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M : Jan Garbarek – Officium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중세 합창 음악인 그레고리안 성가와 재즈가 협연해 이런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그레고리안 성가에 색소폰 소리가 들어가며 간절히 기도하듯, 신음하듯, 허공에 음향을 던져 놓듯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장르의 결합은 충격 그 자체였다. 과장해서 얘기하면 클래식 애호가든 재즈 애호가든 둘 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둘의 만남이 신선하면서도 신비하고 아름답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무반주 남성 4중창단의 신비에 싸인 목소리에 얀 가바렉(Jan Garbarek)의 명징한 색소폰 소리가 색을 입히며 때로는 장엄하게 울리는 연주는 그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했다. 사실 그 계기는 우연한 즉석 공연에서 시작됐고 중세 합창음악과 재즈의 만남은 ECM의 베스트셀러 앨범 중 하나가 됐다. 얀 가바렉(Jan Garbarek)의 <Officium> 앨범이야기다. 1994년 9월 ECM 레이블에서 발매된 획기적인 앨범이었고 노르웨이 색소폰 연주자 얀 가바렉(Jan Garbarek)과 영국 남성 보컬 4중주단 힐리아드 앙상블(Hilliard Ensemble)이 함께한 독특한 콜라보레이션 앨범이었다. 

얀 가바렉(Jan Garbarek)과 힐리아드 앙상블(Hilliard Ensemble)의 협력은 ECM Records의 창립자인 만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의 주도로 1993년에 시작됐다. 아이허(Eicher)는 자신의 ECM 레이블 창립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뭔가 특별한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에서 얀 가바렉(Jan Garbarek)과 힐리아드 앙상블(Hilliard Ensemble) 간의 만남을 주선한다.

단지 아이허(Eicher)의 머릿속에만 있던 의심스러운 작은 아이디어로 출발한 이 첫 만남에서 아티스트들은 빠르게 함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힐리아드 앙상블(Hilliard Ensemble)의 사서인 존 포터(John Potter)는 스페인의 클래식 작곡가 모랄레스(Morales)의 “Parce Mihi Domine”를 포함한 몇 곡의 레파토리를 가져왔다. 네 명의 성악가가 “Parce Mihi Domnie”을 부르기 시작하자, 그들 앞에 서 있던 얀 가바렉(Jan Garbarek)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색소폰을 들고 연주에 스윽 하고 끼어든다. 이 즉석 공연은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얀 가바렉(Jan Garbarek)의 즉흥 연주에 대한 힐리아드 앙상블(Hilliard Ensemble)의 반응은 놀라움과 감탄이었다. 사전 준비나 악보 없이 자신의 색소폰 멜로디와 보컬 하모니를 귀에만 의존해서 듣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노래의 키를 맞춰 색소폰 소리를 혼합한 형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매료시켰다. 색소폰은 단순히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앙상블의 4명의 멤버 외에 5번째 성부가 되어 성악가들과 음악적 대화를 나누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들의 협연이 끝났을 때 완전한 침묵이 흘렀고, ECM 창립자 만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는 눈물을 흘리며 그들에게 달려가서 “얘들아, 우리는 이것을 가능한 한 빨리 녹음하자.”라고 했다. 

성가는 유럽 수도원 수도사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천 년 이상 불러진 노래다. 교황 고레고리오 1세가 유럽에 흩어져 구전되던 성가를 7세기 초부터 공식 채보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는데 아마도 기록된 것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일 것이다. 그레고리안 성가는 기본적으로 가톨릭교회의 예배음악이다. 남성 성가대가 라틴어로 된 가사를 단선율로 불렀고 후에 다성음악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레고리안 성가가 서양 클래식 음악의 원천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그레고리안 성가에 재즈 색소폰을 가미한 독특한 해석으로 음악계에 충격에 빠뜨린 음반이 바로 <Officium>이다. 노르웨이 출신 색소폰 연주자 얀 가바렉(Jan Garbareck)은 키스 자렛(Keith Jarrett)의 제일 잘 알려진 곡 “My Song”에서 색소폰을 연주했던 인물로 ECM을 대표하는 재즈 색소폰 주자였다.

여기에 영국 무반주 남성 4중창 힐리아드 앙상블(Hilliard Ensemble)의 만남으로 <Officium> 앨범녹음으로 이어졌는데 오피시움(Officium)은 수도원에서 매일 여덟 번 일정 시간에 행하는 수도자의 기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앨범 타이틀 오피시움(Officium)과 딱 맞아떨어지는 장소에서 녹음이 이뤄진다. 1993년 9월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 중에 위치한 ‘Propstei St. Gerold’ 수도원에서 녹음됐다. 힐리어드 앙상블(Hilliard Ensemble)의 그레고리안 성가, 초기 다성 음악, 르네상스 시절의 모테트를 포함한 고음악과 고전음악을 녹음하기에는 정말 최적의 장소였다.

4중주가 합창하면 얀 가바렉(Jan Garbarek)이 자유롭게 재즈 색소폰 연주를 덧입히며 그들의 음악과 결합하는 형태로 녹음이 이뤄졌다. 주요 레퍼토리로는 이 두 팀이 처음 만나 연주한 스페인의 작곡가 모랄레스(Morales)의 곡부터 프랑스의 기욤 뒤파이의 다성 음악 같은 12~16세기 전례 작품이 포함되어 있었다. 

녹음은 수도원 특유의 울려 퍼지는 음향효과까지 함께해 더없이 영롱하고 경간하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음향적인 측면에서 수도원이란 공간은 추가적인 악기가 되어 전체적인 사운드를 향상시켰다. 색소폰 소리가 때로는 목소리 위로 솟아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눈에 띄지 않게 든든하게 받쳐주기도 하며 총 15개의 트랙을 녹음했다. 특히 첫 번째 트랙에서 노래하고 연주한 모랄레스(Morales)의 “Parce Mihi Domine”는 3개의 테이크(Take)가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테이크(Take)마다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지만 어느 것이 베스트 트랙이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고 녹음하면서 앨범에 단 한 곡만 넣기에는 분명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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