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노래가 한 곡이 불현듯 떠올랐다. 귓가에 계속 맴돈다. 정말 듣고 싶은데 어떻게 들어야 할까? 고전적인 방법은 라디오 주파수를 찾아 노래가 나오길 기다렸을 것이고, 적극적인 분이라면 신청곡 엽서를 방송국에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온 노래를 공테이프에 녹음해서 듣기도 했을 것이다. 또, 용돈으로 카세트테이프를 구입했다면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을 것이다. Guardians Of Galaxy OST 소개.
음악매체의 변화
좀 더 감성적이라면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리고 좋아하는 트랙에 바늘을 살포시 내려놓았을 것이다. CD라면 리모컨으로 반복 재생했을 것이다. 컴퓨터에 MP3 같은 파일로 저장해 놓았다면 듣고 싶을 때마다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언제든 들을 수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좋아하는 곡들을 넣어서 늘 이어폰을 꽂아 듣는다. 현재 가장 앞선 매체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인터넷만 된다면 언제든 듣고 싶은 노래를 질릴 때까지 들을 수 있다.
음악을 담는 매체도, 음악을 재생하는 도구도 꾸준한 발전을 이뤄왔다. 그런데 갑자기 드는 궁금증이 하나 있다. 다음 세대는 어떤 매체가 등장할지 혹은 먼 미래는 어떻게 음악을 들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또 다른 어떤 매체나 도구가 등장한다면 도대체 어떤 형태가 될까?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도 그 노래가 내 귓가에 들리는 시대가 언젠가 오지 않겠는가? 정말 궁금하다. 적어도 인류가 더 이상 음악을 듣지 않는 시대가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이에 대한 뜻밖의 답이 영화 한 편에 등장했다. 2014년에 제작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다. 아주 먼 우주를 배경으로 이 영화는 다양한 종족들이 등장하고 재미있는 요소들을 지닌 SF영화다. 영화도 정말 잘 만들었지만,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잡거나 귀를 잡아끄는 건 바로 이 영화의 OST였다.
Guardians Of Galaxy OST 소개
첫 장면에 10 C.C – I’m Not In Love가 흘러나오고 ‘음악 선곡이 범상하지 않네’라고 느낄 즈음에 주인공 스타로드의 유일한 애장품이자 엄마의 유품이기도 한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 1집 (Awesome Mix Vol. 1)> 이 등장한다. 그것도 공테이프에 녹음한 엄마가 좋아하던 팝송 모음집이다. 아니 SF영화에 골동품 같은 카세트테이프라니 이 무슨 생뚱맞은 설정이란 말인가? 먼 미래에 주인공은 어떤 새로운 장치도 아닌, 우리가 예전에 듣던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있었다. 그것도 소니에서 나온 워크맨으로 듣고 있는 게 아닌가?
진정 레트로한 구성이다. SF영화인데 순간 ‘건축학개론’과 ‘라붐’의 헤드폰 장면과 겹친다. 공테이프에 좋아하는 곡들을 녹음해 놓은 테이프를 주인공이 귀에 꽂고 전 우주를 누비고 다녔다. 극 중 이 소니 워크맨과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위기의 순간에도 이 테이프를 찾기 위한 주인공 스타로드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심지어 외계인도 그 테이프를 탐낸다.
영화의 배경이 우주이고 외계인들이 나오는 영화에 녹음된 공테이프도 웃겼지만 7, 80년대 올드팝들의 선곡이라니? 살짝 어처구니없을 때 장면 곳곳에 등장하는 올드팝들은 놀랍게도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준다. 영화 속 적재적소에 등장하여 관객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건 물론이고, 상황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가사와 멜로디로 시너지를 발휘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감옥을 탈출하는 장면에서는 루퍼트 훔즈의 Escape (The Pian Colada Song)이, 영화후반부에는 Jackson 5 – I Want You Back이, 주인공들이 역경을 이겨내고 해피엔딩에 다다랐을 때 마빈게이의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등이 쓰이는 식이다. 참으로 영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게 무슨 SF영화야? 음악영화야?’ 뮤직비디오의 탈을 쓴 SF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우린 그 시대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장치로 추억의 노래들을 사용하여 영화 속 시간을 그 시절로 돌려놓았던 영화나 드라마를 무수히 봐 왔다. 예를 들면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삽입된 노래들이 추억 샘을 자극하며 그때의 감성을 끌어내기도 하고, 새로운 세대에게는 예전의 풋풋함을 전해줘 왔다. 그런데 이 영악한 영화 ‘가디언즈 어브 갤럭시’는 한 발 더 뛰어 미래라는 배경에 올드팝을 배치했다.
이 영화가 개봉하고 영화 OST는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등극했었다. 말 그대로 끝내주는 노래 모음집 1집 속 과거 노래들이 현재로 소환되었다. 미래가 과거를 끌고 와 현재에 펼쳐놓은 모양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상적이었던 것은 디지털화된 우주와 미래의 모습을 아날로그로 채우려는 점이었다. 음악 선곡과 추억 속 물건들을 보여주며 아날로그 감성을 슬그머니 자아낸다. 요즘 불고 있는 레트로 열풍은 이미 이런 식으로 우리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10년 전후로 본 영화 OST 중 음악 선곡이 가장 훌륭한 영화로 기억된다. 1편>2편>3편 순이지만, 이 끝내주는 어썸믹스테이프는 정말 끝내준다.
상상해 보라! 2050년쯤 먼 미래에 어느 곳, 서울이거나 달이나 화성 정도가 배경인데 우리가 예전에 듣던 7080 가요들이 예로 신중현, 산울림, 송골매, 조용필 등등 숨은 명곡들이 황량한 미래를 배경으로 흘러나온다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엄마의 <끝내주는 노래 모음 테이프>가 계속 아른거린다. 아마 이런 걸 만들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 테이프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지, 노래 선곡은 물론이고 공테이프의 종류부터 재질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테이프에 제목까지 결정해야 했었다. 실제로 이 영화 후속편들에서도 엄마의 ‘끝내주는 노래 모음’ 2집이 나온다. 3편에선 한 발 더 나아가 욘두가 스타로드에게 남긴 mp3플레이어 ZUNE까지 등장한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늘 매년 업그레이드되어 나타난다. 더 센 빌런이 등장하고 무기의 성능과 캐릭터들도 파워업된다. 컴퓨터 그래픽의 활용은 더 근사한 볼거리 이상을 선사해왔고 첨단 디지털로 불가능할 것 같은 화면을 펼쳐 보이며 눈을 현혹한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익숙한 아날로그 소품들을 슬그머니 끼워 넣는다. 요즘 영화 중에는 이런 설정을 자주 볼 수 있고, OST 중에서도 이런 선곡을 자주 볼 수 있다. 영특한 발상과 절묘한 선곡이 영화를 좀 더 극적으로 만들어 가고, 영화를 소비하고 난 후에도 그 OST는 계속 맴돈다.
<끝내주는 음악 모음 1집, 2집, 3집> 전곡을 무조건 추천한다.
오늘은 가디언스오브갤럭시 ost 들으면서 퇴근해야겠네요~~주크박스의 범위를 늘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