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쇼핑몰 후기, 스포, 시즌2 예상

<킬러들의 쇼핑몰>을 정주행했다. 강지영 작가의 소설 “살인자의 쇼핑몰”을 원작으로 하는 디즈니+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다. 평점은 10점 만점에 7점이다. 나름 신경 써서 잘 만들었지만, 굳이 8화까지 끌고 갈 필요가 있었을까? 차라리 짧고 굵게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었거나 6화정도로 타이트하게 줄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드라마라는 특성이 디테이한 서사를 더 쌓아 올려 깊이 있는 이야기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조금 덜어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원작소설을 못 본 상태에서 전체적인 세계관의 느낌은 예전 만화 “시티헌터”와 “존윅”의 세계관과도 비슷한 느낌이 살짝 묻어난다. 순간 길복순, 킬러들의 수다, 한나, 킥애스 같은 영화들이 머릿속을 휘리릭 지나갔다.

시놉시스는 [유일한 보호자였던 삼촌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지안은 삼촌이 남긴 수상한 쇼핑몰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삼촌은 어떤 사람이었고 도대체 이 쇼핑몰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안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쇼핑몰 창고를 노리는 고객들의 습격이 시작된다!]

킬러들의 쇼핑몰 메인 예고편이다.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의 생존기를 다룬 스타일리시 뉴웨이브 액션이란 카피는 살짝 과한 느낌이지만 액션의 완성도는 꽤 높은 편으로 좋았다. 보통 프롤로그에서 굉장한 액션 장면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름 서사부터 착실하게 잘 쌓아 올려 서사 빌드업으로 극을 잘 이끌어갔다. 마치 디즈니+ 에서 만든 <무빙>의 인물들 서사를 다룬 것 같은 방식이지만 살짝 다른 느낌이다. <무빙>이 각각 인물들의 서사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느낌이라면 <킬러들의 쇼핑몰>은 다양한 각도로 이야기 서사를 엮어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컷별로 시간을 마구 뒤섞어서 마지막 화까지 가서야 사건의 전말이 모두 드러나게 되는 퍼즐같은 참신한 연출이다.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초창기 <펄프픽션>같은 연출방식이지만 <펄프픽션>보다는 이해가 쉽게 만들었다. 누구의 관점에서 사건이 일어나는가를 확인하기에는 좋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 물론 이런 빌드업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퍼즐 맞추듯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다채롭게 이해하는 것에는 도움이 되겠다. 그럼에도 호불호가 분명 갈릴 것 같다. 추리소설을 따라가며 읽는 것 같지만 반면에 전체적으로 전개 속도가 더디게 느껴져서 살짝 지루한 감이 분명 있다.

시즌2를 겨냥한 떡밥을 던져주면서 시즌1을 마무리해서 끝냈다. 시즌제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떡밥들이다. 예전 미드의 시즌제를 보면 용두사미나 이야기가 아예 산으로 올라가는 경우를 많이 지켜봤고, 심지어 떡밥만 무수히 던져놓고 시즌1이 인기가 없으니 시즌2의 제작이 아예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역시 시즌2가 제작이 되겠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과 떡밥 회수가 덜 된 고구마같은 상황은 안 만들었으면 한다. 여전히 남은 이야기들이 많고 완전한 마무리 결말을 내지 못했다.

정진만 역의 이동욱은 소설원작 캐릭터와는 괴리감이 크지만 괜찮은 캐스팅이었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무미건조한 표정을 끝까지 유지하며 차가워 보이지만 용병으로 능력 뛰어나고 인간미까지 두루 갖춘 사기 캐릭터로 최소한의 정의와 어떤 상황에서도 미션이 우선인 다소 비현실적인 역할이다. 현재는 수상한 쇼핑몰을 비밀리에 운영하며 부모를 잃은 조카를 돌보는 삼촌이다. 결국 이 모든 드라마의 시작이고 그의 죽음으로 이 드라마가 시작된다.

