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하반기 내 자동차 플레이리스트에 제일 길게 올라와 있던 노래가 두 곡 있다. 250의 ‘춤을 추어요’,‘휘날레’라는 곡이다. SNS 추천으로 알게 된 250 노래 중에서 꽂힌 노래가 바로 이 두 곡인데 CD로 구매하고 싶어도 이미 품절되어 구매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2023년 초 쯤에 LP한정판으로 예약 판매를 한다고 해서 예약 구매를 해 놓은 상태였다. 한동안 잊고 있을 때 즈음 문자가 하나 도착했는데 제작이 완료되어 발송하겠다는 문자였고, 며칠 전 수령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음질에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게 제작됐다.
최고의 2022년을 보낸 250
2022년 대중음악씬 최고의 한해를 보낸 음악인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250이라고 하겠다. 개인 앨범인 “뽕”도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작곡과 프로듀싱한 뉴진스 노래들도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을 기록하며 2022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그 결과로 2022년에 활동을 기반으로 한국의 그래미시상식 같은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자신의 솔로앨범 “뽕”으로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음반,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트랙으로 250 이름으로 4관왕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어서 뉴진스 앨범으로 2관왕 수상하며 총 6관왕을 수상한 역대급 기록을 달성했다. 이런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결과였다. 여러 차례 수상 소감하러 올라온 250 본인도 쑥스러운지 올라올 때 마다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250은 누구?
이태원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DJ이자 프로듀서가 250이다. 기본적으로 힙합비트를 만들어 내는 DJ와 프로듀싱을 담당해 왔었고 표기는 숫자로 250 이백오십이 아니고 이오공으로 읽는다. 래퍼 이센스와 김심야의 합합 트랙들을 프로듀싱하면서 힙합씬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F(X)의 노래 2곡을 리믹스해 공개하면서 DJ로의 역량까지 알려지게 된다. 뉴진스와의 접점은 2016년 SM 보아노래 리믹스를 담당하면서 당시 SM 크리에이터 민희진과의 만남으로 추측된다. 민희진은 이후 뉴진스 ADOR 대표로 뉴진스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 외에도 ITZY, NCT 127 등 Kpop 트랙들을 작곡프로듀싱하면서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며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올렸다.
250 뽕 SNS에서 추천받다
2022년 3월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글 하나를 발견했다. 굉장히 느끼한 모습에 옆모습에 포마드 기름을 바른 한 남자가 45도 각도로 무엇인가를 응시하는 쟈켓이었다. 딱 봐도 절대 땡기지 않는 모습의 쟈켓이었고 처음에는 무관심하게 흘러 보냈다. 그런데 SNS 상에 이 앨범 추천 글이 몇 개 더 올라왔다. 도대체 뭔데? 순전히 궁금해서 유튜브에서 이 앨범을 찾아서 들어봤는데, 1980년대에 나온 것 같은 뽕짝 앨범이었다.
250 뽕 추천곡
<Bang Bus>
타이틀곡 “Bang Bus”라는 곡을 들었는데 굉장히 경박스러운 리듬에 뽕짝뽕짝 소스들이 마구 쏟아져 튀어나왔다. 전통트로트와는 결이 많이 다른 말 그대로 고속도로 뽕짝앨범인데, 묘하게 생소하고 이질감이 큰 느낌인데, 사운드는 고퀄리티가 살짝살짝 묻어나는 곡이었다. 신바람 이박사의 버전업 된 느낌인데 곡의 가사가 나오지 않고 말그대 연주곡이었다. 첫 느낌 ‘이건 뭐지?’ 생각도 못하다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고속도로 뽕짝믹스테이프를 고급지게 만든 느낌이었다. 제작된 뮤직비디오는 한술더떠 백현진이 팬티바람으로 질주하는 충격적인 뮤직비디오다. 꼭 보길 권한다.
<춤을 추어요>
다른 곡은 어떨까 이 사람 정체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250 이름도 특이하고 첫 곡도 특이했다. 두 번째 곡은 “250-춤을 추어요”였는데 중후한 노년 남자가수가 장은아의 춤을 추어요를 부르는데, 가수의 내공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고급진 반주사운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알던 춤을 추어요가 고급진 느낌으로 재탄생되어 있었다. 우선 반주사운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Chris De Burgh – The Lady In Red 라는 곡의 첫 도입부의 그 사운드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넥스트의 인형의 기사의 도입부 드럼샘플링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등장한 보컬은 세월의 연륜이 목소리에서 그대로 묻어나는 노신사가 노래를 하는데, 이걸 듣고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보컬을 구한거지? 노래하는 이 양반이 너무 궁금하다. 찾아보니 나운도 선생님이란다.
나운도? 나훈아와 설운도의 이미테이션 가수 같은 이 예명은 뭐지? 너무나 궁금했다. 트로트가수이자 오르간 독주자로 ‘고속도로 황태자’라는 별명이 있는 분이란다. 지루박, 전자올갠 디스코, 민요 디스코, 전자올갠 트로트, 전자올갠 무도장 등등 이런 시리즈의 앨범들을 무수히 발표했던 인물이다. 250은 나운도를 찾아서 대구에 있는 콜라텍을 직접 방문해서 장은아의 춤을 추어요를 현장에서 즉석 신청해서 듣고 바로 녹음해서 앨범에 실을 계획을 한다. 그리고 예전부터 기타리스트 이중산을 꼭 모셔서 일렉기타연주를 꼭 넣어보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긴다. 이런 과정은 250의 미니다큐멘터리 <뽕을 찾아서> 유튜브를 보면 이 곡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그 과정이 자세하게 나온다. 그런데 아쉽게 정규 앨범에는 이 노래가 수록되지 못했다. 유튜브에서만 감상가능한데 On Stage 버전을 추천한다.
