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보컬이 각자의 개성있는 목소리로 음반을 발표하듯 수많은 기타리스트들은 각자의 톤으로 기타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룹이든 솔로앨범이든 세션으로 참여했든 사람의 목소리가 제각각 다르듯 기타소리도 다 다르다. 물론 비슷하게 소리를 뽑을 수는 있지만 각자의 차이는 있다고 본다. 기타리스트들도 각자의 톤, 기타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Jeff Beck Story
언제 이렇게 제프벡 앨범들을 모았지?
보컬스타일의 유행도 있고 시대별로 선호되는 목소리톤도 있듯이 기타톤도 기술발달에 따라 각종 페달과 악세사리로 많이 변해왔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기타리스트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타미 볼린(Tommy Bolin), 로이 부캐넌(Roy Buchanan), 제제이케일(J.J Cale), 산타나(Santan), 지미 페이지(Jimmy Page), 죠지 벤슨(George Benson), 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y) 등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누구나 다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들이다.
다 알만한 기타연주곡이나 블루스곡을 나는 선호한다. 때론 날카로운 기타소리가 심장에 날아와 꽂히는 짜릿함을 좋아하고 블루스 기타에서 그 묵직함과 소울을 좋아한다. 그런데 음반을 정리하다 뜻밖에 내가 이사람 앨범을 왜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지? 하는 기타리스트 앨범들을 발견했다. 제프 벡(Jeff Beck)이다. 딱히 선호하는 기타리스트는 아닌데 제프벡 앨범이 왜 이렇게 있지? 적잖이 놀랐다.
물론 좋아하는 곡이 몇 곡 있기는 했지만 신경질적이고 심난한 기타톤과 대중보다는 기타리스트들이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라는 선입견에 잡혀있었던 제프벡이었다. 그러니 듣다가 ‘아 내 취향은 아니네’ 하고 LP랙에 잠들어 있었던 앨범들이었다. 오랜만에 앨범 몇 장을 꺼내서 듣다가 깜짝 놀랐다. ‘오~ 이렇게 좋았나?’ 예전에는 안 들리던 것들이 들리고 소리가 너무 좋다. 톤도 좋고 그루브감도 좋고 연주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멤버들과의 하모니도 좋다. 심지어 쟈켓도 멋있어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경험치가 쌓이면서 선호하는 취향도 바뀌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예전에 자주 듣던 음반을 더 이상 듣지 않게도 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몰랐던 음반을 듣고 새로운 감동을 받기도 한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란 곡이 있듯 세월 흘러가면 취향도 듣는 귀도 모두 변한다. 취향의 변화는 진리다. 그만큼 나도 변했겠지만….
Jeff Beck은 어떤 인물?
제프벡은 야드버즈(Yardbirds) 멤버로 명성을 쌓고 자신의 이름을 앞세운 Jeff Beck Group을 결성해서 활동했던 영국출신 기타리스트였다. 제프벡이 다루지 않은 장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기타리스트 중에 하나다. 블루스록, 하드록, 재즈록, 기타록과 일렉트로니카 혼합하며 기타 하나만 주구장창 팠던 인물이다. 기타소리에 관련해 그가 시도하지 않은 실험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학자적인 마인드로 기타톤에 집착했던 인물로도 알려졌다. 그래서 항상 기타리스트의 기타리스트라는 별칭이 따라다닐 정도로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넘나들었다. 하나 안타까운 것은 이런 학구적인 노력이 그의 대중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건 아니었는데, 동시대에 항상 거론되는 에릭 클랩튼이나 지미 페이지처럼 상업적 성공을 거두거나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제프 벡은 음악계에 그 흔한 말썽인 마약, 음주, 여자 문제등 사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음악을 하는 것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보통 이런 문제는 단점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성격인데 그의 완벽주의로 인해 주위를 늘 힘들게 했고 신경질적이고 불같은 성격 때문에 밴드 내에서의 갈등이 여러 차례 있었다. 또, 심지어 미국투어 중에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공연장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 사건도 일으켰다. 물론 이런 성격 때문에 멤버들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마도 제프벡그룹의 보컬이었던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도 결국 다른 멤버간 문제로 탈퇴했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있었고, 제프벡이 록앤롤 명예의 전당에 헌핵 될 때 서로가 애증 관계였다고 밝히기도 했고, 로드 스튜어트는 제프벡이 사망했을 때 “제프 벡은 다른 행성에 있었다”라고 추모사를 남기기도 했다.
성격이 어찌됐건 제프 벡은 6번의 그래미 시상과 로큰롤명예의 전당에 2번 헌액됐다. 1992년 야드버즈 멤버로 한 번, 2009년 솔로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음악을 듣다보면 초기의 신선함이 어느덧 노련해진 관성으로 작용해 현실에 안주하는 스타일이 있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갈구하고 변화를 꾀하려는 스타일이 있다면 제프벡은 확실히 끊임없이 실험하고 연구하는 기타학자와 같은 사람이었다. 새로운 연주기법을 연구하고 자신이 연주했던 패턴을 변형하고 발전시킨 기타리스트의 기타리스트였다. 기타 연주의 정점과도 같은 인물이었고, 어쩌면 기타예술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