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ely Dan – Gaucho, 나의 레퍼런스 앨범

Steely Dan Story, LP수집가들은 희귀한 앨범만 보이면 대책이 없다. 찾던 앨범이면 무슨 수를 써서든 구해야 직성이 풀린다. 오디오쟁이들이 바꿈질 병에 걸리면 그 또한 대책이 없다. 뭘 바꿨더니 소리가 변했네, 기기간 궁합이 안맞네, 뭘 교체해야 좋은 소리로 보답을 해주네 마네 열을 올린다.

스피커, 앰프, 소스기기는 바꾸면 눈에 확확 티가 나서 이제는 와이프 눈치로 뭘 바꾸지 못한다. 또 시작이냐는 핀잔과 잔소리가 뒤따른다. 그래서 궁리 끝에 스피커케이블이나 선재를 바꿔주는 꼼수를 쓴 적이 있다. 사실 선을 바꿨는지 뭘 바꿨는지 와이프는 알지 못한다. 턴테이블은 같은 경우도 좋다. 바늘같은 걸 바꿔주면 역시 뭘 바꿨는지 모른다. 물론 가격도 몰라야 한다. 이런걸 공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역적이 틀림없다.

그리고, 누구나 자기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좋아하는 소리가 다르고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다르고 최고의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 하고 작은 소리 변화에 거금을 투입하기 마다하지 않는다. 자, 그럼 이런 바꿈질 후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무엇일까?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본인이 즐겨듣는 자주 듣는 음반부터 걸어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더듬이를 세운다.

이때 주로 쓰는 음반을 레퍼런스 음반이라고들 한다. 각자 취향에 따라 클래식, 재즈, 가요, 팝, 락 등등 다양한 음반들을 들어본다. 소리 좋다는 녹음이 잘 됐다는 음반들을 걸어서 청취하고 뜯고 씹고 맛보고 두루두루 살핀 후 본인의 바꿈질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안도의 숨을 쉬거나 속았다면 판매상에게 전화해 따지거나 중고오디오 장터에 바로 물건을 내놓는다.

그래서 오디오쟁이들에게는 각자의 레퍼런스 앨범들이 몇 장씩 있을 것이다. 체스키 앨범부터 녹음 잘됐다는 자주 듣는 클래식 앨범이나 여성 보컬 시리즈, 인기 있는 재즈앨범들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앨범들을 가지고 있을텐데 정말 궁금하다.

LP 음반 중에 레퍼런스로 쓰고 있는 음반은 어떤 것이 있는지? 우선 본인은 Steely Dan – Gaucho 앨범을 레퍼런스로 즐겨쓴다.

재즈록, 퓨전재즈 스타일의 스튜디오형 밴드이고 완벽주의에 가까운 도날드 페이건(Donald Fagen)의 작업 스타일로 늘 훌륭한 결과물들을 내놨다. 재즈록의 뼈대에 팝과 블루스 훵크 등 별별 장르를 다 버무려 곡들을 빚어냈고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듯 노래들을 만들어 냈다.

Steely Dan은 1971년 뉴욕에서 결성되어 밴드초기에는 안정적인 라인업을 가졌지만, 라이브공연으로는 도저히 본인들의 사운드를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한다는 한계를 느끼고 스튜디오 전용 밴드가 됐다. 음악세션만 보더라도 스튜디오세션에 최적화된 세계 최고의 세션맨들만 돌려썼다.

음악잡지 롤링스톤즈는 그들을 “70년대를 위한 완벽한 뮤지컬 안티히어로”라고 불렀을 정도다. 록, 재즈, 라틴음악, 레게, 정통팝, 알앤비, 블루스 등을 혼합한 정교한 스튜디어 작업물들을 내놓았고, 수수께끼 같은 반어적 느낌의 알쏭달쏭한 가사를 주로 써서 도대체 뭔 소리인지 알아챌 수 없었다. 결성 후 1981년 해체될 때까지 발표한 앨범들은 상업적 성공을 거뒀지만, 해체 후에는 도날드 페이건이 자신의 솔로 앨범 정도 발표하고 거의 십 년 동안 별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1993년 재결합하며 투어공연을 벌이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Steely Dan은 투어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도날드 페이건(Donald Fagen)과 월터 베커(Walter Becker) 둘이 스튜디오에 짱박혀 앨범의 완성도에만 몰입해 완성도 높은 앨범들을 위해 녹음하고, 녹음하고 또 녹음했다. 이런 완벽주의적 집념이 곳곳에서 번뜩이고 있다. 거의 모든 앨범이 다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 가닥 하는 연주자들을 세션으로 모셔와 깔끔하고 정교한 합을 선보인다. 모든 곡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있고 섬세하고 빈틈없이 치밀하면서도 물 흐르듯 여유롭다.

A면 첫 번째 트랙부터 B면 마지막 트랙까지 자연스럽게 다 듣게 된다. 쫄깃한 리듬부터 우아한 쟈켓과 음악들은 오감을 자극한다. 여담이지만 국내 음반제작자들이 비싼 녹음실에서 오래 녹음하는 뮤지션이 있으면 이런 멘트를 날렸다고 한다. “아니. 니들이 무슨 스탤리댄이야~??”

라이센스 음반으로는 발매된 적이 없다. Steely Dan – Gaucho 똑같은 앨범을 3장 가지고 있는데 미국 초반, 일본반, 유럽반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미국 초반이 음질이 가장 좋고 일본반과 유럽반은 대동소이하다. 그렇다고 미국 초반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미국 초반이 100이라면 일본반, 유럽반은 95정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나만의 레퍼런스 앨범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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