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ve To Earth 소개. 2015년을 기점으로 한국인디음악을 자주 접하지 못했다. 직업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는 눈에 띄는 밴드나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을 찾아 듣고 좋으면 음반도 구입했는데 결혼과 육아를 기점으로 음악듣기의 열정은 조금 식어버린 상태였다. 물론 나이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챙겨 들어야지, 나이 들어도 시대에 쳐지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하지만 먹고 사는 현실 앞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타협하고 말았다. 이즈음 인디음악이 아니더라도 가요 판도가 확연히 바뀐 면도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가사나 힙합 음악은 자막이 없으면 알아듣지를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뒤늦게 레트로 LP, Vinyl붐이 일었고 새로 발매되는 음반 위주로 찾아 들어보고 몇 장씩 음반을 구입했는데, 최근 오랜만에 인디밴드 음반을 하나 구입했다. 밴드명은 <Wave To Earth>다. 이 밴드를 알게 된 계기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힘이다.
알고리즘과 네이버 온스테이지를 통해 안게 된 밴드
네이버 온스테이지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취지나 선택된 음악들이 다들 만족스러웠고 정말 괜찮은 프로젝트이자 음악 서비스 플랫폼이었다. 숨은 음악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을 소개하고 공연 영상을 제공해왔었다. 영상도 깔끔하고 사운드나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채널이자 서비스였다.
2010년 11월에 네이버 뮤직에서 처음 선보였고 13년이란 긴 시간동안 정말 좋은 음악인들과 음악들을 발굴해서 최고의 만족도를 선사했다. 그런데 온스테이지는 안타깝게도 2023년 11월 16일 마지막 온스테이지를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네이버 온스테이지편을 유튜브채널을 통해 감상하다보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런저런 추천 영상들을 올려주는데 이때 본 것이 바로 Wave To Earth였다. 우리나라 밴드는 맞는 것 같은데 가사가 하나같이 영어로만 부른다. 사운드나 멜로디가 2000년대 듣던 인디음악스타일의 버전업된 느낌이었다. 멜로디며 악기톤이며 신선하고 새롭게 들렸다. 로우파이와 기타팝, 멜로디한 사운드와 분위기, 거기에 요즘 보컬들은 음색에 시대에 맞게 묘한 멜랑콜리한 보이스까지 듣는 순간 귀를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Wave To Earth 누구?
2019년에 데뷔한 3인조 밴드다. 보컬과 기타의 김다니엘, 베이스 차순종, 드럼의 신동규로 이뤄진 팀으로 팀명은 ‘언젠가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로 거창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보컬과 기타의 김다니엘과 드럼의 신동규가 중학교 시절에 같이 음악을 했다고 한다. 김다니엘은 모던록밴드 더폴스(The Poles)활동도 겸하고 있다.
Wave To Earth는 2019년에 첫 싱글 “Wave”로 데뷔했고 2020년 두 개의 EP <Wave 0.01>, <Summer Flows 0.02>를 발표하면서 씬에서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2021년 콜드(Colde)가 오너인 레이블 웨이비(Wavy)와 계약했다. 밴드의 분위기와 음색이 콜드(Colde)와 비슷하다. 2023년 첫 정규 앨범 <0.1 Flaws And All>을 발매하고 서울재즈페스티벌,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등 한국 록페시티벌 라인업에 포함되면서 서서히 많은 무대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Wave To Earth : 0.1 Flaws And All (Vinyl)
뒤늦게 Wave To Earth를 알게되고 LP Vinyl 소식을 접하고 주문을 넣어놓았다. 요즘 음반들은 선주문-제작완료- 발송 이런 식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서 주문한 사실을 깜빡 잊고 있다보면 한참 뒤에 오기도 하고 빠르면 바로 배송되기도 하는 편인데 여기저기 음반들은 주문해 놓은게 많다보니 택배박스가 불규칙적으로 도착해 뜯어보고 나서야 ‘아 이 음반 이제 왔군’정도의 감흥이다. 주문할 당시에 수록곡들을 몇 곡 들어보고 주문을 하긴 했지만 막상 도착해서 뜯어보니 Vinyl색이 굉장히 예쁜 편이다.
기본적으로 난 전통적인 검은색 음반을 선호한다. 요즘은 빨주노초파남보 형형색색의 Vinyl과 묘한 마블링 된 Vinyl들이 발매되어 눈을 현혹하지만, 여기에 들어간 염료들로 음질의 영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부터는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여러 가지 색으로 발매되면 무조건 검정판을 주문한다. 그런데 Wave To Earth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받아보니 무척 예쁜 것이 몽환적이다. 음악색과 잘 어울리는 색상이다.
턴테이블에 음반을 올려서 듣는데 거의 모든 곡이 다 좋은 편이다. Side A,B 틀어놓고 듣는데 거를 곡이 거의 없었다. 또 음질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우선은 프레스에서 이상은 없었고 대단히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기본 이상의 음질을 들려줬다. 쟈켓의 만듬새도 훌륭한 편이었다.
영어가사 노래들
처음 들어본 노래들이 영어 가사로 되어 있어 얼핏 들으면 외국밴드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고, 온스테이지에서 보여준 노래들만 영어 가사인가 싶었는데 오히려 한국어 가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의 모든 노래들을 영어로 불렀다. 지올팍도 영어 가사만 쓰는 걸 보면서 이 친구 재밌네 싶었는데 요즘의 분위기가 그런 것인지, 영어가사로 만들어진 한국가수, 밴드, 아이돌까지 굉장히 글로벌해진 느낌이다.
물론 언어는 뮤지션의 선택이니 할 말은 없지만,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고 더 많은 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열린 자세는 높이 사고 싶다. 실제로 2023년 8월 한 달 동안 북미 투어를 돌았는데 생각보다 해외 반응이 좋은 편인데 아마도 영어 가사 덕분일 것 같다. 해외 청취층이 곡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선 영어 가사가 유리할 뿐 아니라 외연의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
첫 번째 정규 앨범의 주제는 “결함과 그 외 모든 것”이다. Side A는 전체적으로 밝고 팝한 사운드를 표방하고 나왔다. “Sunny Days”은 듣기 편한 분위기의 노래로 알앤비스타일의 보컬과 밴드 사운드가 하이브리드 된 느낌인데 전체적으로 이 기조로 앨범 전체를 끌고 간다.
반면에 B Side는 재즈 사운드를 기반으로한 서정적인 분위기의 노래들로 채워 놓았다. 이미 발표된 EP와 싱글곡들에서 느껴진 감미롭고 말랑말랑한 무드를 이어간다. B Side 의 타이틀은 “Homesick”이란 곡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대중음악 중에 인디밴드들의 음반을 듣지 못한 공백의 시기가 있었다. 알라딘, YES24 들어가서 LP음반위주로 음반을 구입하다 보니 모르는 밴드도 많은데 불행중 다행으로 네이버 온스테이지 레이더에 이 밴드 Wave To Earth가 걸려들었다. 스스로를 가내수공업 밴드라고 부르는데, 작사-작곡-믹싱-마스터링, 심지어 앨범 표지 작업까지 전 과정에 멤버들이 스스로 하고 있다. 록을 기본으로 하는 밴드 음악이지만 사운드는 거칠지 않고 대중친화적인 말랑사운드로 무장하고 있다. 첫 번째 정규앨범이 이 정도 만듬새면 두 번째 앨범도 기대해 볼 만하다. 그들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