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Beatles) 멤버 중에 늘 저평가 받던 인물이 둘 있다. 죠지 해리슨(George Harrison)과 링고 스타(Ringo Starr)인데 이런 평가는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존 레논(John Lennon)에 비해서라는 단서가 달린 지극히 상대적인 평가일 수 있었다. 그중에 죠지 해리슨은 비틀즈와 작별하는 순간 이를 갈고 만든 [All Things Must Pass]라는 3장짜리 박스세트 앨범을 의욕적으로 멤버 중 가장 먼저 발표한다.
George Harrison 레이블설립
다소 과해도 너무 과한 느낌이지만 그동안 억눌린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하다. 혹자는 말한다 사업적인 마인드가 있었다면 굳이 3장짜리가 아닌 쪼개서 발표해도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비틀즈가 설립한 애플레코드가 설립 이후 폴 매카트니로 주도권이 넘어간 후, 삽질만 해대던 애플레코드의 사업들은 죠지 해리슨과 링고 스타에게 실망감만 안겨줬으며 비틀즈 해체를 촉발시켰다. 이 와중에 죠지 해리슨은 자연스럽게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죠지 해리슨이 설립한 레이블 Dark Horse Records
그래서 발빠른 행보와 함께 자신만의 레이블을 만들고 싶어 했었다. 1974년 애플레코드와 결별하자마자 미국에서 자신의 레이블을 하나 설립한다. 바로 Dark Horse Records다. 솔직히 이름과 로고는 촌스럽기 짝이 없다. 무슨 천마총 벽화를 연상시키는 로고는 죠지 해리슨이 정신 세계가 인도를 넘어 안드로메다에 가 있음을 상징하는 것 같다.
소속아티스트로는 레이블 설립자가 인도사상에 경도되어 있다 보니 라비 샹카(Ravi Shanka)를 포함해 작곡 실력과 특유의 보컬 색을 유지하는 레온 러셀(Leon Russell), 심지어 빌리 아이돌(Billy Idol)도 요기 소속되어있다. 확실히 아방가르드 한 면이 있는 아티스트들이 다수 포진 되어 있다.
Dark Horse Records 1호 아티스트 “Splinter”
그럼에도 처음 다크호스레코즈를 설립하자마자 첫 번째 도장을 찍은 아티스트는 영국출신의 스플린터(Splinter)라는 남성 보컬 듀오였다. 사실 이들은 죠지 해리슨의 눈에 띄면서 애플레코드에서 음반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틀즈 해체와 애플레코드가 망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죠지 해리슨이 설립한 다크호스레코즈의 1호 가수가 된다.
자신이 설립한 레이블의 첫 번째 작업이다 보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죠지 해리슨이 전곡의 프로듀서와 기타를 연주해 주는가 하면, 최고의 세션들을 붙여준다. 게리 라이트(Gary Wright), 앨빈 리(Alvin Lee), 빌리 프레스톤(Billy Preston) 등이 지원을 해 줬는데 비밀리에 진행한 덕에 죠지 해리슨의 새 밴드라는 소문이 무성하게 돌았다.
스플린터(Splinter) 사실 팀명이 허접하다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가시 조각, 분리되다, 쪼개지다, 깨지다 등등 안 좋은 의미는 다 담겨있는 것 같은데 이 이름을 계속 유지했다. 물론 앨범 예상하듯 쫄딱 망했다. 다크호스레코즈에서 3장 정도를 발표했지만, 첫 번째 데뷔앨범 [The Place I Love]에서 “Costafine Town’이란 노래만 히트 싱글로 겨우 히트하는 정도였다.
1994년 어느 레코드가게에서 스플린터의 해적음반(빽판)을 우연히 구했다. 알고 찾아서 구입한 게 아니고 음반 몇 장 구입하고 사장님이 빽판 몇 장을 서비스로 줬는데 거기에 끼어있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돌려 듣다가 얻어 걸린 곡이 바로 “Costafine Town”이란 노래다.
처음 들으면 귀에 쏙 들어오는 훅이 있는 노래다. 그냥 멜로디를 잘 뽑았다. 딱 이 한 곡으로 기억되는 스플린터의 음반을 이베이에서 구했다. 포로모션 초반이고 가격도 저렴하니 아련한 빽판의 추억이 담긴 이 앨범을 바로 질렀다.
1974년 첫 발매 후, 20년 뒤인 1994년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해적음반 빽판으로 찍혀 돌다가 우연히 한 학생의 손에 들어갔고, 그로부터 30년 뒤 미국 프로모션 초반이 돌고 돌아 긴 여정 끝에 내 손에 들어왔다. 발매된 지 50년 된 이 음반이 이리도 깨끗한 상태로 오다니, 실제로 이 음반은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데 세월을 빗겨간 것 같다. 결국, 나만 늙었구나 한탄하게 된다. 그래도 오래된 LP를 상태 좋은 놈으로 만나면 한동안 기분이 좋다.
Old Records Never 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