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R이라고도 불리는 장르가 있다. Album Oriented Rock (록을 지향하는 앨범) 또는 Adult Oriented Rock(성인 취향의 록)음악이라고 불리는 장르인데, 7-80년대 미국의 FM라디오에서 주로 송출한 음악들을 통칭하는 명칭으로 프로그레시브 록이나 재즈, 소울을 포함한 록 음악을 AOR이라고 퉁 쳐서 불렀다. 그런데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AOR이라고 하면 주로 캘리포니아 미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한 웨스트코스트 사운드, 요트록 이라 부르는 장르를 가리킨다. 이 음악이 유행한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사랑받았던 부드러운 소울 음악, 스무드 재즈(Smooth Jazz), R&B 및 디스코와 같은 소스를 활용한 고품질의 프로덕션과 깨끗한 보컬,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달달한 사운드를 특징으로 한다. 2-3분 내외의 짧은 길이의 적당히 듣기 좋은 대중지향적인 음악 스타일이라고 보면 되는데 재밌게도 당시 버블경제로 떠오르던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시티팝(City Pop)이란 하나의 조류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일본에서 AOR과 관련된 음반들이 인기가 굉장히 높았다. 1979년 반짝 등장한 AOR의 딱 들어맞는 팀이 하나 있다. 바로 나이트플라이트(Niteflyte) 이야기.
나이트플라이트(Niteflyte) 누구?
나이트플라이트(Niteflyte)는 하워드 존슨(Howard Johnson)와 샌디 토라노(Sandy Torano)로 구성된 미국의 마이애미에서 결성된 펑키밴드다. 쿠바출신의 백인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인 샌디 토라노(Sandy Torano)가 밴드를 준비하던 중 마이애미 토박이인 하워드 존슨(Howard Johnson)를 작은 바에서 발견하면서 1977년 의기투합해서 결성하게 된다.
깔끔한 미성과 팔세토창법이 일품인 메인 보컬 하워드 존슨(Howard Johnson)를 보자마자 샌디 토라노(Sandy Torano)는 한 눈에 반하게 되고 1979년 Ariola 레이블을 통해 첫 번째 앨범을 발매하게 된다. 팀의 리더인 샌디 토라노(Sandy Torano)는 뛰어난 멜로디 메이커로 발매 당시에도 신선한 사운드 연출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나이트플라이트(Niteflyte) 1집
1979년에 발표된 첫 번째 앨범에서는 싱글 “If You Want It”이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37위까지 오르며 나이트플라이트(Niteflyte) 최고의 히트곡이 된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곡은 단연 이 노래다. 짧은 기타연주 인트로로 시작하고 멋진 스트링 사운드가 들리면서 두 흑백 싱어들의 조화가 아주 환상적이다. 샌디 토라노(Sandy Torano)의 기타 톤도 마음에 들지만 보컬도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는데 매력적이 목소리를 지녔다. 그리고 이 팀의 포인트는 단연 메인 보컬 하워드 존슨(Haward Johnson)의 쩌렁쩌렁한 미성과 소름 돋는 팔세토창법까지 소화할 수 있는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있었다. 여기에 샌디 토라노(Sandy Torano)의 화음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싸주고 하워드 존슨(Howard Johnson)의 적재적소에 포인트를 찔러주는 조화는 단연 압권이다.
