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더 알려져야 한다.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사랑의 서약, 처음 느낌 그대로, 기억해줘, 내게, 덩크슛, 제리 제리 고고, 흑백영화처럼, 마법의 성, 여우야, 송가, 편지, 동경소녀, Hello I’m Mr. Smile, 행복을 주는 노래 등등 이 노래의 공통점은 바로 김광진 노래들이다. 김광진 Story

엔잡러 김광진, 노래와 일

이 노래는 김광진 노래들이다. 자신이 부른 것도 있지만, 여러 가수에게 작곡해준 히트곡들이다. 김광진은 더 클래식으로 5장, 자신의 솔로 앨범도 5장의 앨범을 발표한 나름 10장의 정규앨범과 미니앨범, 디지털싱글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다.

노래는 그나마 알려졌지만, 방송 출연이 아주 드물어 얼굴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얼핏 보면 젊은 김창완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검색해 보면 가수, 금융인으로 표기되어 있다. 실제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겸 애널리스트로서도 유명했다. 한동안 라디오 경제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요즘 만들어진 말이긴 하지만, 김광진은 대단한 엔잡러다.

데뷔는 한동준이 부른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를 작곡하면서다. 재밌게도 한동준, 김광진 소속사가 1세대 아이돌의 산실 ‘SM엔터테인먼트’였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이수만이 미국의 엔터산업을 보고 SM엔터를 출범시켰는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던 SM과는 거리가 살짝 있었다. 초기에는 자신의 음악 뿌리가 포크와 발라드 음악임을 확실히 했다고 할까? 한동준, 김광진 심지어 추가열도 SM이 소속사였다. 그리고 현진영도 이런 SM 출신이다. 초창기 SM엔터의 방향성과 시행착오 속에 김광진이 있었을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수만의 김광진을 픽업한 눈은 정확했다. 단지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다.

희귀앨범이 된 김광진 1집

이수만은 작사-작곡, 노래까지 잘하는 싱어송라이터 김광진에게 거는 기대가 나름 컸을 것이다. 그리고 1991년 1집 앨범이 발표된다. 9곡으로 전곡을 작사작고 불렀다. 타이틀곡으로 밀었던 곡은 부제로 ‘유재하를 위하여’가 붙어있는 ‘너를 위로할 수가 없어’였고, ‘일보접근’, 한동준이 먼저 불렀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 만으로’도 수록되어 있고, ‘멀리 있어도’, ‘엘비나’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었다.

그럼 1집의 성적은 어땠을까? 1집 앨범을 소장한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희귀앨범이 됐다. 이 앨범은 철저하게 묻혔다.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당시 노래들을 살펴보면 이해가 빠를 수도 있겠다.

1991년 챠트에는 신승훈 – 미소 속에 비친 그대, 윤상 – 이별의 그늘, 김현식 – 내 사랑 내 곁에, 이상우 –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노사연-만남 외 심신, 강수지, 김완선, 김민우, 신해철, 015B, 임재범, 이승환, 이승철, 푸른하늘 등의 챠트에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었다.

노래가 발표되면서 단박에 히트하는 경우가 있지만, 뒤늦게 세상에 알려지며 일명 챠트를 역주행 하는 경우가 있고, 다른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면서 더 많이 알려지는 케이스도 있다. 노래의 운명이란 참 묘하다.

모르면 간첩인 노래 ‘마법의 성’이 수록된 더 클래식 1집

1994년에 더 클래식 1집으로 초대박이 난다. ‘마법의 성’이 수록되어 있고 당시 이 노래를 모르면 정말 간첩이었다. 광고 음악으로도 쓰였고 첫 소절만 들어도 바로 알만한 곡이 됐다. 앨범에는 여러 버전이 있었지만, 특히 변성기가 오지 않은 소년 백동우가 부른 버전이 인기가 많았다.

아쉽게 묻혀버린 김광진은 1집 앨범 이후 데뷔 때부터 함께 했던 키보디스트이자 편곡자인 박용준과 함께 더 클래식을 결성한다. 하지만 1994년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순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무도 앨범 제작을 안 해줘서, 가수 이승환이 제작에 뛰어든다. 앨범 쟈켓에는 Directed By 이승환이라고 쓰여있다. 이후 더 클래식은 97년까지 3집 정규앨범까지 발표한다. 물론 크리스마스 앨범과 EP도 발매했지만, 이후에는 솔로 앨범에 더 집중한다.

김광진 본격적인 솔로앨범

김광진 2집 : 지금껏 작곡해 온 노래를 모아서 2집 앨범을 발표한다. 여기에는 1집에서 발표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 ‘너를 위로할 수가 없어’,‘일보접근’,‘멀리 있어도’를 재녹음해서 실었고, 한동준에게 줬던 노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사랑의 서약’ 이소라가 먼저 녹음했던 ‘기억해줘’,‘처음 느낌 그대로’ 외 이승환의 ‘내게’가 작곡자 본인의 목소리로 수록했다. 앨범 타이틀곡은 ‘진심’이란 곡이었다. 싱어송라이터의 가장 큰 무기는 직접 자기가 만든 곡이기에 그 의도와 노래를 부를 때 어떤 포인트가 중요한지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곡의 원래 의도, 해석력은 100% 이상 살려서 부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더욱더 진실하게 담담하게 들린다.

김광진 3집 : 2000년에 발표됐고, 솔로 앨범 중에서도 가장 정점에 있는 앨범이다. 김광진 노래 중 가장 대표곡으로 따라다니는 “편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슬픈 노래는 두 가지 종류의 정서가 분명 존재한다. ‘나 슬퍼요’ 쥐어 짜며 울면서 노래하는 부류가 있고, 슬픔을 삭히며 담담하게 부르는데 오히려 울면서 부르는 노래보다 더 슬프고 애절하게 전달되는데 김광진의 ‘편지’가 이런 경우다. 가사는 흔히 볼 수 없는 경어체의 편지처럼 써 내려가 더 절절하다. 작사는 그의 아내인 허승경이 작사했는데 실제 본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처음 앨범 발표 당시에는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서서히 입소문이 나고, 여러 후배 가수들이 각종 경영프로그램에서 이 곡을 부르면서 재평가 받은 경우다. 3집 앨범은 전체적으로 록 스타일의 곡부터 경쾌한 댄스곡, 랩을 하듯 라임을 타는 노래, 보사노바 곡까지 다양한 트랙들이 담겨있다. 앨범 만족도가 3집, 4집이 가장 높은데 전곡을 그냥 다 듣게 된다. 최근에 180g 한정판으로 LP로 발매했다. 당연히 구매했다. CD와는 쟈켓이 살짝 다르지만, 수록곡은 동일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은 “편지”,“눈이 와요”,“Hello I’m Mr.Smile”이다.

김광진의 보컬이 절창이고 가창력이 엄청나게 특출하거나 뛰어난 스타일은 분명 아니다. 반면 노래를 기술적으로 잘하고, 테크닉이 화려한 기교를 넣어서 한다고 청자가 다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악기 없이 피아노 하나, 기타 반주 하나로 부르는 노래가 때로는 더 깊은 울림을 전달할 수 있듯이 그 어떤 기교 없이 오히려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부를 때 가사의 진정성이 그대로 전달되고 정서적으로 위안을 받기도 한다.

한 줄의 가사가 위안이 되고 일상을 치유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김광진의 음악이 더욱더 알려지길 바란다. 사람들은 아직 김광진을 잘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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