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베넷(Tony Bennett) 별세
스탠다드 팝의 대명사 같은 가수가 몇 있는데 그중에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토니 베넷(Tony Bennett), 냇킹콜(Nat King Cole) 정도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중에 재즈와 팝을 오가며 가장 오랜 기간 활동했던 가수가 토니 베넷이었는데, 지난 7월 21일 고향 뉴욕에서 향년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80년에 걸친 경력 동안 수백만 장의 레코드를 판매했으며 평생 공로상을 포함해 20개의 그래미상과 2개의 에미상을 받은 미국 음악계, 연예계 전설로 불렸던 인물이 바로 토니 베넷(Tony Bennett)이다.
토니 베넷(Tony Bennett)의 평가
그의 사망 소식에 수많은 추모사가 올라왔는데 인상적인 것이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이었다. “토니 베넷은 단순히 고전을 부른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미국의 고전이었다.”며 그의 존재감과 공헌을 감사하고 애도했다.
수많은 미국 대중음악계 관계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토니 베넷은 20세기 중후반 미국 대중음악의 가장 중요한 해석가며 원로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을 옹호하고 지원했던 음악인이라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절친이었던 프랭크 시나트라는 “자기보다 더 많이 작곡가가 염두에 두는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가수”라고 할 정도였다.
토니 베넷(Tony Bennett)의 커리어
재즈 시대에서 팝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을 두루 겪었고 그 속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토니 베넷이었다. 2차 세계대전에 미 육군 보병으로 참전 후 돌아온 1951년에 첫 번째 앨범을 발표하면서 음악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사망하기 며칠 전에도 피아노에서 노래를 불렀다 소식이 전해졌고 그 곡은 토니 베넷의 첫 번째 1위 히트곡인 <Because Of You> 였다고 한다.
토니 베넷에게는 몇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재즈 시대에서 팝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도 겪었지만, 무엇보다 시대가 록앤롤과 록의 시대로 빠르게 바뀌면서 음악은 젊어졌고, 스탠다드 팝은 설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토니 베넷의 곡은 고전 중의 고전인 1962년에 발표된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다. 이 곡으로 두 개의 그래미상를 수상했지만, 시대는 바뀌고 있었다. 록 음악 시대가 오면서 오랜 침체를 경험해야 했었다. 주변에서는 시대에 발맞춰 컨템포러리 록 음악을 발표하라는 압력도 받았고 실제로 레코딩을 몇 개 시도했었다. 결과는 가수도 음반사도 팬들도 아무도 만족하지 못했다. 이때부터 마약중독과 사업 부진이 이어졌고 이런저런 개인적인 문제로 20년을 허비해 버린다.
이런 토니 베넷을 살려낸 건 두 아들이었다. 아버지의 매니저로 적극 뛰어들면서 왕년의 가수가 아닌 지금도 먹히는 음악을 하는 토니 베넷의 이미지를 만들어간다. 유명 TV쇼에 정기적으로 출연 시키고 MTV에도 등장하며 당시 얼터너티브 록 밴드와 함께 무대에 서기도 하며 힙한 커리어를 만들어갔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수많은 찬사와 추앙을 받으며 그의 활동이 영감과 자극이 되었다.
제2의 전성기와 마지막앨범
2006년 토니 베넷이 80세가 되는 날, 생일 기념 앨범을 한 장 발표한다. [Duets: An American Classic] 앨범이다. 스티비 원더, 엘튼 존, 빌리 조엘, 조지 마이클, 폴 매카트니, 셀린느 디옹, 다이애나 크롤, 존 레전드, 마이클 부블레 등 수많은 후배 뮤지션들과 음악적 교감을 만끽할 수 있는 트랙들로 채워놓았다. 앨범 챠트에서는 역대 최고 순위에 올랐고 두 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한다.
재미있는 점은, 2011년 85세 생일을 맞으며 후속작인 [Duets 2]를 발매한다. 듀엣1에 빠졌던 후배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아레사 프래클린, 윌리 넬슨, 머라이어 캐리, 죠쉬 그로반, 노라 존스, 레이디 가가, 존 메이어, 에이미 와인하우스 외 많은 가수가 참여했다. 이때 함께 작업한 레이디 가가와의 호흡이 좋았는지, 2014년 레이디 가가와 함께 발표한 [Cheek To Cheek] 앨범을 발표한다. 경력 후반기 가장 큰 찬사와 역사를 쓰게 된다. 앨범은 빌보드 차트에서 1위로 데뷔하며 당시 기네스북에 88세의 최고령 아티스트 기록을 남기게 됐다. 2014-15년은 투어를 돌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레이디 가가와는 2021년 [Love For Sale] 앨범을 한 장 더 발표하는데 자기 기네스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한다. 95세 최고령자가 발표한 신곡 앨범이 됐다. 아마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 같다.
사실 토니 베넷을 2016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병이 더디게 진행된 덕분에 2021년 8월 마지막 공연까지 할 수 있었고, 이후에도 녹음 활동은 이어갈 수 있었다.
토니 베넷이 생각하는 음악철학을 느낄 수 있는 말이 있다.
“음악에는 범주가 없다. 좋거나 나쁘거나… 최고의 작곡가가 작곡한 좋은 노래, 훌륭한 노래를 나는 계속해서 부를거다, 그리고 이런 노래들은 지속적으로 계속 만들어진다. 날 믿어라, 사람들은 이런 노래를 영원히 계속해서 듣고 부른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후에도 “삶은 선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예정된 시간이 있다. 언젠가는 이런 시간이 올 줄 알았지만, 어쩌면 100세 생일날 [듀엣3] 앨범을 기획하지는 않았을까?
자신의 노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에 두고 온 내 심장처럼, 지구라는 별에 음악만 두고… 영원히 떠나갔다. I Left My Heart In Music
Rest In Peace T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