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잊고 있던 노래를 하나 찾았다. 팬텀싱어를 보다 리베란테 노래를 듣다 30년 전에 구입한 CD 한 장이 떠올랐고, 그는 멕시코 가수 루이스 미겔(Luis Miguel)의 음반이다. 루이스 미겔(Luis Miguel)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1992년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다. 이때 올림픽 특수를 노린 앨범들이 쏟아져 나왔고 [바로셀로나 골드]라는 모음집 음반이 있었는데 여기에 루이스 미겔(Luis Miguel)이 부른 “No Se Tu”라는 곡이 있었다. 이 노래에 흠뻑 빠져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루이스 미겔 음반들을 모두 구입했는데 그때 샀던 CD가 바로 [Busca Una Mujer]였다. 당시 열심히 들었고 CD장 속에 고이 잠들어 있던 음반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 낡은 CD를 꺼내들었다. 그 이유는 리베란테 때문이다.
리베란테 루이스 미겔(Luis Migule) 노래를 부르다.
후배가 팬텀싱어4 우승팀 리베란테 푹 빠져 덕질을 시작했다고 했다. 뭐 요즘 노래 잘하고 잘생기고 감동을 선사하는 팀 중 하나에 꽂혔나 싶었다. 추천곡 좀 알려달라고 했더니 유튜브 링크를 몇 개 보내줬다. 그런데 클릭해서 노래를 듣는데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였다. “어~ 이 노래 뭐였지? 예전에 듣던 노랜데…??” 자막을 찾아봤다. 거기에 바로 루이스 미겔이 있었다. 리베란테가 결승 1차전 1라운드에서 불렀던 곡 “Fria Como El Viento”였다.
남미특유의 애절함이 노래 곳곳에 배어있는 곡이다. 30년 전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참 애달프게도 부른다고 느꼈던 곡이었다. 스페인어 특유의 뉘앙스도 좋았고, 발음에서 오는 이국적인 느낌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그리고 루이스 미겔(Luis Miguel)의 초기 발라드 히트곡이기도 했다. 사실 이 노래가 히트한 것은 1988년이었고, 국내 라이센스 발매는 바로셀로나 올림픽 특수로 루이스 미겔 음반들이 발매된 1993년이었다. 시간차가 있었다고 봐야겠다.
반갑기도 했고,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결국은 노래 한 곡이 사람마음에 어떻게 파고 드냐는 것이다. 좋은 노래는 시간과 상관없이 언젠가 뜻하지 않는 장소와 시간에서 마주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시간을 건너뛰어 리베란테가 부른 음악은 감동 그 자체였다. 원곡이 가진 멜로디를 몇 배 더 증폭해서 멋진 화음과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무대분위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루이스 미겔 혼자 불렀던 노래를 4명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폭발력이 더 대단했다. 루이스 미겔 버전도 동영상 링크를 걸어놨다. 비교해서 듣는 재미도 있으니 들오보시라.
어찌됐건 ‘팬텀싱어 4’가 종료됐고 또 다시 새로운 스타 ‘리베란테’가 배출됐다. 다채로운 음악적 배경을 가진 멤버각각이 방송 내내 개성 있는 포퍼먼스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 끌었고, 시즌이 끝나고 당연하듯 최종에 오른 팀들과 전국투어를 돌며 크로스오버 그룹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우선 우승팀 ‘리베란테’가 “Shine”이란 싱글부터 발매했다.
한국의 일 디보(Il Divo)를 찾는 프로젝트 팬텀싱어
팬텀싱어를 굳이 다 챙겨보지도 관심도 그리 많지 않았다. 팬텀싱어 시즌1때 대놓고 한국의 일디보를 찾는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아는 사람은 다들 아는 ‘일 디보(Il Divo)’라는 팀은 크로스오버계에 대놓고 기획하고 만들어진 획기적인 팀이었다. 2003년에 영국에서 기획 결성됐는데 이 팀을 만든 것이 바로 독설가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이다. 이 사람 엄청 유명하다. 수많은 뮤지션을 발굴하고 ‘아메리칸 아이돌’, ‘갓 탤런트’, ‘엑스팩터’같은 인기 시리즈를 견인한 사람으로 독설하는 짤이 인터넷에 돌아서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아메리칸 아이돌, 아메리칸 갓 캘런트, 브리튼 갓 탤런트, 액스펙터 단골 심사위원인데 각종 오디션을 통해 눈여겨본 멤버 4명을 선발해서 다국적 그룹 ‘일 디보’를 만들었다. 멤버도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남성들로 구성됐는데 매력적인 외모와 화려한 포퍼먼스, 거기에 감미로운 목소리를 더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팀이 사랑받았던 포인트는 결국, 개성이 다른 네 명이 각각의 음역대와 음색을 함께 만드는 하모니의 힘에 있었다. 사실 크로스오버 보컬 그룹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고, 성악 크로스오버의 개념을 바꾼 팀이기도 하다.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결성을 위한 프로젝트 오디션 팬텀싱어
JT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리즈가 2016년에 만들어졌다.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을 때 반신반의했다. 대놓고 한국의 ‘일디보’를 찾는다고 했을 때 결국 아류만 양성하는 것은 아닌지 부정적인 시각과 과연 넘쳐나는 오디션프로그램 중에 크로스오버 장르로 까다로운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까?
