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 Driver (베이비 드라이버) OST

얼마 전 IPTV로 박소담 주연의 <특송>이란 영화를 봤다. 예고편 만큼의 킬링 타임용으로는 기대이상이었다. 운전대를 쥐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여성 액션 히어로가 보여준 초반 10분의 오프닝 시퀀스는 기대 이상, 속도감 좋고, 아이디어와 좋은 전략을 택한 것 같았고 확실히 영화 초반을 몰아치며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물론 후반부의 개연성 떨어지는 스토리는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럼에도 카체이싱은 볼 만 했다.

그런데 보는 내내 한편의 영화가 계속 떠올랐다. 바로 2017년에 개봉한 <Baby Driver>였다. 솔직히 비현실적인 CG 범벅인 카체이싱 영화 <분노의 질주>시리즈와는 확실히 다른 결을 가진 영화가 <Baby Driver>였다. 구성이나 카체이싱 장면이나 모든 면에서 <특송>과 <Baby Driver>는 오버랩 됐다. 하지만 이 두 편의 가장 큰 차이와 아쉬움은 바로 영화 OST에 있다. <특송>에 멋진 노래들이 선곡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냥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베이비드라이브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자동차액션과 영화음악,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건 영화음악이다.

이 영화의 카피는 “모든 리듬이 액션이 된다! 베이비 드라이버”라고 포스터에 큼지막하게 써있다. 영화를 보고나면 이 카피라이터가 한 방에 이해가 된다. 범죄 액션 영화 같지만 사실은 음악이 메인인 뮤직비디오 같은 영화다. 대략 30곡 이상이 쓰였는데 극장에서 뮤직비디오 30편 정도를 본 느낌이다. 배경 음악이 이 영화 연출과 분위기의 8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상당히 크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였으니 할 말 다했다. <뜨거운 녀석들>,<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음악 중심의 액션 영화 시나리오를 2011년에 완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촬영 4년 전부터 3만 곡정도 들어있는 자신의 아이튠스 라이브러리를 뒤지고 뒤져 총 35곡의 플레이리스트를 작성했고 심지어 음악에 맞춰 대본을 재구성할 정도였다고 한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귀신같은 운전 실력을 갖춘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는 어린 시절 사고로 청력에 이상이 생겨 먹먹한 소리를 없애기 위해 항상 이어폰을 귀에 꽂고 산다. 음악은 필수며, 어떤 순간에든 음악을 들으며 생활한다. 범죄 현장에서도 음악을 들으며 차를 모는 베이비의 임무는 은행을 털고 나오는 조직원들을 경찰의 추격을 모두 따돌리고 안전한 곳으로 운송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베이비가 운명 같은 여자 데보라를 만나고 그녀와 새로운 인생으로의 탈출을 꿈꾸게 되는데 신출귀몰 운전 실력을 가진 베이비를 조직원들이 놓아줄리 없다. 그 속에서 갈등과 복수가 주 스토리다. 하지만, 스토리는 거들뿐 주인공은 따로 있으니 바로 앞서 언급했듯이 음악이다. 어떤 곡들이 어떤 장면에 어떻게 영화에서 쓰였는지? 귀를 잡아 끄는 필살선곡들 위주로 몇 곡을 살펴볼까 한다.

<특송>의 오프닝 시퀀스 10분이 눈을 잡아 끌 듯, <베이비 드라이버> 오프닝 시퀀스는 그야말로 그 어떤 카체이싱 영화보다 환상적이고 음악 또한 찰떡 선곡이 아닐 수 없다. 감독이 21살 때 들었던 노래 한 곡이 자동차 추격전에 최적화된 노래라 확신하고 가장 먼저 염두 해 둔 곡이 바로 오프닝 시퀀스에 쓰인 Jon Spencer Blues Explosion 의 ‘Bellbottoms’라는 곡이다. 바로 이 노래 한 곡으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시작됐다.

은행 앞에 빨간색 스바루를 세운 베이비가 아이팟 재생버튼을 누르자마자 1인 쌩 쇼가 시작된다. 생수통을 마이크 삼아 노래 부르고 핸들을 쓰다듬고 와이퍼를 작동시키고 고개를 까딱이다 에어기타를 연주한다. 사실 이 영화의 백미가 이 전반부 강도 도주 장면과 중후반부 추격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신나게 리듬을 탄다. 제작사는 이 장면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이 도입부 영상이 영화보다 먼저 선 공개됐고, 유튜브 조회수를 장난 아니게 높였고 아울러 그 어떤 예고편보다 높은 관심을 받았다.

두 번째 인상 깊은 장면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장면이라면 주인공의 커피 심부름 롱테이크씬이다. 무려 30번 가까이 리허설과 촬영 끝에 완성된 장면이라고 한다. 쓰인 곡은 Bob & Earl의 “Harlem Shuffle”이다. 행인들이 스쳐가고 개가 등장하는 타이밍, 주인공의 걸음걸이, 인물의 동작과 사물의 구도, 주변에 들려오는 소리까지 이 노래의 비트에 딱딱 맞아떨어진다. 라라랜드 오프닝 시퀀스만큼이나 웬만한 뮤지컬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심지어 몇 년 뒤 원빈이 광고하는 커피광고에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똑같은 곡을 쓰면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곡이 궁금하시다면 바로 들어보시라. ‘아! 이 노래!!’ 할거다.

개인적으로 감독이 얼마나 많은 곡을 고르고 골랐는지 선곡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장르불문 다양한 곡들을 들었는지 느껴지는 선곡이 있다 바로 Dave Brubeck의 “Unsquare Dance”다. 작당모의 회의 때, 이어폰 끼고 음악을 들어도 모든 계획을 암기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이 곡이 쓰였는데 재즈선율의 리드미컬한 피아노가 흘러나오고 회의 중에 피아노 치는 모습을 흉내 내며 딴 짓 하는 모습으로 비춰진 주인공에게 계획을 읊어 보라는 조직원들에게 속사포 대사를 시전하는 장면에 쓰였다. 짧고 임펙트 강한 선곡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OST를 무조건 구입하고 싶어지는 음반들이 있다. 바로 <Baby Driver> 이 영화의 OST가 그렇다. 앞서 소개한 노래 외에 Commodores의 “Easy”,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노래로 T.Rex의 “Debora”, Beck의 “Debra”도 주목할 트랙이고, 영화에서 종종 쓰이는 70~80년대 클래식록 중에 멋진 훅을 지닌 음악으로 Hocus Pocus의 “Focus”, Golden Earing의 “Radar Love”, Queen “Brighton Rock” R&B 넘버인 Barry White의 “Never, Never Gonna Give You Up”이 귀를 잡아 끈다. 그리고 영화 제목은 Simon & Garfunkel의 “Baby Driver”에서 가져왔다.

TV채널을 돌리다 가끔 케이블TV에서 이 영화를 방영하면 나도 모르게 넋 놓고 보고 또 보게 된다. 그리고 늘 매번 음악선곡에 감탄한다. “모든 리듬이 액션이 된다!” 이 말이 진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쁜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Baby Driver> 속편은 이미 확정됐고, 최근 공식 보도를 통해 남녀 주인공도 그대로 출연하기로 했고 시나리오도 완성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건 역시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OST 선곡이 그 무엇보다 기대된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비트와 리듬이 감각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액션과 합을 맞춰낼지 생각만으로도 짜릿하다.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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