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manuelle (엠마뉘엘) OST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난~나나 “두 시의 데이트 김기덕입니다.” 아니 언제적 김기덕이냐 싶겠지만, 내가 처음 “두 시의 데이트”를 들었을 때 DJ는 확실히 김기덕이었다. 시그널 뮤직은 Emmanuelle OST.

‘두 시의 데이트’의 시그널 뮤직으로 잘 알려진 노래는 ‘Emmanuelle’ 이란 곡이다. 이 음악은 프랑스 에로 영화 <엠마뉘엘>의 주제 곡인데 확실히 밝히지만, 이 영화는 정말로 못 봤다. 아니, 볼 수가 없었다. 1974년 작품이 처음 개봉했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고, 이 영화가 전 세계를 돌고 돌아 우리나라에 어렵게 어렵게 필름이 가위질 되어 90년대에 정식 국내 개봉 했을 때는 나는 미성년자였다.

이후 비디오로 빌려 볼까 말까를 망설였지만, 낯이 그리 두껍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 에로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순전히 음악 때문에 알게 된 영화다. 그래서 영화는 못 봤지만, 음반 만큼은 냉큼 구매했었다. 오롯이 음악 자체가 너무 좋아서였다. 당시 유럽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 에로틱 영화의 주제 곡과 테마 곡은 좋아도 너무 좋은 멜로디를 지닌 곡이 많다.

이 엠마뉘엘의 테마 곡은 프랑스 낭만이 넘쳐 나는 아름다운 멜로디에 정신이 혼미했었고 한 곡, 한 곡이 귀를 당기는 마성의 음반이라 확신한다. 여주인공 실비아 크리스털은 “음~ 뭐랄까? 아~~그냥 아름다운 여신 같은 자태가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훔쳐버리기에 충분했었다.” 당시 사춘기 소년들의 심장에 얼마나 많은 방망이 질을 했을까? 이 누님은 네덜란드가 고향이고 17살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했는데 1974년 이 영화 엠마뉘엘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참고로 이 누님이 에로 영화에 정말 많이 출연해서 백치미 여배우로 알려졌지만, 실제 아이큐가 164로 4학년을 월반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고 하고, 5개 국어에 능통해 실제로 이들 언어로 된 영화에 모두 출연했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건 11살 때부터 헤비 스모커였는데 2012년 후두암이 전이되어 폐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영화는 못 본 관계로 자료를 조금 찾아봤더니, 상상 이상으로 므흣한 영화다. 외교관과 외교관 부인의 자유분방한 성적인 일탈을 다룬 내용으로 거의 포르노 수준이라 많은 나라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상영금지와 원작 소설의 출판금지까지 내려졌고, 미국에서도 X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차례 수입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불가판정을 받았고, 정식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불법 비디오를 통해 볼 사람만 몰래 보는 상황이 이어졌고, 제작된 지 20년이 지난 1990년대 초반 많은 부분을 삭제하거나 흐리게 블러 처리해서 겨우 개봉됐었다. 그리고 개봉에 발맞춰 OST 발매까지 이뤄졌다.

라이센스 음반은 실루엣이 보일 듯 말듯 잠옷을 걸치고 있지만, 나중에 안 사실은 그냥 충격이었다. 원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반신 누드가 오리지널 재켓이었다. 국내 라이센스로 발매된 음반만 잠옷을 입혀놨다. 당시 희지라는 레코드회사에서 발매됐는데, 리터치가 예술이다. 아주 감쪽같다. 아마도 음반 발매를 하기 위해서는 꼭 심의규정을 준수해야 했던 시기라, 영혼을 갈아서 만든 재켓 리터칭이 있었으리라 짐작만 할 뿐이다. ‘아니 이럴 거면 차라리 아예 시꺼먼 옷을 입혀 놓을 것이지?’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음악 얘기를 조금 더 하자면 “거울 속의 엠마뉘엘”, 이 멜로디만으로도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는 음반이고 노래도 각각 영어, 프랑스어 버전이 수록되어 있고 주 멜로디가 변주되면서 A면과 B면을 가득 채우는데, 멜로디 하나는 정말이지 예술이다. 거기에 앨범 재켓은 아름다운 미술작품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그리고 반드시 수입 음반으로 소장하길 추천한다. 재켓 만족도가 그 어떤 앨범보다 높은 소장 욕구를 높여준다.

이후 엠마뉘엘 속편이 나왔는데 1편에 못지않은, 어쩌면 그 이상의 에로티시즘 영상 미학을 구현해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리고 1, 2편의 흥행에 힘입어 3편인 ‘굿바이 엠마뉘엘’도 나왔는데 3부작의 마지막답게 성적 일탈의 허무함을 표현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나 싶었는데,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엠마뉘엘이란 이름이 갖는 흥행성 때문에 엠마뉘엘 시리즈가 끝도 없이 나오게 된다. 시리즈만 10편이 넘었고 번외편과 이름만 가져다 쓴 작품을 합치면 몇 십 편이 넘었다고 한다. 007시리즈도 아니고 거기에 엠마뉘엘이 무슨 사골곰탕도 아니고 끝도 없이 우려먹었으니 뒤에 나온 작품들은 거의 괴작으로 평가받았다.

엠마뉘엘 음악을 얘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영화음악가가 바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영화음악가 피에르 바셀레(Pierre Bachelet)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멜로디와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이 특징적이다. 엠마뉘엘 OST의 성공으로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었고, 이후 다양한 영화음악과 광고 음악으로 영역을 넓혀 활동했었다. 영화의 분위기와 감정을 멜로디 하나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영화에 깊이와 감동을 더 하는 역할을 했었다. 이 양반 멜로디 뽑아내는 실력을 한번 들어보시라. 피에르 바셀레는 이후 엠마뉘엘 5편과 7편의 영화음악을 다시 맡았다. 물론 그 음악들은 안 들어봐서 모르겠다.

그런데 1편의 흥행에 힘을 얻었는지 영화음악가가 피에르 바셀레에서 더욱 더 이름이 알려진 영화음악가로 바뀐다. 2편의 영화음악은 프랑시스 레이(Francis Lai)가 영화음악을 담당했다. 이 프랑시스 레이는 영화 <남과 여>, <러브스토리>, <빌리티스>등 40년간 활동하며 100편이 넘는 영화와 600곡이 넘는 음악을 작곡한 양반이다.

이처럼 포르노에 가까운 에로영화 엠마뉘엘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영화음악 거장 피에르 바셀레와 프랑시스 레이를 만나 한 단계 도약하는데,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이 극대화된 에로티시즘의 끝판왕으로 태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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