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버블과 시티팝 Fantastic Plastic Machine Story. 8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 시대 음반시장은 호황의 호황을 맞았다고 한다. 이때 AOR이나 어덜트 컨템포러리 비스무리한 장르인 시티팝이 등장했었다. 이 시티팝이라고 불리는 음악은 정확하게 어떤 장르로 구분하기 힘들다. 하나의 경향이었고, 사운드의 느낌을 이렇게 불렀다고 봐야 정확하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된 단어가 시티팝이다. 대중들은 아이돌과 엔카를 주로 들었다고 하지만, 수요가 많은 만큼 일본 시티팝음악들은 레트로 열풍과 시대를 앞선 편곡과 사운드로 최근에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시부야케이
이런 시티팝같은 경우가 하나 더 있다. 2000년 초반 일본 대중음악의 한 트렌드로 “시부야케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국내에서는 시부야음악, 시부야팝이라고도 불렀었다. 일렉트로닉 음악을 기본 바탕에 깔아놓고 그 위에 팝이나 보사노바, 펑크. 신스팝 등의 음악을 버무린 형태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음악장르는 아니고 이때 시부야에 위치한 대형 음반가게에서 유독 잘 팔리는 음반이라서, 시부야케이라는 하나의 경향 트렌드를 퉁 쳐서 시부야케이라고 불렀다.
시부야계 아티스트들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80년대 버블경제의 영향아래 팝문화에 충분히 영향을 받은 일본 음악가들 중 시부야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팝정서를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낸 음악적 공감대는 형성하고 있었다.
피치카토 파이브, 코넬리우스, 맨스필드, 심벌즈, 판타스틱 플라스틱머쉰, 프리템포, 아이뎁, 큅쏜, 파리스매치, 플리퍼즈 기타 등등이 시부야케이로 묶이며 소개가 됐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건, 2000년 초반부터였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BGM으로 하바드나 엠플로우, 누자베스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의 노래들이 쓰이면서 서서히 알려지게 됐고, 입에서 입으로 시부야계음악, 시부야케이 음반들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Fantastic Plastic Machine 첫만남
당시 국내가요시장은 SG Wanna Be, 박효신, 바이브, 더원 같은 소몰이 창법 가수들이 최고의 인기를 찍고 있었고 식상함을 넘어 너무 소를 많이 몰았고 너무 울다 못해 쥐어짜는 천편일률적인 음악스타일에 질려버릴 정도였다. 때마침 일본의 시부야케이 음악은 신선함으로 다가왔었다.
시부야케이 음반중에 처음으로 구매했던 앨범이 바로 Fantastic Plastic Machine의 첫 번째 정규앨범이었다. 다나카 도모유키 원맨솔로프로젝트명이 F.P.M이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해서 클럽 DJ 출신이다. 음악스타일은 일렉트로닉, 라운지, 보사노바, 포크, 소프트록, 프렌치팝, 라틴비트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고 다양하며 스타일리시한 음악을 한다.
이 음반이 처음 발패된 시기는 1997년이었다. 유희열이 진행했던 ‘올댓뮤직’이란 라디오의 시그널 뮤직으로 F.P.M의 <Philter>가 쓰였다. “김기사~운전해”의 개그야 사모님 코너음악으로도 사용됐었다.
처음 들었을 때 신선함과 스타일리시한 스타일에 꽤 즐겨 들었던 앨범이다. 국내에서도 팬들이 많은 편이라 2000년 초반 내한공연을 몇 차례 갖기도 했었다. 가끔 멜로디가 쏙쏙 박히는 청량한 곡을 듣고 싶을 때 한번씩 돌리게 되는 앨범이다. 나머지 앨범은 CD로 구매해 놓은 상태지만, 이 앨범만은 LP로 소장하고 싶었던 앨범이다. 그나저나 이 친구는 요즘 뭘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