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버(Hoover) Vinyl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정체불명의 가수와 앨범이 있다. 어디 정보를 찾아봐도 알 길이 없던 앨범이다. 인터넷 시대가 되어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유튜브 시대가 되어 레코드사가 음악을 공유해서 올려놓은 것이 전부다. 그나마 들어 볼 수 있어 다행이지만 자세한 정보는 알 길이 없었는데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후버(Hoover)라는 가수의 팬 페이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한동안 LP장에 꽂혀있던 후버(Hoover) Vinyl 들었다.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반 반짝 활동했던 싱어송라이터 Hoover Vinyl 이야기.

윌리스 데이비드 후버(Willis David Hoover)는 미주리주 잭슨 카운티에서 태어나 아이오와주 라모니와 셰넌도어에서 자랐다. 10대 시절 이미 커피하우스에서 노래를 부를 정도로 포크 가수로 재능을 보였고 1960년대 내쉬빌로 이주하여 전문 작곡가가 됐다. 후버(Hoover)가 작곡한 노래는 티나 터너(Tina Turner), 에디 아놀드(Eddy Arnold)와 언더그라운드 컨트리 싱어들이 녹음을 했었다. 사실 그리 많이 알려진 곡들은 없다.

후버(Hoover)의 가장 유명한 노래는 1971년 영화 “…tick…tick…tick… “의 주제곡을 작곡했는데 이 노래를 톰폴 글래저(Tompall Glaser), 웨일런 제닝스(Waylon Jennings)가 불러서 히트한 것이 전부다. 정확한 제목은 “Tick Tick Tick (Set Yourself Free)”다. 이 노래 작곡가로 미국 작곡-작사-출판인협회(ASCAP)가 주는 상을 받은 것이 전부다.

Hoover Vinyl 을 턴테이블에 올린 모습이다.

후버(Hoover)는 일생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는데 이마저도 활동 당시 딱 한 장의 앨범을 남긴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LP Vinyl 앨범과 또 한 장은 은퇴 이후 판권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30년 뒤인 CD 시대에 뒤늦게 앨범이 발표됐다.

첫 번째 앨범은 1969년에 이름 윌리스와 미들네임 데이비드를 떼어버리고 아주 간단명료한 성 후버(Hoover)로 묘비석 앞에서 찍은 사진의 앨범 한 장을 발표한다. 이 앨범이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 그나마 알려져 있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완성도도 높고 사이키델릭 포크성향도 느껴지고 괜찮은 노래들이 많은데 영화주제곡 Tick Tick Tick을 본인이 부른 버전이 수록되어 있고, 포크성향의 감성적인 노래 “Leave That For Memories”가 귀에 쏙 들어온다.

그리고 독일어 제목이 붙어있는 “Kommst Du Doch Mit Mir (Come With Me)”를 앨범에서 제일 좋아했었다. 쿵짝쿵짝 기타반주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듯 부르는데, 중간에 등장하는 여성 코러스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화음이 멋지다. 듣기 편한 취향 저격의 음악이었다.

후버(Hoover) Elektra 레코드와 계약을 맺었고 1970년대 초반인 71년부터 72년까지 여러 곡을 녹음해 놓았지만, 당시 분위기나 여건이 좋지 않았는지 앨범 발매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 앨범은 30년이나 지난 한참 뒤인 2003년에 CD로 발매됐었다. 판매량이나 이런 건 전혀 알 길이 없다.

활동 당시 Epic에서 발표한 한 장의 앨범이 전부이고 두 번째 앨범이 무산되자 바로 음악계에서 은퇴한다. 그 뒤로는 작가가 되어 집필 활동을 하며 몇 권을 책을 발간했다. 사실 여전히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미스테리한 싱어송라이터가 바로 후버(Hoover)다.

인터넷 이전에는 전혀 알 수 없는 Hoover Vinyl 앨범 정보를 50년이 지난 현재 찾아서 듣게 되고 예전에 잠깐 좋아서 듣다가 정보도 몰라 LP장에 꽂혀 있던 앨범을 다시 끄집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50년 전 딱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하고 사라졌던 가수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영화 <Searching For Sugarman>이 언제든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팬페이지를 보니까 윌리 넬슨과도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