테마로 맘보리듬에서 댄스리듬으로 급전환을 시도한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건 일본 그룹 체커즈의 노래 “짐과 제인의 전설”이란 곡을 표절했다.

한마디로 3곡이 이 노래에 녹아있다. “Maria Elena”,“Shaft”,“짐과 제인의 전설”을 짬뽕시킨 모두 베껴서 만든 노래였다. 노래제목처럼 “풍요속의 빈곤”은 어쩌면 음악적으로 풍요한 척 보이지만 창작력의 빈곤을 비꼬듯 노래제목처럼 된 것 같아 씁쓸한 곡으로 남아있다. 

Isaac Hayes – Theme From Shaft

“Theme From Shaft”는 1971년 아이작 헤이즈(Isaac Hayes)가 작곡하고 녹음한 영화 OST다. MGM 영화사에서 발표한 흑인범죄 액션 스릴러 영화로 샤프트(Shaft)는 극중 탐정의 이름인데 이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2000년 속편도 제작됐었다. 속편은 흥행에 실패한다. 

시대를 초월한 매력을 지닌 특정 노래들이 있다. 세대와 장르의 경계를 초월한 종류의 음악들인데 바로 소울 음악의 전설 아이작 헤이즈(Isaac Hayes)의 상징적인 곡이 바로 샤프트테마곡이다. 하이햇 심벌의 연타로 출발하는 곡은 부드러운 베이스라인과 와와 기타패달을 효과적으로 장착된 펑키한 기타리프, 부드러운 보컬은 이 노래를 70년대의 흑인음악의 클래식으로 만들었다.

007테마곡이나 미션임파서블의 테마곡에 비견될 만큼 견고하고 귀에 쏙쏙 박히는 테마곡이다. 재미있는 것이 이 노래는 몇 안 되는 빌보드 1위에 오른 노래 중에 아카데미 최우수 사운드트랙상을 수상한 곡이기도 하고, 흑인음악가가 아카데미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이기도 했다. 물론 그래미에서도 상을 두 개나 받았다. 

실제로 제작될 당시의 영상을 보면 호른, 현악, 타악기 등이 어우러진 편곡이 테마곡에 힘과 웅장함을 선사했다. 이 노래의 성공은 흑인 음악인들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다는 그 자체로 주류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닦았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 또, 이 테마가 전해주는 연주들은 후에 디스코 음악에 큰 영향을 준 곡이고 디스코음악의 뿌리정도 되겠다. 어떤 이들은 최초의 디스코음악이 바로 샤프트테마곡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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