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Francois Maurice – 28° A L’ombre (Monaco)

장 프랑수아 모리스의 모나코 Monaco 라는 샹송이 한 곡 있다. 한 번 쯤 들어본 노래일 것이다. 웬 느끼한 아저씨가 굉장히 중후한 중저음으로 읊조리며 “모나코(마나코로 들린다)~ 라뜨레 비위 알롬브레 어쩌고저쩌고~”  불어로 구시렁구시렁 내레이션을 하면 약간은 퇴폐적이며 섹시한 여성이 노래를 한다. “나나나나나~~~나나나~~ 느 띠 히앙~~ 어쩌고저쩌고~~”

Monaco 원래 제목은?

원래 제목은 모나코 Monaco 가 아니다.

<28℃ A’ Lombre (28℃ 그늘 아래서)>가 원 제목이다. 

느끼한 아저씨가 장 프랑수아 모리스고, 여성이 상트로페라는  그룹의 여성 보컬이었다. 이 노래만 들으면 피식 웃음이 난다. 평생 LP 들으며 제일 멍청했던 일이 생각난다. 30년 전 LP 판을 처음 모으기 시작하던 때, 용돈 생길 때마다 비싼 CD는 못 사고 LP 판을 한 장 한 장씩 사 모았다. 처음 10장이 어느새 20장이 되고 50장-100장이 모였다. 컬렉션이 한 장 한 장 늘어나는 재미와 청소년기 감수성 터지던 시절 듣던 음악들은 얼마나 감성 터지고 달콤했겠는가? 

참고서 산다고 삥땅쳐서 음반 사고, 저녁 석식비 띵겨서 라면 먹으며 음반 사던 시절이었다. 고2 정도로 기억되는데 단골 음악사 사장님이 추천해 준 수입 LP가 한 장 있었다. 당시 라이선스 LP도 감지덕지인데 수입 LP를 처음 산 것이 바로 장 프랑수아 모리스의 <모나코 Monaco> LP다. 

물론 두 눈을 휘어잡은 건 너무나 므흣하고 멋진 앨범 재킷 덕분이었다. 혹시 부모님이 사 온 LP 재킷을 볼까 죄지은 듯 검정 비닐에 잘 넣어서 집에 몰래 들고 들어왔고 턴테이블에 음악을 올려놓고 듣는데, 내가 지금껏 들었던 노래랑 달라도 너무 달랐다. 똑같은 멜로디에 여자가 불렀던 노래를 남자가 부르는 것이 아닌가? 

속으로 ‘아~대박!!! 이 노래 원곡이 따로 있었네~~ 바로 이 버전이 원곡이구나~ 

와 사람들은 이 노래가 원래는 남자가 부른 버전이 있는 줄 아무도 모르겠지~~’ 

그렇게 1년 정도 틈 날 때마다 들었고, 세상 사람들 모르는 혼자만의 숨은 보석 같은 명곡을 감상하듯 자주 들었다.그런데 1년 뒤 충격을 받고 말았다. 단골 음악사에서 아는 동네형이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는 걸 듣는데 그 형 왈 

“어떤 멍청이 가 모나코 Monaco 앨범이 45RPM인데 그걸 33RPM에 돌리며 좋다고 듣고 있는 거야~ 살다 살다 그 소리를 들어보면 모르나 늘어진 소리를 그걸 귀라고 달고 다니냐?”

속으로 ‘앗 이게 무슨 소리지?’  그때 처음 알았다.

턴테이블에 33과 45 RPM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45RPM 음반을 처음 구입한 것이 하필 장 프랑수아 모리스 앨범이었고 그걸 33RPM에 돌리며 늘어진 노래를 듣고 있었다는 것을… 사실 이상하긴 했었다. 

보통 LP에 음악이 A 면, B 면 각각 3~5곡 사이에 수록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앨범은 A 면 한 곡, B 면 한 곡 밖에 없는 것이었다. 물론 속으로 욕을 하긴 했었다. 달랑 두 곡을 들어간 앨범을 수입 원반이라고 당시에 몇 천 원 더 비싸게 주고 산 것이 배는 아팠다. 집에 달려가 33RPM을 44RPM으로 돌리니 그제야 남자가 노래하던 부분이 여성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가끔 라디오에서나 TV에서 이 노래만 나오면 그냥 웃음이 난다. 과거 멍청이 시절이 떠오르며, LP 들으며 가장 황당했던 일로 기억된다. 1년 넘게 늘어진 노래를 들으며 좋다고 한 내 모습과 당시 그 동네 형의 말을 듣지 못했다면 지금도 난 33RPM에 이 노래를 들으며 원곡은 남자가 부른 버전이라고 빠득빠득 우기고 다녔을 것이 아닌가? 그 뒤 33, 45, 75 회전을 꼭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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