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al Blood – Debut Album

세상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어떤 음악을 하는지도 중요하고 무엇을 담아내는지도 중요하다. 노래를 할 것인지? 악기를 연주 할 것인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할 것 인지도, 다함께 팀을 짜서 할 것인지도 중요하며 장르도 방법도 세분화되어 있다.

그런데 가끔 우리가 알던 고정관념을 깨는 음악들이 나온다. 음악을 조금 들었든 또는 연주를 했든 아니며 이쪽에 발을 딛고 있는 관계자들이 하는 실수가 있다면 자기가 아는 얕은 지식이나 편견들로 음악은 이래야 해~또는 어떤 정형화된 틀 안에 가둬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물론 나도 그랬다.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낀다고 했는데…이것 또한 틀 안에 가둬 놓은 사고인지 또는 너무 무지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Royal Blood 첫만남

예전에 메일링으로 받는 소식지를 통해 한 밴드를 알게 되었다. 모든 광고성 메일링이 그렇듯이 떠들썩한 수식어와 감탄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손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 한번 들어나 보지 뭐~’ 링크된 영상을 클릭했다. 어느 록밴드가 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묵직하고 굵은 리듬과 울부짖는 보컬, 헤비한 사운드, 다소 튼실해 보이는 영화배우 잭블랙처럼 생긴 보컬이 기타를 치고 있었다.

그런데 록밴드 치고 조금은 특이한 게 아닌가? 멤버가 단 두 명이다. 한 명은 드럼, 한명은 기타! 2인조 록밴드였다. 무슨 남성 듀엣도 아니고 이 두 명이 뜻밖에 사운드를 꽉 채우고 있었다. 비디오를 이리저리 훑어보며 카메라에 혹시 잡히지 않은 제 3의 멤버를 찾았지만 라이브 클립에는 단 둘 뿐이다. 이 둘 이 격렬한 록을 연주하고 있었다. 속으로 ‘어허~ 쫌 하는 군’하고 있을 때 해머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큰 충격을 받았다.

아니 이건 상상초월이었다. 내가 방금 들었던 사운드가… 내 귀가 잘못됐는지를 먼저 의심하게 했다. 내가 듣던 기타소리가 일렉기타소리가 아니었다. 기타소리처럼 들리는 일렉베이스였다. 요즘 일렉기타는 4줄짜리도 있나? 멍해지며 순간 착각을 했다. 두 번 보고 다시 봐도 그건 틀림없는 일렉베이스였다. 헤드에 페그가 4개 확실하다.

그렇다면 지금 이 팀은 드럼과 베이스 단 둘 이 이런 사운드를 낸다는 말이 된다. 육중한 드럼은 연신 헤비한 사운드와 리듬을 만들어 내고 있고 마치 일렉 기타 소리처럼 들리는 저 베이스 주자는 베이스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고 있는 것인가??

일렉베이스와 드럼만으로 이런 멋진 사운드를

세상에는 참 많은 밴드들이 존재하고 많은 음악들이 있다지만 드럼과 베이스 두 명이 밴드를 결성해 이런 소리를 내고, 이런 음악을 들려준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다. 무슨 재즈도 아니고 아방가르드한 현대음악도 아닌 록음악에서 드럼과 베이스라니 혀를 내 둘렀다.

적어도 록을 한다면 일렉기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멋진 리프와 날카롭게 날아드는 일렉기타 사운드는 록음악의 상징이 아닌가? 록의 기본은 일렉기타 아니었던가? 메인 기타 하나로 내지 못하는 사운드를 더 채우기 위해 기타 하나를 더 추가하거나 멜로디악기로 피아노를 배치하고 키보드가 있어왔다. 그리고 베이스와 드럼은 늘 뒤에서 든든하게 음악의 뼈대인 리듬을 만들어 왔다. 만에 하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도 내가 생각했던 최소한의 밴드 구성은 3인조 트리오였다.