하지만, 예상을 깨고 조용하게 오래가는 시리즈가 됐다. 시즌 1 초반부터 저조한 시청률로 출발하더니 중반부터 3% 후반, 결승 전후 4%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지만, 이 시리즈의 장점은 조용하게 스며들 듯 음악에 집중하며 하모니에 서서히 빠져든다. 말 그대로 크로스오버의 전성기를 열었다. 대중음악씬에 다양한 장르들이 자리 잡는데, 일조 한 점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저력은 음악이 가진 혼합과 융합의 힘이 아닐까 싶다. 클래식, 뮤지컬, K-Pop, 팝, 록, 힙합, 민요, 라틴음악, 재즈까지 세상 모든 장르의 음악을 짬뽕시킬 기세로 크로스오버 해버렸다. 다른 오디션 경영과의 차이는 그 확장성에 있다. 특정 장르를 넘어선 세상의 모든 음악을 크로스오버 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한 메리트다. 이런 크로스오버 포맷이 시즌 4까지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이건 시장에서 먹히는 경영프로그램이란 말이고 고정 팬들이 있고, 사람들의 관심이 꾸준히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팬텀싱어의 특징은?
시즌1 초대 우승팀은 <포르테 디 콰트로>, 2대 우승팀은 크로스오버계 아이돌 같은 <포레스텔라>, 3대 우승팀은 크로스오버 어벤져스 <라포엠>이었다. 다른 오디션 경영 프로그램과 달리 이 장르는 노래만 잘한다고 아무나 도전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니다. 한마디로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발성과 탄탄한 재능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세계 다양한 언어로 노래해야 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영어는 기본 이상이어야 한다. 발성과 호흡, 유명 오페라 곡 해석력은 기본기로 장착하고 출연해야 한다. 개중에 소리통이 좋은 친구들이 도드라져 보이는데 결국 선곡과 멤버간 하모니가 관건이다. 물론 시선을 끌 외모도 아주 중요하다.
그러니 크로스오버 아이돌, 어벤저스, 최고의 하모니 이런 최상급의 수식어들이 붙었겠지만, 또 멤버들의 인생 드라마가 조미료처럼 첨가되어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면 음악은 더욱 극적으로 와 닿는 오디션의 성공 공식을 어느 정도 따른다.
방송국 놈들이 설치해 놓은 각종 미션과 지뢰들을 골고루 샤샤샥 피해야 본선에 오르고, 역시 별별 미션과 심사위원들의 마음도 잡아야 하는 험난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 시청자와 국민판정단의 선택도 받아야 한다.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 쫄깃해지고 손에 땀을 쥐게끔 만드는데 현장에서 이 미션을 실행해야 하는 참가자들은 얼마나 떨릴지 그 떨림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아마 이런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장점이자 단점은 참가자와 시청자가 같이 성장하는 성장드라마에 조금 더 가깝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탈락하면 가졌던 관심도도 같이 탈락한다는 문제는 있다.
팬텀싱어 시즌 4 우승팀 리베란테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즌제의 단점은 시즌이 거듭될수록 관심도가 초기만 못하게 떨어진다는 점인데 이를 만회하는 방법으로 방송국에서는 나름 노하우를 터득해 패자부활전이나 다른 장치를 설정해서 어떻게든 이탈하는 시청자들을 잡으려는 편집의 묘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반면 경영 출연자들은 시즌제가 거듭될수록 부담감이 몇 배로 높아진다는 문제가 남는다. 어찌됐건 앞선 출연자들과 비교가 되기도 하고, 무엇을 해도, 무슨 곡을 불러도 겹쳐서는 안 되고 그 어떤 기시감도 줘서도 안 되는 이중고에 놓이게 된다. 결국 부담감은 몇 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즌4의 마지막 우승팀 ‘리베란테’는 역대급 캐스팅에서 살아남아 우승까지 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이 어려운 과정을 우여곡절을 거친 팬텀싱어 우승팀들에게 뜨거운 노고와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시작은 일디보(Il Divo)의 벤치마킹으로 출발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새로운 가능성들을 시즌을 거듭하면서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우선 기본적으로 라틴팝과 오페라의 명곡들에 대한 해석력과 퍼포먼스가 세계시장에도 충분히 어필할 수준이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루이스 미겔의 노래를 저 정도로 해석해 낸다면 충분히 남미시장에서의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그 외에 이탈리아 노래들과 전 세계 다양한 노래들 역시 외국의 그 어떤 크로스오버 팀들보다 해석력과 가창력이 높은 편이다. 어쩌면 K-Pop을 넘어 크로스오버계도 한류열풍도 가능하리가 예상한다.
물론 그러기에는 선곡이 핵심이다. 외모와 가창력 해석력 다 갖췄지만,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공감을 살 수 있는 선곡만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