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tations – Papa Was A Rolling Stone 이야기. 언제들어도 멋진 노래들이 있다. 다양한 버전들이 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원곡의 힘이 느껴지는 곡이다.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사망하고 1992년 추모앨범이 한 장 발표됐다. 퀸의 멤버들과 죠지 마이클(George Michael), 리사 스탠스필드(Lisa Stansfield)가 함께 한 앨범이었고 이 앨범에서 죠지마이클이 부른 <Somebody To Love>가 큰 사랑을 받았었다.
물론 그 노래 때문에 음반을 구매했지만 더 꽂힌 곡은 따로 있었으니 Seal의 <Killer>와 <Papa Was A Rolling Stone>이란 곡의 접속곡이었다. 솔직히 둘 다 당시 생소한 곡이었고 처음 듣는 곡들이었는데, 그 넘실대는 베이스라인과 힘이 넘치는 펑키리듬은 묘한 그루브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Papa Was A Rolling Stone>이란 곡을 처음 알았다. 이 곡의 오리지널은 <My Girl>을 불렀던 Temptations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이 곡을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당시에는 찾을 수 없었다.
Temptaions 누구?
Temptations는 흑인음악의 모타운레이블을 대표하는 그룹이었고, 꽤 많은 인기를 모았던 하모니그룹이었다. 60-70년대 R&B스타일의 흑인 소울음악들을 다수 발표했던 인기그룹이었고 국내에선 <My Girl>이 가장 잘 알려진 대표곡이었는데 당시 맥컬리 컬킨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OST에도 이 곡이 수록되었었다.
그렇게 알 게 된 노래이고 그룹이었는데, <Papa Was A Rolling Stone>은 짧막한 <My Girl>같은 곡과는 스케일부터가 다른 곡이었다. 60년대 중후반 싸이키델릭음악들이 음악계 전반에 영향을 주던 시절, 몽롱하고 환각적인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던 음악들이 쏟아져 나왔다.
흑인 싸이키델릭 소울그룹 Temptations
물론 1960년대 후반 록음악 씬에서 제일 두드러진 음악이었고 서구 서브컬쳐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화 코드이기도 하다. 그래서 포크와 결합된 싸이키델릭 포크, 록과 결합한 싸이키델릭록이 있었다면, 흑인의 소울과 결합한 싸이키델릭 소울 음악들이 생겨났다.
흑인 리듬앤블루스와 소울음악도 싸이키델릭 사운드를 받아들이며 다채로운 실험들이 이뤄지던 시기 Tempatations도 전격적으로 이런 사운드로 방향을 선회했다. 흑인음악특유의 보컬하모니가 강조된 노래들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 이전까지 방송을 위해 2분~3분 길어도 4분이 넘지 않는 싱글들만 발표되던 시기에 7분~11분정도의 긴 런닝타임 노래는 말 그대로 모험이었고, 당연히 선호되지 않았지만 Tempatations는 당시의 조류에 따르기로 했다.
처음 발표된 버전은 Tempatations가 아니었다. Undisputed Truth가 3분 30초정도의 예전스타일의 보컬곡으로 발표했던 것을 같은 모타운소속 Tempatations가 새롭게 편곡해서 싸이키델릭 소울로 만들어버렸다.
솔로 베이스 기타파크로 시작되며 드럼 하이햇 심벌즈가 뒷받침되면서 다른 악기들이 점차적으로 결합되는 방식으로 곡이 이어진다. 베이스라임-드럼하이앳-와와기타-일렉피아노-박수-현악파트-솔로트럼펫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바로 이 곡의 핵심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곡을 받치고 있는 것은 베이스 기타라인과 반복되는 하이햇 리듬이다.
실제로 이 곡을 작곡한 작곡가는 연주가 보컬보다 더 강조되는 것에 대해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곡은 Tempations의 마지막 빌보드 1위곡이 됐고, 1973년 그래미에서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Temptations의 70년대 활동은 이런 멋진 싸이키델릭 소울음악들을 재생산해냈고 <Ain’t No Sunshine>역시 멋진 편곡이 돋보이는 곡이다. <Papa Was A Rolling Stone>은 버전이 정말 많다.
후대에 다양한 가수들이 앞다퉈 리메이크하고 편곡하며 발표했지만 죠지마이클과 베이스주자 마커스밀러 버전을 특히 좋아한다. 죠지마이클은 처음 들었던 버전이라 선호하고, 마커스 밀러는 베이스주자 답게 이 곡이 얼마나 베이스라인일 쫄깃한지를 증명해 보여줬다.
그리고 여기에 한 곡을 더 추가하자면, 웅산이 2015년에 발표한 Tempations 앨범에 수록된 버전을 좋아한다. 웅산의 <Papa Was A Rolling Stone>은 음질이며 연주력이 최고다. 잭리와 리릿나워의 기타연주와 멜빈데이비스의 베이스 연주 국내외 최고의 연주자들과 녹음을 했고, 그 퀄리티는 어디 내다 놔도 손색이 없다.
베이스 라인이 살아있는 곡들은 특히 선호한다. 팽팽한 하이햇과 맥박 뛰게 만드는 완벽한 베이스라인, 예술적으로 배치된 박수와 떨리는 현, 적절한 곳에 스르륵 들어간 트럼펫 파트는 거의 7분을 순삭하게 만드는 곡이다. 싸이키델릭 소울의 최고 명곡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