악기 편성이야 어찌 됐던 멜로디를 담당하는 기타든 키보드든 멜로디는 하나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어 왔었다. 그리고 베이스, 드럼이 기본이고 보컬이야 멤버 중에 누군가 담당하면 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와~어쩌면 이건 고정 관념이었다. 내 고정관념은 이 영상 하나로 과감히 깨져 버렸다. 뒤에 있어야 할 리듬 파트 드럼과 베이스가 앞으로 나온 건 물론이고 드럼과 베이스 이 둘 뿐이다.

솔직히 이 밴드 이전에는 세상 어디에도 이런 록음악을 하는 밴드는 본 적이 없었다. 음악을 너무 등한시해 내가 모르는 밴드들이 있거나 요즘 이런 음악이 대세인데 나만 전혀 몰랐거나… 적어도 내가 듣고 보아왔던 밴드들 중에는 이들이 처음이었다. 그래 모든 걸 인정하고 드럼과 베이스만이 있다고 치자! 그럼 그들이 만들어 내는 내용물은 어떤가? “한마디로 정말 끝내준다~!!” 내가 본 영상은 글래스톤베리에서 있었던 록페스티벌 라이브영상이었다.

밴드명은 “Royal Blood”이고 본 영상은 <Out Of The Black>이란 곡이었다. 놀랍다. 라이브영상에 다른 세션이 있지 않을까를 다시금 확인해 보게 되지만 무대에는 단 둘 뿐이다. 보고 있지만 믿기지 않아 몇 번을 다시 봤다. 무대 매너 또한 최고다.

예전에 하드록, 헤비메탈을 들으며 피 끓는 록스피릿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그냥 몸에 전율이 짜릿짜릿 흐른다. 영국 브라이튼 출신의 보컬리스트이자 베이시스트 마이크 커(Mike Kerr) 이 친구 튼실한 잭블랙처럼 생겼다. 그리고 드러머 벤 대처(Ben Thatcher) 역시 귀여운 잭블랙 동생처럼 생겼다. 얘들은 어디에서 갑자기 뚝 떨어져 나타난 것일까? 마치 록 신에 새로운 불을 지필 기세다.

이들의 진가는 라이브에서 드러난다. 마이크 커는 베이스 한 대만으로 실로 기상천외한 기타 사운드를 만들어내며, 앰프3대를 연결해 낸 사운드라는데 메카니즘은 잘 모르겠고 마냥 신기하다. 드럼의 벤 대처는 맹렬하면서 파워 있는 드럼을 연주해 낸다.

스피드와 파워를 동시에 지닌 드럼은 역시 라이브에서 빛이 난다. 공연 영상만을 봤을 뿐인데 둘이 만들어 내는 그루브는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현대의 수많은 밴드들은 멤버들을 점점 늘려왔고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며 각가지 소스들을 첨가해 가며 무언가를 채우거나 더 할 생각만 해 왔다. 무엇하나 더 넣으면 넣었지 이렇게 과감히 빼버릴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이런 시도를 하지 않았으리라~ 이것 또한 고정관념이었을 것이다. 라이브에서는 세션 멤버들을 늘려 그 사운드를 채워나갔다. 점점 대형화 화려해지는 이 시점에서 너무나도 미니멀하고 예상치 못한 조합의 이 팀은 드럼과 베이스로 우리의 꽉 막힌 고정관념에 훅을 날리고 있는 것 같다.

“음계의 포화상태다 음악이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다”라고들 한다. 요즘 나오는 음악들이 다 거기에서 거기니 불평 섞인 말들을 쏟아왔지만 새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 자체도 우리의 갇힌 사고가 아니었을지 곱씹게 된다. “우린 드럼, 베이스 이 둘만으로도 우리 음악을 할 거야~”라고 울부짖는 것 같다.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베이스 학원이라도 등록하고 싶게 만든다. 물론 가당치도 않은 얘기지만. 들었던 3곡 정도를 추천한다. <Out Of The Black>, <Figure It Out>, <Little Monster> 라이브 영상으로 꼭 보길 추천한다.

“고작 두 개의 악기만으로 날것 그대로의 원시적 사운드를 건져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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