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반항아 주제곡

80년대 후반, 책받침 3대장이 있었다. 브룩 쉴즈, 피비 케이츠, 소피 마르소가 특히 인기가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소피 마르소를 가장 좋아했다. 영화 “라붐”에서 보여준 그 청순함과 라붐의 주제곡을 들을 때면 그 당시로 타임 슬립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라붐이 TV 에 방영된 지 얼마지 않아 또 한편의 프랑스 영화가 TV를 통해 선보였는데 이 영화를 통해 샤를로뜨 갱스부르의 존재를 알게 됐다. 소피마르소와는 확연히 다른 개성을 지닌 이 소녀에 열광했었다. 영화 “귀여운 반항아” 그리고 무엇보다 그 주제곡을 너무 좋아했다. 영화 귀여운 반항아 주제곡 이야기.

영화 귀여운 반항아(L’effrontée)는 클로드 밀레(Claude Miller)가 감독한 1985년 프랑스영화로 “L’effrontée”는 건방진, 반항소녀라는 뜻이다. 사춘기 소녀의 상처받기 쉬운 그 미묘한 몸과 마음을 그리는 일종의 성장 영화다. 

심술궂고 항상 모든 것에 불만족스러운 13살 샬롯은 프랑스 지방 마을에서 가난한 홀아버지 앙투안과 오빠 재키와 살고 있다. 자신의 환경과 주변인물들에 대해 매사에 못마땅해 한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샬롯은 학교의 음악실에서 비디오로 같은 나이 또래의 천재 소녀 피아니스트 클라라의 콘서트를 보고 그녀를 동경하게 된다. 그러던 중 영화처럼 샬롯은 클라라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다. 

샬롯은 선원이면서 휴가를 이용해 친척의 철공소 일을 도와주고 있던 청년 쟝과 사귀게 되고, 마침 이 클라라가 주문한 피아노의자를 배달하러 가는 길에 동행한다. 클라라의 별장에서 파티가 열렸고, 클라라의 권유로 그녀의 드레스를 빌려 입고 파티에 참석한 샬롯은 마냥 꿈만 같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부유한 집안의 딸 클라라에 대해 부러움을 느낀다. 클라라는 샬롯에게 자신의 콘서트 투어에 동행할 것을 제의하고 방학 중인 샬롯은 그 꿈에 부풀게 된다. 

이 영화 “귀여운 반항아”는 전적으로 샤를로뜨 갱스부르(Charlotte Gainsbroug)가 이끌어 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도발적이고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로 사춘기를 겪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수수한 줄무늬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나온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때로는 반항적이며 섬세하고 금방이라도 상처받을 것 같은 사춘기 소녀를 완벽하게 연기한다.

단순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 아닌 복잡한 캐릭터로 묘사하면서 십대의 삶을 섬세하고 진부하지 않게 묘사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이 동갑내기 친구 클라라랑 콘서트 투어에 함께 떠나겠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울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은 그 나이의 사춘기소녀의 모습 그대로다. 이 영화는 청소년기, 환멸, 그리고 서로 다른 사회 세계 간의 충돌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1986년 샤를로뜨 갱스부르(Charlotte Gainsbroug)는 이 영화로 프랑스 영화계 최대의 영예인 세자르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조금 처진 눈썹과 눈, 언제나 뭔가 얘기하려는 듯한 입술, 애수에 찬 얼굴과 삐쩍 마른 몸매 소피마르소와는 또 다른 묘한 매력을 지녔다. 어쩌면 조금은 보이시한 매력까지 느껴지는데 이 영화가 개봉한 뒤에 프랑스 내에 인기가 상당했다고 한다.

샤를로뜨 갱스부르(Charlotte Gainsbroug)는 잘 알려져 있듯이 프랑스 음악계의 대부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와 버킨백의 여신 제인 버킨(Jane Birkin) 사이에 태어난 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예술적인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고, 여러 장의 가수로의 앨범과 화려한 필모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배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모든 시작점은 바로 이 영화 “귀여운 반항아”였다. 이 영화의 인기가 얼마나 높았는지 그 당시 프랑스에서 태어난 딸들 이름이 샬롯이 그렇게 많았다고 전해진다. 

“귀여운 반항아”가 우리나라에서 방영된 건, 3년 뒤인 1989년 1월이었다. KBS 1TV [명화극장]을 통해 전파를 타고 방영됐는데, 방영되자마자 그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크게 두 가지 반응이었는데 샬롯을 연기한 샤를로뜨 갱스부르(Charlotte Gainsbroug)에 대한 관심과 이 영화의 주제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반응이었다.

당시 영화 “귀여운 반항아” 주제가를 틀어달라는 엽서가 라디오 방송국에 쇄도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변이 발생했다. “귀여운 반항아”의 주제가는 KBS 라디오 제2FM의 ‘영화음악실’에서 공모한 1989년 애청자가 뽑은 영화음악 베스트 20에 1위를 장식했다. 당시 이 노래를 당시 너무 좋아해 레코드점에서 판매하던 피아노피스(기타피스)라고 불리는 노란색 악보집을 500원주고 구매해서 한글로 득음을 표기한 걸 따라 부를 정도였다. 

그런데 재밌게도 이 영화 “귀여운 반항아”의 주제가는 프랑스 영화임에도 프랑스 노래가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이탈리아 팝밴드 리끼 에 포베리(Ricchi E Poveri)가 1983년도에 발표한 노래였다. 리끼 에 포베리(Ricchie E Poveri)는 이탈리아어로 ‘부자와 가난한자’라는 뜻의 이탈리아 팝밴드로 1967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결성된 4인조 팀이었다.

음반 판매량도 대단하지만 70년대와 80년대 그들의 싱글중 몇몇 곡들은 이탈리아외 유럽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할 만큼 대중적인 성공도 거둬들였다. 1985년에는 산레모 가요제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유러비전 송콘테스트에서 이탈리아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리끼 에 포베리(Ricchie E Poveri) 특색은 이탈리안 칸초네 특유의 강렬한 멜로디 기복이 있는 음악으로 춤추듯 경쾌하면서도 스마트한 보컬 하모니를 자랑하는 팀이었다. 댄서블한 느낌의 에레인 지가 전하일품이다.

주제곡은 “Sara Perche Ti Amo” ‘왜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됐을까요?’로 1983년에 리끼 에 포베리(Ricchi E Poveri)가 발표한 노래였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대히트한 이 곡을 클로드 밀레 감독이 재빨리 자신의 영화 “귀여운 반항아”에 주제가로 쓴 것이다.

날아갈 듯 상쾌하고 경쾌한 멜로디라인에 듣는 사람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는 곡으로 댄서블한 느낌의 어레인지가 일품인 노래다. 이탈리아 칸초네들의 특징이라면 기복이 확실한 멜로디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발음과 뉘앙스로 국내에서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던 칸초네들이 많았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며 프랑스 영화이지만 이탈리아 노래가 영화의 주제곡으로 채택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방영과 함께 큰 인기를 얻자 발빠르게 주제가 OST를 표방한 앨범이 나왔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앨범 쟈켓만 영화 “귀여운 반항아” OST를 표방했지 그 내용물은 리끼에 포베리(Ricchi E Poveri) 베스트앨범에 귀여운 반항아 주제곡 “Sara Perche Ti Amo”가 수록된 형태의 앨범이었다. 그럼에도 리끼 에 포베리의 음악들을 전반적으로 다 들어볼 수 있는 베스트앨범으로 다른 노래들도 괜찮은 편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Come Vorrei”라는 곡도 특히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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