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짬뽕 맛집 : 107 짬뽕

현지인 맛집과 관광객 맛집으로 나뉘는 경우가 있다. 대게는 현지인 맛집에서 출발해 입소문이 나거나 방송을 통하거나 유명 유튜버가 다녀가면서 더욱 유명해져 현지인 맛집 중에 긴 줄을 자랑하며 관광객 맛집으로 떡상하며 알려진 경우가 많다. 일례로 강릉 교동반점 짬뽕과 유명 장칼국수집들이 그런 경우다. 그런데 현지인도 모르는 맛집들이 있다. 유튜브를 보다가 뭐야? 강릉에 이런 곳이 있었어? 하는 집을 발견했다. 짬뽕집인데 현지인은 찾기 힘들고 대부분 관광객들이 긴 줄을 서 있는 곳이었다. 강릉 짬뽕 맛집, 107 짬뽕집을 방문했다.

강릉에서 제일 유명한 짬뽕 집은 단연 교동반점 짬뽕이다. 20대부터 해장하러 즐겨 찾던 곳이었는데 강릉에 관광객들이 늘면서 더 이상 찾기 힘든 짬뽕 맛집이 됐다. 물론 대안으로 부근에 위치해 있는 “이만구 짬뽕”을 찾을 때가 가끔 있기는 하다. 원조 개발자 이름을 걸고 오픈한 집이기도 하고, 초당 동화가든을 찾지 않아도 짬뽕순두부를 맛볼 수 있는 대안인 곳이기는 하다. 이 곳 외에도 강릉에서 교동반점 스타일의 짬뽕집들이 많다. 그리고 바닷가 동네이다 보니 맑은 해물로 육수를 우려낸 제각각의 짬뽕 맛을 자랑하는 곳들이 많다. 언제부턴가 강릉은 커피와 짬뽕의 도시가 된 것 같다. 그만큼 유명 짬뽕집들이 많은 편이고 짬뽕이 땡기면 즐겨 찾는 집들이 몇 몇 있다.

그런데 유튜브에 올라온 강릉 여행 Vlog를 몇 개 봤는데 강릉 현지인들도 모르는 맛집들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 관심을 갖고 지켜봤는데 몇몇 유튜버가 강릉 “107 짬뽕”집을 방문해 돌짬뽕을 먹는 것을 봤다. 강릉이 그리 큰 도시도 아니고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짬뽕집이었다. 강릉 교동택지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원래 이 자리에 옛스러운 중식당이 위치해 있었고 탕수육 때문에 종종 방문했던 기억이 났다. 그 중식당이 간판도 바꾸고 신메뉴를 개발해 오픈한 곳인지? 사장님이 바뀐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튜브를 보고 강릉 현지인도 모르는 짬뽕집을 방문했다. 

관광객들의 웨이팅이 길다는 얘기를 듣고 점심시간보다 빠른 11시 40분 즈음에 도착했는데 앞에 8팀의 대기 숫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월요일 평일임에도 8팀이라면 도대체 11시까지 와야 한단 말인가? 순간 현지인의 딜레마에 빠져 기다릴까 다른 곳으로 갈까? 망설였지만 맛에 대한 호기심을 누르지는 못했다. 8팀의 대기팀이면 10-20분이면 빠지겠지 하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주변을 관찰도 하고 재미있는 소품 젓가락이 면을 들어 올리는 특이한 소품 사진도 찍고 막연하게 기다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다림이 길어졌다. 테이블 회전률이 빠른 편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다른 곳을 가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긴 줄을 기다리며 먹기에는 애매한 시간이다. 11시 40분 즈음 도착 입장까지 35분 정도 걸렸다. 12시 15분 즈음에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선 첫 느낌은 무슨 고깃집처럼 연기가 자욱하다. 환기가 잘 안 되는 편이었고 손님들이 꽉 차 있어서 살짝 아쉬움 첫느낌은 이래저래 별로였다. 

3명이 가서 먹고 싶었던 “돌짬뽕 대(3인) + 안심찹쌀탕수육”을 주문했다. 나름 테이블에 아기자기한 철가방을 형상화한 종이컵과 간장, 식초, 고춧가루, 수저통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사실 요런건 아이디어가 좋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그리고 테이블에 107짬뽕 이용 설명서 같은 것이 놓여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재밌게 준비를 해 놓은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저희 가게 33653 번째 손님이십니다!” 라고 현재까지 테이블 누적 번호가 적혀 있었다. 꽤 좋은 아이디어고 뭔가 체계적으로 이 가게 만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07 짬뽕” 이름이 궁금했는데 해설지에 자세히 나와 있다. 짬뽕 한 그릇을 만들 때 107번 웍질을 가한다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한 그릇 한 그릇 정성을 다하겠다는 주방장과 주인의 마음을 가게 이름으로 표현한 것 같다. 이미지 컨설팅을 받은 것인지? 감각적인 광고카피 이런것에 관심을 가진 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역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음식이 주문과 동시에 바로바로 나오는 편이 아니었다. 웨이팅이 길어진 이유는 매장에 들어와서 알 수 있었는데, 짬뽕 한 그릇에 107번의 웍질을 한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그런 이유 때문에 주문하고도 조금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동안 QR코드가 보였고 107짬뽕 영수증 리뷰를 하면 군만두와 음료수를 준다고 해서, 영수증 리뷰에 참여했다. 이걸 보면서 확실히 광고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았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다. 