첫 번째 앨범은 전체적으로 소울펑키가 잘 어우러진 AOR 계열의 앨범이다. 흑백의 조화나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대릴홀 앤 존오츠(Daryl Hall & John Oates)를 연상하게 하지만, 이들보다 더 그루브하고 멜로우한 밴드가 나이트플라이(Niteflyte)이다. 솔직히 가창력으로 봤을 때도 하워드 존슨(Howard Johnson)의 시원한 맛은 홀앤오츠보다 앞선 느낌이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훌륭한 그루브와 소울펑키를 선사한다. 1번 트랙부터 강력한 팔세토 화음을 넣으며 출발하는 노래 “All About Love”는 펑키한 리듬과 적재적소에 찔러주는 브라스 섹션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곡이다. 특히 브라스파트 색소폰에는 데이빗 샌본(David Sanbone)과 마이클 브레커(Michael Brecker)가 세션으로 참여했다. 이 첫 번째 앨범에는 나름 세션진도 화려한 편인데 에버레이지 화이트 밴드(Average Whtie Band)의 멤버 두 명, 하미쉬 스튜어트(Hamish Stuart)가 세션 기타로, 스티브 페론(Steve Ferrone)은 세션 드럼으로 참여했다.
펑키한 “Sunshine”과 “Get On The Fun”, 레게풍의 “No Two Alike”와 샌디 토라노(Sandy Torano)의 격렬한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Tryin’ To Find”등 다채로운 트랙들이 수록돼 있다. 사실 리더이자 기타와 보컬을 담당한 샌디 토라노(Sandy Torano)는 밴드 결성 전에 세션 기타리스트로 이미 스튜디오에서 많은 작업을 했던 이력이 있고 기타 솜씨도 상당했다. 이 앨범에서 멜로우 그루브한 곡 “I Wonder”나 소울펑키 그룹들이 앨범에 한 두 곡씩 수록하는 감성적인 발라드 “Easy Come”도 듣기 좋은 트랙으로 전체적으로 앨범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나이트플라이트(Niteflyte) 2집
1981년 두 번째 앨범이 발표되지만 차트성적은 좋지 못하고 앨범 발매 후 밴드는 해체한다. 1집의 “If You Want Me”가 있다면 2집에는 “You Are”가 있다. 두 곡의 공통점은 시대를 넘어서 들을 때 마다 질리지 않고 늘 청량감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팬들도 가장 좋아 하는 곡은 1,2집에서 각각 이 트랙들이다. 특히 2집에 “You Are”는 일본 아이돌그룹 스맙(SMAP)이 곡을 샘플링해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트플라이트(Niteflyte)는 특이하게도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AOR음반들 리스트에 항상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시티팝(City Pop)음악을 하는 그룹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 시티팝의 대부 야마시타 타츠로가 “If You Want Me”를 커버하기도 했었다.
2집 앨범에도 1집과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로 가득한데 세련된 사운드와 상쾌한 청량감이 느껴지는 트랙들로 “You Are”외에도 “On Your Own”과 멜로우한 “You’re Breaking My Heart”,“I Knew It Couldn’t Happen”과 레게리듬이 인상적인 “Shoot From The Hip”등이 귀에 꽂힌다.
이 밴드는 활동 당시보다 뒤늦게 앨범들이 일본과 다른 지역에서 입소문으로 알려지고 재발매되기도 했다.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의 AOR과 소울펑키 넘버들이 쏟아지던 시기에 발표된 노래로 2장의 앨범이 전부이지만 충분히 다시 들어볼 가치는 차고 넘치는 앨범이다. 지노 바넬리(Gino Vannelli), 보즈 스캑스(Boz Scaggs), 홀앤오츠(Hall And Oates), 에버레이지 화이트 밴드(Average Whtie Band)를 좋아한다면 분명히 좋아할 수밖에 없는 팀이 바로 나이트플라이트(Niteflyte)다. 특히 메인보컬 하워드 존슨(Howard Johnson)은 그룹을 탈퇴하고 솔로활동을 이어가는데 1982년, 83년, 85년까지 3장의 앨범을 발표한다. 그의 솔로 앨범에서도 “Keeping Love New”,“So Fine”,“Say You Wanna” 등이 소울음악이 큰 사랑을 받았다.
분명한 것은 나이트플라이트(Niteflyte)의 이 두 장의 앨범은 시대를 확실히 잘못 만났다. 활동할 때 보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좋은 평가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