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y Paul – 360 Degrees

Mrs.(미세스) 호칭은 결혼한 여성을 의미한다. 남편이 있는 여성, 누구 부인을 말하지만, 노래 속에 등장하는 Mrs.는 보다 성숙한 여인, 야릇한 분위가 먼저 연상이 된다. 이런 므흣 야시시한 느낌은 준 노래가 두 곡 있는데, 예상 가능하듯 첫 번째 곡은 Simon & Garfunkel <Mrs. Robinson>이었다. 당연히 영화 ‘졸업’에 로빈슨 부인이 생각나며 우리의 로빈슨 부인은 젊은 대학생 총각 더스틴 호프만을 꾀어내어 바람을 피운다. 이 와중에 이 철없는 총각은 로빈슨 부인의 딸과 사랑에 빠지는 막장도 이런 개막장이 없는 스토리다. 거기에 그 딸과 줄행랑까지 친다. 학습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Mrs. 가 들어가는 두 번째 곡은 Billy Paul(빌리 폴)의 <Me & Mrs. Jones>다.

‘나와 존스부인이라… 뭔가 냄새가 난다.’ 음… 가사를 한 번 보면, Me And Mrs. Jones, We Got A Thing Going On~We Both Know That It’s Wrong, But It’s Much Too Strong~ 궁시렁 궁시렁~~나와 존스 부인, 우린 뭔가 있어요 이건 아니라는 걸 둘 다 알죠. 그런데 너무 강력해요어쩌고 저쩌고 룰루랄라 우린 뭔가 일을 쳤내 쳤어.

‘나 바람났네’라고 자기 독백하는 노래다. 이 두 곡 때문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소지가 다분해졌다. 노래 속에 나오는 [Mrs.= 외도, 바람났네, 바람났어.]가 됐다. 두 곡의 공통점은 둘 다 빌보드 1위를 찍은 곡 들이다. 바람 난 내용의 곡들이 68년에 72년에 각각 3주씩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영화의 히트와 곡들이 좋았기 때문이겠다.

그런데 여기에 사이먼앤가펑클은 잘 알겠는데 빌리 폴이란 가수는 생소하다. 나름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 당시 포크 음악이 국내에 더 많이 알려졌고 흑인 소울 음악들은 덜 알려졌을 뿐이다. 물론 음반으로 접하기 쉽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겠다. 빌리 폴 이 양반을 소개하자면 필라델피아 소울에 대해 조금 짚고 넘어가야 한다.

Philadelphia Soul(필라델피아 소울) 줄여 Philly Soul(필리소울)이란 Soul의 하위 장르가 있다. 말 그대로 필라델피아 지역의 흑인들이 만들어낸 소울사운드를 필리소울이라 했고, TSOP(The Sound Of Philadelphia)라고도 불렀다. 펑크의 영향과 풍부한 악기 편곡이 특징으로 간간이 조미료처럼 등장하는 현악파트의 등장과 재즈에서 확실히 영향받은 날카로운 브라스혼파트가 특징이다.

이 필리소울이 중요한 이유는 1970년대 후반 전 세계를 강타한 디스코의 모든 사운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거다. 케니 갬블, 레온 허프같은 프로듀서들이 만든 사운드와 영향 받은 음악인들을 통칭해 필리소울이라고 불렀는데 바로 Billy Paul(빌리폴)도 여기에 해당한다.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서 이 지역을 토대로 음악 활동을 시작, 초기 필리소울을 세계적으로 알린 인물이라 하겠다.

<Me & Mrs. Jones>가 1972년에 발표됐고, 그해 말 3주 동안 1위를 차지했고 200만장이 팔려나갔다. 또 이 노래로 그래미에서 최우수 남성 R&B 보컬상을 받았다. 이 음반을 처음 본건 1993년경 빽판이었다. 그 뒤 아는 형님이 소장한 원반을 빌려 공테이프에 녹음을 떠서 한동안 들었다. 그리고 1997년경 수입CD를 구했고, 7~8년 전 쯤에 미국 초반을 입수했다. 음반 한 장 구하는데 도대체 몇 년씩 걸리는지?

이 앨범이 특이한 건, 총 8곡 중 3곡이 유명 리메이크곡이다. Carol King – <It’s Too Late>, Al Green – <Let’s Stay Together>, Elton John – <Your Song>같은 당시 발표한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노래들을 필리소울 스타일로 리메이크해서 수록했다.

기본 박으로 깔고 가자는 전략 같은데 이색적이며 편곡이 훌륭하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히트한 노래는 <Me & Mrs. Jones>가 되겠다. 비공식적으로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곡은 <I’m Just A Prisoner>라는 8분짜리 대곡이다.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길래, 난 죄인이라고 아주 구구절절 절규하며 부른다. 이 정도 고해성사면 죄를 사해주고 싶을 정도다.

당시 유행한 싸이키델릭 소울의 영향도 느껴진다. 빌리 폴의 목소리는 감미롭고 소울풀하다. 마치 목소리가 쉰 듯 하면서도 뭔가 헐렁하면서도 설렁설렁 부르다가도 흑인 특유의 쥐어짜듯 절창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 곡은 Michael Buble 가 리메이크 하기도 했었다. 이 친구 처음 나왔을 때 젊은 친구가 토니베넷 같은 늙은이 목소리 나는 특이한 친구구만 했던 기억이 난다.

노래 한 곡을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피와 땀이 노력이 고스란히 담기고 그에 따른 시간도 녹음 된다. 헛으로 만든 앨범은 아마 없을거다. 그리하여 세상에 내놓으면 그 뒤에는 듣는 사람의 몫이다. 시대를 바꾼 명곡도 널리고 널렸지만, 알려지지 못하고 묻히는 곡 또한 부지기수다. 노래의 운명이란 참으로 묘하다. 그시대에 받아들여지지 못하더라도, 뒤늦게 빛을 발하는 곡도 있고 시간이 지나 촌스롭거나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는…어떤 평가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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