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k De Caro – Love Storm

Nick De Caro Story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챠트가 있다. 엘비스(Elvis), 비틀즈(Beatles) 이후 확실히 팝시장의 주체는 10대들이었다. 그런데 그 이전세대들이 음악을 안 들었을 리도 없고 어른들은 도대체 뭘 들었을까?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냇 킹콜(Nat King Cole), 페리 코모(Perry Como) 등의 스탠다드 팝과 재즈를 들었지만, 이 양반들 연세들이 있다 보니 뭔가 새로운 대안이 등장하는데, 그게 바로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소프트 록(Soft Rock) 등 편안하게 감상 할 수 있는 성인 취향의 팝 음악 스타일이었다. 멜로디, 보컬의 하모니에 중점을 두며 대부분 따라 부를 수 있고 기억하기 좋은 벌스와 코러스를 가지고 있었다.

196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이지리스닝 음악은 확실히 10대들의 로큰롤과 구분되어야 했다고 빌보드는 생각했는지 이지리스닝 차트를 만들었다. 이후 이지리스닝 챠트, 뭔가 이름이 구리다고 생각했는지 몇 차례 이름이 교체된 뒤, 1979년부터 어덜트 컨펨포러리 챠트라고 이름을 붙이고 쭈욱 사용하고 있다. 우리로 따지면 성인가요 챠트 정도 되겠다.

그런데 갑자기 일본 애들이 이 당시 소프트 록 음악을 카테고리로 묶고 싶었는지, AOR이란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Adult Oriented Rock, 성인 지향적 사운드를 들려주는 록 음악, 어렵지 않고 대중적이고 적당히 잔잔하면서 인기 끌기 좋은 쉽게 말해서 듣기 편한 록 음악을 뜻한다. 이런 스타일은 맥락상 어덜트 컨템포러리와 의미가 비슷한데 뭔가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물론 이후에 AOR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시티팝(City Pop)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이 일본에서 생겨났다. 시티팝은 음악장르로 분류하기도 애매한 어떤 스타일을 뜻하는데 일본 애들이 말하는 AOR은 주로 웨스트코스트 서부 캘리포니아 등을 중심으로 유행한 요트록이라 부르는 장르로 이해됐다. 

흔히 AOR이라고 하면, 다소 거친 하드록밴드나 헤비메탈밴드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멜로딕한 음악까지 포함하는데 확실히 일본 애들은 하드한 부분을 빼고 말랑말랑 멜로우 그루브를 좋아한 듯하다. 그래서 웨스트코스트 AOR, 요트록을 일본에선 AOR이라 퉁쳐서 불렀고 AOR을 발전시킨 스타일이 결국 시티팝이 됐다. 시티팝의 원류인 AOR을 정의 하게 만든 앨범이 하나 있다. 1974년 닉 디카로가 <Italian Graffiti>라는 앨범을 발표했었다.

70년대 팝사운드와 약간 펑키한 재즈와 소울을 적절히 섞어 듣기 좋은 이지리스닝 앨범을 발표했다. 당연히 당시 엄청나게 팔리기는커녕 아는 사람만 아는 폭망 앨범이 된다. 그런데 뜻밖에 인기를 끈 나라가 하나 있었으니 예상했듯 바로 오타쿠의 나라 일본에서 이 앨범이 굉장히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사실 닉 디카로는 편곡자이자 프로듀서, 아코디언 연주자이고 작곡가였다. 허브 알퍼트(Herb Alpert)가 설립한 A&M 레코드의 히트앨범들을 프로듀싱해서 이름을 더 알렸다. 실제로 닉 디카로의 경력을 보면 380장 이상의 앨범에서 아코디언 세션과 프로듀서로 작곡가로 공동 작업을 했었다. 

그러던 중 욕심을 내서 발표한 앨범이 1974년 <Italian Graffiti>였다. 이 앨범은 미국 시장에서 묻혀버렸지만 일본에서 만큼은 환영받았고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덕분에 뒤늦게 일본시장에 진출했고, 시티팝의 대부로 불리는 야마시타 타츠로와 함께 앨범까지 발표한다.

1990년 야마시타 타츠로의 노래를 커버한 <Love Storm> 앨범이다. 야마시타 타츠로가 직접 선곡에도 관여하고 닉 디카로를 헌정하는 형식으로 앨범에 참여했다. 누가 누구에게 숟가락을 얹었는지 모르겠지만, 자기 노래들을 닉 디카로에게 영어로 부르게 한다.

개인적으로 일본어 가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역사교육의 문제도 아니고 정서적인 문제도 아니지만,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어 가사 노래들은 와 닿지 않았다. 물론 중국어 노래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번안해서 영어나 우리말로 불려진 노래들은 듣게 된다. 이런 연유로 닉 디카로의 음악은 듣게 됐었다. 보컬스타일은 선호도가 각자 다를 수 있는데, 닉 디카로는 원곡보다 편안하게 담백하게 노래한다. 어쩌면 보컬보다는 음악을 잘 만드는 사람이다. 편곡, 세션, 작곡에 더 유능한 사람일 수 있겠다. 

장마와 후덥한 날씨 때문에 뭔가 신선한 음악을 듣고 싶다. 숨겨진 AOR음악을 찾아서 듣고 싶다. 멜로우 그루브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시티팝류의 음악이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처럼 청량감을 줄 때가 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