간단한 단무지와 양파, 김치, 앞접시가 나왔고 영수증 이벤트를 통해 받은 군만두부터 서빙되어 나왔다. 군만두는 일반적인 중국집 군만두였고 특색이 느껴지지는 않는 무난한 군만두였다. 

군만두를 먹는 동안 바로 이어서 ‘안심찹쌀탕수육’이 나왔다. 굉장히 큼직한 탕수육이 7-8덩어리가 담겨 등장했다.

흔히 보던 탕수육의 모양이 아니라 ‘앗 이건 뭐지? 쿼바로우인가?’ 순간 놀랬었다. 가위로 먹기 좋게 싹뚝싹뚝 잘라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놓으니 굉장히 푸짐하며 안심의 두께가 꽤 두꺼운 먹음직스러운 안심찹쌀탕수육의 모습이었고 탕수육은 부먹? 찍먹? 파들이 존재하지만 상관없이 무조건 잘라서 먹기만 하면 끝이다. 

흔히 탕수육은 등심을 많이 쓰는데 이집은 돼지고기 안심의 두툼한 고기질과 찹쌀로 튀겨서 쫄깃쫄깃한 옷을 입고 있다. 안심의 두툼한 식감과 안심돈가스의 식감과는 미묘하게 차이는 있지만 고기의 두툼함이 주는 포만감이 있고 겉바속촉, 겉은 찹쌀로 바삭한 편이지만 안심의 두툼함과 촉촉한 식감이 예술이다. 짬뽕 맛집이기도 하지만 탕수육 맛집임을 알 수 있다.

탕수육을 2/3 정도 먹었을 때 메인인 ‘돌짬뽕’이 서빙됐다. 굉장히 묵직한 돌뚝배기에 돌짬뽕이 나왔는데 오징어 한 마리와 매추리알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그리고 콩나물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루가 한가득 나왔다.

확실히 그 어디에서 보지 못한 비줄얼의 짬뽕은 확실했다. 쟁반짬뽕과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고 일반짬뽕과 쟁반짬뽕을 반반 섞어 놓은 느낌에 특이하게 돌솥냄비에 나온다. 

테이블위에 놓여있던 해설지에 따라 [돌짬뽕 맛있게 먹는 법]에 따라 짬뽕이 나오자마자 바닥에 눌러 붙지 않게 바닥부터 뒤집어 골고루 섞어줬다. 면을 한두 번 정도 자를 후 면부터 건져먹으면 되는데 그 비주얼에 압도되어 오징어부터 먹기 좋게 가위로 잘라주고 이리저리 뒤적뒤적해서 섞어 놓았다. 

그리고 앞접시에 먹을 만큼 덜어서 첫입에 넣었는데 첫맛은 불향부터 확 느껴졌다. 불맛도 나면서 적당히 얼큰하게 맵고 살짝 달달한 맛에 짬뽕의 느낌보다는 짬뽕파스타의 느낌이 더욱 강한데 먹으면 먹을수록 중독적이다. 국물은 자박자박하게 찐해졌고 먹다보니 계속 흡입하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맵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자꾸 먹다보니 맵고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가제면을 전면에 내세워 광고를 했던데 왜 자가제면을 원칙으로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면발이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반 짬뽕집 오징어는 질겨서 별로인 경우가 많은데 통오징어 한 마리를 그대로 넣어줘 신선도와 급이 다른 쫄깃함이 있다. 

그리고 다 먹고 나면 마지막코스 김가루와 공기밥을 넣어서 먹어야 퍼즐이 완벽하게 맞춰진다. 김가루와 공기밥은 무료고 셀프바에 있으니 적당히 먹을 만큼만 담아오면 된다.

남은 소스에 김가루와 공기밥을 투척하고 마구마구 대충비비면 끝. 그리고 입속으로 밀어 넣기만 하면 된다. 돌짬뽕이 볶음밥도 비빔밥도 아닌 그렇다고 말아먹는 밥도 아닌 이 정체불명의 밥은 무조건 드시라 추천한다. 정말 맛있게 마무리 할 수 있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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