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두메산골 화전민은 산에 불을 지펴 들풀과 잡목을 태운 뒤 그곳 산을 일궈 화전 농사를 했다. 주로 감자 농사를 많이 했는데 한 곳에서 계속 농사를 지으면 지력이 다해 땅이 척박해 지고 농작물의 수확이 감소하면 3-4년에 한 번씩 메밀씨를 뿌려 키웠다고 한다. 메밀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곡물이었고, 화전민들이 끼니를 때우려고 메밀로 뽑은 거친 국수가 막국수였다. 삶은 메밀국수에 양념장, 잘게 썬 김치, 삶은 달걀 등을 얹고 동치미 국물 혹은 육수를 자작자작하게 넣어 비벼먹는 음식이다. 강원도에서도 춘천, 봉평, 강릉이 특히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강릉 주문진 삼교리는 동치미 막국수가 특히 유명하다. 동치미 막국수의 대표 브랜드가 된 것 같은 느낌인데 동치미 막국수는 삼교리만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강릉에서 즐겨 먹던 막국수가 동치미 막국수고, 강릉 막국수 집 중 동치미 막국수를 내놓는 곳도 있다. 강릉 동치미 막국수 “엄마 손 막국수” 다녀왔다.
동치미 막국수
동치미는 물김치의 일종으로 무를 주재료로 소금물에 각종 향신료를 넘어 담근 김치다. 어원은 겨울 동(冬)과 김치의 고어 딤채를 합친 동치미가 됐다고 한다. 주로 다른 반찬을 구하기 어려운 겨울을 보내기 위해 김치를 담가 먹던 데에서 유래했다. 예로 동지에 먹던 동지팥죽과 단짝에 가까울 정도로 같이 나오는 것이 동치미였다. 그런데 앞서 화전민들이 메밀을 수확해 국수를 말아 먹을 때 육수를 구하기 쉽기 않을 때 메밀국수를 뽑고 동치미를 말아 먹기 시작하면서 동치미 막국수가 탄생했다.
메밀의 겉껍질만 벗겨 낸 거친 메밀국수로 굵게 뽑은 메밀면이 특징인데 재미있는 것이 강원도 막국수의 유명한 3곳 중에 메밀의 함량이 가장 높은 곳은 봉평이다. 순서로 봤을 때는 봉평>춘천>강릉 순이라고 할 수 있다. 약간 텁텁한 메밀면을 원한다면 봉평쪽이다. 반면 강릉은 식당마다 메밀의 함량이 차이가 나지만 전반적으로 춘천과 봉평에 비해 대중화된 느낌이다. 메밀가루:밀가루의 함량이 7:3 정도라고 하는데 느낌상으로는 6:4 정도로 텁텁함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강릉에서 제일 유명한 동치미 막국수 집은 단연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가 이미 자리를 많이 잡고 있다. 강릉 내에도 여러 곳이 있을 정도로 워낙 유명하고 맛있기도 하고 손님도 많다. 그런데 다 맛있는데 간혹 텁텁하고 메밀막구수 본연의 맛과 동치미의 절묘한 마리아주를 느끼고 싶다면 “엄마손 막국수”를 더 추천한다. 슴슴하고 텁텁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강릉 “엄마손 막국수”
강릉 경포동사무소 뒤쪽에 선교장 바로 앞쪽에 위치한 강릉 엄마손 막국수 여름에 종종 찾는 곳이다. 이곳은 관광객보다는 지역현지인만 아는 현지인 맛집에 조금 더 가깝다. 강릉사람들 대부분 자신이 즐겨 찾는 막국수집이 있기 마련이다. 입맛에 따라 취향에 따라 각각 선호하는 막국수집이 다 다르다.
강릉에서 냉면집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막국수집은 눈에 자주 띄고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집들이 많다. 막국수도 종류가 다양하다 비빔막국수, 물막국수, 회막국수, 동치미 막국수 등등 집집마다 내놓는 막국수도 개성이 확실한 편이다. 그중에서 동치미 막국수는 단연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가 유명하지만, “엄마손 막국수” 이 집은 나만 아는 동치미 막국수 맛집의 느낌이 조금 강하다.
엄마손 막국수는 밀가루나 전분 첨가 없이 100%를 직접 반죽하여 눌러 일체의 부가 첨가물 없이 순메밀만으로 메밀국수를 만들어서 메밀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텁텁함이 특히 매력적이다. 밀가루를 넣지 않으니 밀가루 특유의 더부룩함이나 탄성이 없어 쉽게 면발이 잘 끊어지는 특징이 있다. 굳이 먹기 쉽게 가위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
동치미를 부어 국수를 말은 후 국물을 먼저 먹고 입맛에 따라 부족하면 양념을 첨가하면 되는데 이왕이면 겨자는 넣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겨자가 동치미와 막국수 본연의 맛을 헤칠 수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당연히 약간의 식초와 설탕은 취향 껏 넣어도 좋지만 겨자는 피하는 것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엄마손 막국수 동치미는 지장수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지장수 생소한 용어인데 황토 땅속에 구덩이를 파서 물을 부은 다음에 굵은 입자가 가라앉은 후 위에 뜬 맑은 물을 지장수라고 한다.
동의보감에도 지장수에 관한 기록이 있는데 여러 중독을 풀어준다고 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찬 성질, 달달함이 있다고 한다. 또한 해독작용에 좋아서 모든 종류의 독을 해독 해준다고 한다.
강릉 엄마손 막국수는 관광객보다 현지인 맛집의 느낌이 강하다.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가 발전과 확장을 통해 프랜차이즈화 되어 이제는 대중적인 맛이 됐다면 “엄마손 막국수”는 최대한 전통의 방식 그대로 원형의 맛을 지키려고 원형 그대로의 방식을 고집하는 장인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취향의 차이가 가장 크겠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동치미와 메밀국수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강릉 엄마손 막국수”를 추천한다. 사장님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맛과 총평
첫 국물을 먹자마자 약간 달달 시원하면서 동치미의 감칠맛과 시원함이 놀라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면을 한입 먹으며 슴슴텁텁함이 그대로고 국물과 면을 같이 먹으면 “그래 바로 이 맛이야!”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엄마손 막국수는 강릉의 다른 자극적인 막국수와 가는 길이 다른 결이 다른 막국수집이다. 평양냉면을 먹었을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슴슴하다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 엄마손 막국수의 100% 순메밀의 굵은 면발과 향긋한 메밀향을 제대로 느낄수 있는 동치미 막국수집이다.
솔직히 식당 분위기는 90년대 집안 분위기의 옛스러움이 곳곳에 남아 있는 곳이다. 가게 안의 분위기가 요즘 식당의 깔끔함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반면 오랜 시간 같은 맛을 낼 수 있는 이집만의 장점이 충분하고 한길만 걸어오신 사장님의 맛에 대한 자부심이 동시에 느껴지는 곳이다. 특히 누구나 다 볼 수 있게 주방이 아주 훤하게 뻥 뚫려있다. 강릉에는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