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가 부르는 노래
드러머가 드럼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참 매력적이다. 배철수가 활주로밴드 시절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부른 <탈춤>에서 드럼을 치면서 노래를 한다. 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과 윈디 시티(Windy City)의 김반장 역시 드럼과 노래를 동시에 해낸다. 드럼은 리듬악기로 리듬과 박자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노래는 멜로디를 쫓아가야한다. 멀티가 가능해야겠지만, 이 둘을 함께 한다는 것은 머리와 입이 따로 놀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드럼을 연주하며, 노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을 분명 아니다. 그런데, 드러머가 낸 앨범들이 생각보다 많다. 드러머의 솔로앨범을 대충 꼽아 봐도 국내에선 배호, 들국화 주찬권, 이무송, 김흥국, 드러머 김민기, 남궁연이 떠오른다.
외국의 경우는 재즈드러머 아트 블랙키(Art Blakey)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팝과 록에선 이글스(Eagles) 돈 헨리(Don Henley), 비틀즈(Beatles) 링고 스타(Ringo Starr), 제네시스(Genesis) 필 콜린스(Phil Collins), 퀸(Queen) 로저 테일러(Roger Taylor), 카펜터즈(Capenters)의 카렌 카펜터(Karen Carpenter), 코지 파웰(Cozy Powell), 진저 베이커(Ginger Baker)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물론 지금 얼핏 떠오르는 정도가 이정도니 분명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버디 마일즈 (Buddy Miles)
그리고 여기에 절대 빠지지 않는 한명의 거구가 있다. 바로 버디 마일즈(Buddy Miles)다. 처음 생긴 모양을 보면 엄청난 파워드러머의 느낌이고 살찐 쌉쌀개의 풍채와 위용을 자랑한다. 이 양반이 세상에 이름을 떨쳤던 결정적인 순간은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Band Of Gypsys의 멤버로 참여하면서 부터다.
버디 마일스 익스프레스(Buddy Miles Express), 버디 마일스 밴드 (Buddy Miles Band)를 결성해서 활동을 이어갔고 산타나(Santana)와 친분을 유지하며 같이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될 성 싶었던 이 양반은 이미 10대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냈는데 당시 인기 있었던 델포닉스(Delfonics)와 윌슨 피켓(Wilson Pickett)과 함께 R&B, 소울 음악을 연주했었다.
지미 헨드릭스와의 만남
16살에 몬트리올의 한 쇼에서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cks)와 만났고 서로를 알아봤다고 한다. 이때 잼 세션 멤버로 참여하며 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후 지미 헨드릭스와는 이때부터 인연을 이어가고 <Electric Church>에서 4개의 트랙을 프로듀싱 해 줬다.
Them Changes Buddy Miles
버디 마일즈의 최고의 시그니쳐 송은 단연 그들의 변화 <Them Changes>다. 사실 이미 여러 차례 잼과 라이브에서 이 곡을 들려줬지만 정규 앨범에 녹음 수록한 것은 1970년 앨범에서였다. 지미 핸드릭스 Band Of Gypsys와 이 곡을 녹음했고 앨범이 완성 단계로 갈 무렵 지미 헨드릭스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가사 내용은 짝사랑하다 마음을 들키고 무시당하지만 그런 그녀를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다소 구질구질한 내용인데 리듬과 보컬은 신나는 노래다.
1970년대 말 자동차 절도 사건으로 감옥에 갔다 오기도 했다. 이 앨범에서 추천 하고 싶은 노래가 4곡정도 있다. 당연히 시그니쳐송 <Them Changes>와 닐영(Neil Young)의 노래 <Down By The River>를 리메이크했는데 닐영과는 너무 다른 스타일로 곡을 아예 바꿔버렸다. 닐영 버전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버전을 더 선호한다. 그 외에도 <Memphis Train>와 발라드 곡 <I Still Love You, Anyway>을 좋아한다.
드럼, 기타, 프로듀싱, 노래까지 잘 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풀린 것 같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이 앨범은 날 것 그대로의 사운드와 버디 마일즈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