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ody(노바디) OST

Nobody OST 소개. 오디션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일반인 참가자가 첫 소절만 불렀을 뿐인데 그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을 종종 볼 때가 있다. 심사위원과 방청객, 시청자들을 목소리 하나만으로 집중시키며 자신의 가능성을 선보인다. 첫 소절만 들어도 범상치 않음을 보여주며 최종라운드까지 진출하고 결과도 좋다.

또, 같은 맥락으로 오프닝 시퀀스가 열리면서 단박에 눈과 귀를 잡아끄는 영화들이 있다. 얼핏 몇몇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마블의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베이비 드라이버], [크루엘라]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영화 역시 첫 소절을 듣자마자 ‘와! 이 영화 OST 장난 아니겠는걸’ 촉이 온 영화였고, 실제로 90분의 러닝타임동안 영화와 음악이 장면 장면 찰떡궁합으로 붙어버렸다. 그것도 액션씬에 붙어버린 올드팝들로 감각적이고 화끈하게 달려버린다. 2021년 4월에 국내에 개봉한 액션 영화 <노바디>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액션 영화에도 패러다임이 있다면 그 패러다임을 바꾼 영화가 두 편 있다. 첫 번째는 제이슨 본이 주인공인 본시리즈다. 본시리즈의 출현은 액션 영화의 혁명과도 같았다는 과장도 있지만, 이전과 이후로 확실히 나뉜다. 깔끔하게 동선을 줄이고 절대 과장되지 않은 현실적인 액션을 선보였고, 또 한편이 등장하는데 그건 바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존윅> 시리즈다. 본시리즈는 리얼 액션의 끝판왕이라면 존윅시리즈는 총기 액션의 패러다임을 바꾼 디테일 최강 액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존윅 시리즈의 작가 ‘데릭 콜스태드’가 각본을 맡았고 존윅 제작진들이 참여해 만든 영화가 바로 <노바디>이다. 기본 뼈대는 존윅과 비슷하다. 자신의 전투력을 숨기고 사는 평범한 동네 아저씨가 어느 날 각성하며 봉인이 풀려 악당들을 싹쓸이한다는 통쾌한 핵사이다 액션을 선보인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존윅에는 없고 노바디에만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유머와 OST다. 존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잔뜩 찌푸린 인상으로 쫓기며 맞고 때리고 쏘는 영화라면 노바디는 중간중간에 헛웃음이 날 정도의 개그 코드를 장착했고, 끝내주는 OST들이 넘실거리는 음악의 향연이다. 어떤 이는 음악 때문에 재관람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Nina Simone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가 흐르며 어디선가 처맞고 얼굴이 만신창이 된 주인공이 경찰로부터 당신은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시작한다. 거기에 “I’m…Nobody”라고 멋진 대사를 날리고, 왜 얼굴이 이 상태가 됐는지에 대한 회상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Nina Simone의 첫 가사가 흘러나오는 순간 앞서 오디션프로그램의 첫 소절이 생각난다. Nina Simone의 ‘나는 선량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예요. 제발 오해받지 않게 해주세요~’란 이 가사는 영화 주인공을 위한 변명처럼 들린다. 그리고 이 한 곡으로 이 영화 OST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았다.

그리고 그 기대감을 뛰어넘는 선곡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온다. 영화 초반은 주인공의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매일 출근하고 분리수거를 하며 일과 가정 모두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지만 아내와 관계는 소원하고 아들에게는 무시당하기 일쑤고 한마디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년들의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다. 그러다 집에 어설픈 좀도둑의 침입으로 갱년기를 앓고 있던 우리의 주인공 아저씨 쌍심지를 땡겨준다. 그때 알 수 없는 분노는 서서히 차오르고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그 노래가 바로 Luther Allison – Life Is Bitch다. 주인공의 심리적 상태를 잘 드러낸 노래다.

그리고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터질 듯한 분노를 풀 기회를 달라고 신에게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신의 화답 같은 노래 Steve Lawrence & Eydie Gorme – I’ve Gotta Be Me (나는 내가 되어야만 해)가 찬송가처럼 울려 퍼지며 적당한 때에 적당한 악당이 등장하며 주인공의 분노를 표출하는 계기가 된다. OST들은 하나같이 이런 식이다. 주인공의 심리를 어쩜 이리도 시의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노래들로 장르도 올드팝, 재즈, 록, 뮤지컬음악, 클래식까지 적재적소에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절묘한 선곡으로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그리고 음악마니아 입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장면은 바로 이 장면이 아닐까 싶다. 집안 한쪽 벽에 빼곡하게 꽂혀있는 LP와 오디오 시스템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주인공은 위스키 한 잔 마시며 집에 침입했다 제압당한 반쯤 세상 하직한 적들을 쇼파에 앉혀놓고 주절주절 자기 넋두리를 털어놓고 있다. 그리고 음반 한 장을 집어 들고 턴테이블에 살포시 올린다. 그 음반이 바로 Louis Armstrong – What A Wonderful World다. 이 곡을 턴테이블 바늘에 올리고 판이 돌기 시작하자 음반에 불이 붙으며 집은 화염에 휩싸이고 우리의 주인공은 그 멋진 노래를 BGM 삼아 유유히 집 밖으로 나온다.

영화 <굿모닝 베트남>이후 이 곡이 이렇게 멋지게 쓰인 적이 과연 있었던가? OST 선곡이며 아날로그 감성이 영화 곳곳에 묻어난다. 그리고 적진을 향해 혈혈단신 뛰어든다. 여기에 또 한 곡, 기가 막히는 선곡이 이어진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 쓰인 The Impossible Dream이 Andy Williams의 목소리로 흐르고 악당들의 아지트 사업장을 벌집 쑤셔놓듯 초토화해 버린다. 악당의 불가능할 것 같은 꿈을 미리 암시하는 듯한 선곡이며, 복선처럼 느껴진다.

또, 예전 느와르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슬로우모션으로 총질을 하는 모습과 악당 보스의 노래하는 장면이 오버랩되는데 그 어떤 영화의 액션씬보다 화려하며 감각적인 편집이 아닐 수 없다. 또, 가장 볼 만한 카체이싱 장면에 흘렀던 Pat Benatar – Heartbreaker는 심장을 두드리며 그 드럼소리는 마치 자동차 엔진소리과 총알소리가 같이 합주를 하는 것처럼 시원시원하게 울려 퍼진다.

이 외에도 리버풀FC 응원곡 Gerry & Pacemakers – You’ll Never Walk Alone, Edwin Starr – Funky Music Sho Nuff Turns Me On, Bunny Sigler – Let The Good Times Roll & Feel So Good,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까지 골고루 알차게 쓰였고, 이 곡들 외에 추천트랙들이 넘쳐난다.

뮤지컬 영화도 아닌 멜로나 음악영화도 아닌 액션 영화에서 이렇게 멋진 OST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액션과 올드팝의 뜨거운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액션신과 OST빼면 Nobody는 (Dead) body 시체다.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다면 통쾌한 액션과 함께 쫙 달라붙는 OST를 직접 확인해 봐도 좋겠다. 영화 OST만으로도 몇 번을 더 볼 가치가 넘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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