<휘날레>
휘날레, 이 앨범에서 가장 특이하고 이색적인 트랙이다. 아기공룡 둘리의 주제곡을 부른 오승원을 초빙해서 이 노래를 맡겼는데 결과적으로 충격과 비현실적인 트랙이 만들어졌다. 앨범전체로 봤을 때도 뽕이란 타이틀답지 않는 노래가 바로 이 노래고 이박사의 영향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뽕을 찾아 떠난 여행의 마지막 여정이 휘날레다. 아기공룡둘리 주제곡의 목소리로 만들어 낸 뽕끼 넘치는 트랙이라니, 동심파괴의 느낌이지만, 흐르는 노래는 아련하다 못해 몽글몽글 추억이 피어오르는 서정적인 가사가 백미다. 정말 뽕을 찾아 해맨 긴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엔딩곡이다.
<모든 것이 꿈이었네>
뽕을 찾기 위한 여정 중에서 250은 필연적으로 신바람 이박사라는 벽을 만나게 됐다고 회상했었다. 의식적으로 이박사의 느낌을 지우고 싶었다고 이야기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자신의 모습까지도 왜 그래야하지? 하는 의문부호를 남겼다. 이박사의 키보디스트로 알려진 작곡가 김수일이 작사와 작곡, 가창에 참여한 곡이 하나 있는데 이 노래가 “모든 것이 꿈이었네” 250이 김수일을 직접 찾아가 자택에서 그냥 한번 불러봐 달라고 부탁해서 그걸 그대로 마이크로 녹음한 소스를 가져와 믹싱해서 앨범에 실었다. 곡의 분위기와 가사가 묘한 심상을 지닌 곡인데 꾸밈없는 목소리가 그 어떤 절창보다 더 마음에 와 닿았다. 가사는 오랜 세월을 묵묵하게 살아간 분의 회환과 아쉬움이 그대로 담겨있다. 어쩌면 250이 찾던 뽕에 가장 근접한 곡이 바로 이 트랙은 아닐까?
2017년부터 뽕을 찾아 떠난 긴 여정을 유튜브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영상이 있다. 하나하나 살펴봤는데, 뽕에 대해 진심이 그대로 전달되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됐다. 250은 왜 이런 작업을 했을까? 이 작은 호기심에 유튜브를 꼼꼼하게 챙겨보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납득이 되고 수긍이 가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동안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하지만 우리 삶에 몇 번쯤은 어디선가 만나게 되는 음악이지만 제대로 평가된 적도 별로 없어 보이는 이 음악을 250은 진심을 담아 찾아냈고 자신의 솔로앨범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250은 뽕의 본질을 찾기 위해 동묘 악기 상가부터 전국의 각종 공연장을 헤매고 다녔고, 뽕짝 댄스 교실을 찾아서 교습까지 받는다. ‘뽕을 찾아서’ 꼭 한 번 정주행을 권한다.
처음에는 오프닝타이틀영상부터 피식 웃음이 나고 거친 화면 톤과 노이즈는 로파이처럼 핸드폰으로 막 찍은 것 같지만 그 속에서 한명의 뮤지션의 7년에 걸친 투지와 집요함이 엿보인다. 아마도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한 시절의 정서를 끌어와 뽕의 역사를 되찾는 긴 여정이 담겨있다.
250의 이름을 뉴진스에서 발견하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뉴진스의 “Ditto”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아저씨가 다 늙어 여자아이돌 음악에 꽂히다니, 어디 가서 얘기도 못하고 뉴진스 노래들을 찾아들었다. 확실히 여자 아이돌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언제부턴가 아이돌 노래들은 가사가 귀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멀리했었던 것 같다. 물론 나이 때문이기도 하고, 감흥이 별로 없었다. 리듬과 비트, 안무위주의 음악들은 딴 세상 노래 같았는데, 그런데 뉴진스는 비트와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자연스럽게 뉴진스의 곡은 누가 만들었는지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2022년 내가 한동안 꽂혔던 뽕의 그 250이 프로듀서란다. 아니 이 친구 뭐지? 같은 사람 맞아? 250이 무슨 작곡가 그룹이나 크루인가 의심을 했다. 한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느껴지지 않는 뽕짝과 뉴진스라니 괴리감이 너무 크고 그 갭을 인정하기에는 혼란스러웠다. 어찌됐던 이 친구는 2022년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채웠고 그 성취가 대단하다.
이태원에서 DJ와 프로듀서로 힙합앨범을 참여하며 이름을 알리더니 어느날 갑자기 뽕을 찾아서 전국을 헤매고 돌아다녔다. 그러다 한순간에 아이돌 음반 프로듀싱까지 맡더니 메가 히트곡들을 연이어 터트렸다. 그것도 요즘 가장 핫한 뉴진스(New Jeans)라니?
몇 년 전부터 비트를 잘게 쪼개고 밝고 신나는 음악 중에 하나가 저지 클럽이란 장르인데 이 장르를 끌고 들어와 뉴진스의 히트곡들을 만들어낸 메인 프로듀서가 바로 250이다. ‘Attention’,‘Hype Boy’,‘Ditto’로 흥행싹쓸이를 해냈는데 그 중심에 250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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