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라디오 방송에 흘러나온 노래 한 곡을 구하지 못해 그렇게 안달했던 시기가 있었다. 듣는 순간 반해서 이 음반을 어떻게든 구하고 싶은 마음, 90년대 중반까지 심야 시간에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이었고 라디오를 끼고 살았던 시절이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라디오는 훌륭한 음악 보물창고이자 길잡이 같았다. 그때 들었던 노래가 이탈리아 그룹 알바트로스(Albatros)의 “Volo AZ 504”라는 곡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96년 시완레코드를 통해 CD로 발매되어 구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그룹 알바트로스(Albatros) 그룹의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 토토 쿠투뇨(Toto Cutugno) 이야기.
토토 쿠투뇨(Toto Cutugno)는 누구?
1943년생으로 이탈리아 싱어송라이터이자 음악가인 살바토레 ‘토토’ 쿠투뇨(Salvatore ‘Toto’ Cutugno)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이자 전 세계적으로 1 억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가장 성공한 이탈리아 가수 중 한 명이다.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로서도 차트 정상에 여러 차례 오른 것은 물론이고 산레모 가요제에 솔로, 듀엣, 그룹으로 총 15번이나 참가했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토토 쿠투뇨(Toto Cutugno) 음악경력의 시작은 드러머였다. 십대 후반에 첫 번째 밴드 토토와 타티(Toto Ei Tati)를 결성했고 1974년 두 번째 밴드 알바트로스(Albatros)를 결성한다. 이때부터 연주 외에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Africa”라는 곡으로 데뷔한다.
이 곡은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게 되는데, 특히 프랑스에서 “샹젤리제”를 불렀던 조 다생(Joe Dassin)이 “L’ete Indien”(Indian Summer)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해서 더욱 사랑을 받은 곡이었다.
1976년 알바트로스(Albatros)는 “Volo AZ 504”라는 곡으로 산레모 가요제에 참가해 3위를 차지하며 좋은 판매 성공을 거둬들인다. “Volo AZ 504”는 이탈리아항공 Alitalia의 고유 비행 넘버로 공항에서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을 담은 곡이다. 마치 영화같은 노래로 공항 대합실의 소음과 독백이 나오고 노래의 주인공 남녀의 대화가 이어지고 곡의 메인테마가 깔리며 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특이한 구성으로 만들어진 노래였다. 처음 들었을 때, 마치 영화 스코어처럼 느껴질 만큼 장면이 그려질 정도로 선명한 곡 구조와 분위기를 지닌 노래로 라디오에서 듣고 단번에 반한 노래였다.
솔로 활동
1978년 알바트로스(Albatros)를 떠나 솔로로 전향하며 TV쇼 프로그램 오프닝곡 “Donna Donna Mia”로 첫 솔로 히트곡을 발표하고, 1979년에는 작곡과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보이기도 한다. 아드리아노 셀렌타노(Adriano Celentano)의 1위 히트곡 “Soli”를 내기도 한다. 1980년에는 산레모 가요제에 출전하며 “Solo Noi”라는 노래로 대회 우승까지 차지하며 승승장구한다.
1983년 아드라노 셀렌타노(Adriano Celentano)를 위해 “L’Italiano”를 작곡해 줬는데, 노래는 마음에 들어했지만 후렴구 가사 “나는 진정한 이탈리아 사람입니다.”라는 부분이 불편하다며 부르길 거부했다. 토토 쿠투뇨는 자신이 이 곡으로 산레모 가요제에 출천해서 5위에 오른다. 그런데 이탈리아 해외거주자들이나 이민자들이 이 노래를 좋아하면서 이탈리아보다 국제적 히트작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이한다. 사실, 이 노래는 토토 쿠투뇨(Toto Cutugno)의 커리어상 최고의 히트곡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곡 활동
토토 쿠투뇨(Toto Cutugno)가 작곡한 노래들은 이탈리아는 물론 다른 유럽국가 프랑스나 스페인, 남미 쪽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프랑스의 조 다생(Joe Dassin)의 히트곡 중에는 “L’ete Indien”,“Et Si Tu N’existais Pas”가 토토의 작품이었다.
특히 “Et Si Tu N’existais Pas”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샹송으로 스위스 형제듀오 브라더 앤 브라더(Brother And Brother)가 영어로 번안해 “If You Did Not Exist”를 부른 버전이 90년대 초반 인기가 높았다. 이 곡은 [007 카지노 로얄]에 쓰이기도 할 정도로 많이 알려진 노래였다. 개인적으로도 이 멜로디라인을 굉장히 좋아한다. 뭔가 아련하며 상승감이 느껴지는 곡 구성도 나무랄데없이 너무 좋다.
그가 작곡한 노래로 앨범을 발표한 가수들로는 프랑스에서는 조 다생(Joe Dassin), 달리다(Dalida), 쟈니 할리데이(Johnny Hallyday), 미레이유 마띠유(Mireille Mathieu), 미셀 사르두 (Michel Sardou)등이 있고, 스페인에서는 미구엘 보세(Miguel Bose) “Super Superman”, 남미에서는 루이스 미겔(Luis Miguel)“Ragazzi Di Oggi” 등이 그의 작품으로 히트곡을 발표한다. 이외에도 이탈리아에서도 오르넬라 바노니(Ornella Vanoni), 질리오라 칭게띠(Gigliola Cinquetti), 파우스토 레아리(Fausto Leali) “Io Amo”, 리끼에 포베리(Ricchi E Poveri)“Canzone D’amore”등 다양한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2023년 향년 8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결국, 노래만 남는다고 본인이 발표한 노래는 물론이고 다양한 국제적 커리어는 그를 이탈리아 멜로디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로맨틱하고 가장 이탈리아적인 멜로디를 만드는 작곡가이자 70-80년대 이탈리아 대중음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인물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