조카 정지안 역의 김혜준은 이 드라마에서 처음 보는 배우인데 부모를 잃고 평범하지 않은 삼촌 밑에서 자란 조카역을 잘 소화했다. 정지안 아역으로 나온 어린이 연기도 좋았다. 삼촌의 부재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물러나지 않고 마지막에 각성에 이르는 장면까지 서사를 쌓아 올리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건 정지안의 몫이다.

이외에도 조연으로 출연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돋보이는데 어느 하나 구멍은 없었다. 정진만의 동료이자 정지안의 무에타이 스승으로 나온 파신역의 김민은 이미 <카지노>에서 필리핀사람으로 출연한 이력이 있고 실제로 카지노 보면서 인상 깊은 연기와 실제 필리핀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국인이라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태국인 용병으로 외국인 캐릭터를 맡았다. 어설픈 한국어 연기가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이외에 정진만의 조력자 여성킬러 소민혜역의 금해나, 오랜만에 악역으로 돌아온 베일역의 조한선까지 캐스팅은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렬한 이미지의 악역을 찰지게 소화한 이성조 역의 서현우는 이 드라마에서 의외의 새로운 발견이었고 멋진 연기 변신을 보여준 것 같다. 그의 사투리 연기와 능글능글한 캐릭터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유일한 혈육 삼촌 정진만(이동욱)의 죽음 이후 조카 정지안(김혜준)이 위험에 처해지며 삼촌의 진짜 정체와 수상한 쇼핑몰의 존재를 알게 된 정지안은 킬러들의 타겟이 되어 목숨을 위협 받게 된다.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도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며 도대체 이 모든 사건의 발단과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등장인물의 과거 회상과 각각 인물관계를 보여주면서 밝혀진다. 결국, 드라마 7화와 8화까지 지켜봐야 결말까지 이르게 되는 구조다.

드라마의 시작 정진만(이동욱)의 죽음으로 시작되는데 조카 정지안이 시체 안치소에서 삼촌의 시신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몰입도가 살짝 떨어지는 대목이 있었다. 시체로 누워 있는 이동욱의 목 핏줄이 살짝 꿈틀 움직이는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속으로 ‘와~ 이거 옥의 티네, 디테일이 떨어지는데’ 하면서 봤는데 드라마를 볼수록 정진만(이동욱)이 살아있을 수도 있겠다는 강한 의심이 서서히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드라마 시작 부분 시체 안치소의 정진만 목 핏줄씬이 옥의 티가 아니고 의도적으로 보여줬다면 이 드라마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 어디서 한바탕하고 피떡이 되어 택시를 타고 친구와 시체안치소에 있던 경찰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하는 씬에서 이 모든 것이 정진만이 그려놓은 빅픽쳐였고, 베일과 용병회사의 사장을 잡기 위한 함정이고 덫이었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그렇다면 베일과의 결판을 내고 온 것인지? 용병회사의 사장은 어떻게 됐는지?를 시즌2로 넘기겠다는 의도가 확실하다.

그리고 조카 정지안의 조력자 여성 킬러 민혜는 드라마 후반에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놓치는 걸로 죽음을 암시한 것인지? 아니면 피곤에 실신한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태국 용병 파신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데 파신이 민혜를 데리고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마지막으로 정진만의 계획을 파신, 민혜, 브라더는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솔직히 시즌1의 결말은 시원함보다는 이 모든 떡밥을 던져놓고 답답함을 유발했다. 용병회사 사장놈과 베일의 결말을 기다렸지만 이건 시즌2로 넘겨놓은 상태다.

당연히 정진만과 정지안의 조력자인 소민혜와 파신, 컴퓨터천재 브라더가 활약이 예상된다. 아직 시즌2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지만 이 정도의 만듬새면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시즌1의 마지막 장면 정진만의 피칠갑 등장은 분명 베일과의 혈투나 용병들과의 대결이든 시즌2를 위한 반전으로 미끼를 던져놓은 것으로 풀이되는데 은근히 시즌2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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