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음악은 젊음의 상징이다. 록앤롤의 시작도 기성세대의 고리타분함을 참지 못한 젊은이들의 음악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비틀즈(Beatles)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과 딥 퍼플(Deep Purple)이 70년대에 등장한 수많은 밴드가 그러했다. Nirvana Story.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록 음악은 70년대 제대로 꽃피지도 못하고 대마초사건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특이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자리를 대신 한 캠퍼스 록 밴드들이 대학가요제나 이런저런 등용문을 통해 록 음악을 꽃피우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고 어쩌면 대한민국은 록 음악은 한동안 불모지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80-90년대 헤비메탈이 최고였지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젊은 음악 록에 대한 갈증도 있었을 텐데 자연히 영미권의 록 음악에 열광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내가 말랑말랑 팝만 듣다가 록 음악을 처음 들었던 시기는 헤비메탈이 기승을 부리던 80년대 중후반부터다. 본 조비(Bon Jovi), 신데렐라(Cinderella), 스키드로우(Skid Row), 헬로윈(Helloween), 스틸하트(Steelheart), 메탈리카(Metallica)가 메인스트림에 있었던 시기였다. 머틀리크루(Motley Crue), 데프 레파드(Def Leppard), 건스앤로지스(Guns And Rose) 등등 일명 푸들메탈이 득세하던 시기랑 딱 겹쳐있다.
열심히 사서 들었던 음반들은 메탈 발라드 좀 한다는 팀의 음악이었다. 길거리 길보드 리어커에서 파는 록발라드 테이프를 사면 스콜피온즈(Scorpions), 주다스프리스트(Judas Prist), 레드제플린(Led Zeppelin), UFO, 콰이어트 라이엇(Quiet Riot), 딮 퍼플(Deep Purple) 같은 그룹의 음악이 말랑말랑 팝과는 다른 비장미를 장착하고 수컷의 향기를 풍기며 한 노래씩 하고 있었으니, 바야흐로 80년대 90년대 초반까지 록 음악은 대중적인 선택이었고, 특히 록발라드는 남녀불문하고 두루두루 사랑을 받던 시기다.
너바나(Nirvana) 신세계를 처음 만났을 때
거기에 기타 좀 들고 다니고 음악 좀 깊게 들었다 하면 무조건 달리는 헤비메탈을 연호했다. 물론 난 깊이는 없었다. 대중적인 멜로디를 선호했고 가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찢어지는 기타 리프에 당장이라도 부숴버릴 것 같은 드럼 사운드에 시원함을 느끼는 청소년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90년대 중반 93년쯤에 너바나(Nirvana)의 LP를 처음 샀다. 92년도에 나온 앨범이니 앨범 쟈켓은 이미 여러 차례 봤지만, 어떤 음악인지는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저 애기가 포경수술을 했네? 정도의 신선함뿐이었다. 그러다 선배의 추천으로 “너바나 음반 좀 들어봐 죽여줘…” 이 한마디에 음반을 샀고, 당시 록 음악은 헤비메탈만 듣던 내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헤비메탈의 묵직한 드럼과 기타 리프와는 결이 확실히 다른 사운드가 ‘이건 뭐지? 와! 그냥 무지 시끄러운데 기존의 모든 규범과 관습을 다 부셔버리겠다는 기세로 노래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얼터너티브 록 그런지의 시대와 조우하게 됐다. 적어도 당시 라이센스로 발매된 앨범들은 모두 구매해 놓고 라이브 비디오테잎까지 구매해서 몇십 번을 돌려봤다. 지금은 언제 어디서 분실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LP와 CD들은 차곡차곡 쌓아왔다.
Nirvana는 어떤 밴드?
1990년대를 풍미했던 그런지를 대표하며 또한 얼터너티브 록의 기폭제였던 밴드였다. 록의 흐름을 헤비메탈에서 얼터너티브로 가져온 조류 그 자체를 상징하는 밴드다. 대부분의 평가가 너바나의 가장 큰 업적은 상업성과 매너리즘에 찌들어 위기에 처한 록 씬을 개혁하고 록 음악의 수명을 연장시킨 것이었고 입을 모으고 있다.
70년대 하드록의 바통을 이어받은 헤비메탈이 80년대까지만 해도 신선하고 멋진 테크닉과 무대매너로 메인스트림 음악으로 안착했고, 80년대는 록 음악에선 확실히 헤비메탈이 메인이었다. 앨범만 발표하면 천만 장씩 팔던 시기를 보냈다. 거기에 좀 더 대중적인 팝 록, 팝 메탈의 시대가 열렸는데 당시 MTV개국과 록 밴드들의 신디사이저의 등장은 헤비메탈 밴드들에게도 영향을 줬고 신예 헤비메탈 밴드들만 양산해 낸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업성만 쫓고 새로운 음악을 보여주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딱 그 지점인 1991년 9월에 발매된 너바나(Nirvan) [Nevermind]는 미미하게 시작했었다. 그런데 “Smells Like Teen Spirit”가 갑자기 빵하고 터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신드롬 같았다. 4개월간 차트를 치고 올라가더니 마이클 잭슨 [Dangerous] 앨범까지 끌어내렸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로 하루아침에 가요계 판도를 바꾼 상황과 같다고 보면 이해가 된다. 서태지 이전과 이후가 바뀐 것처럼, 너바나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고 이 사건으로 새로운 록의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난리가 났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당시 그 어떤 방송에서도 너바나 음악을 자주 들을 수는 없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시간차는 엄연히 존재했고, 서서히 라이센스로 발매되던 록 앨범들이 헤비메탈에서 처음 들어보는 음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제야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단적인 예가 스래쉬메탈계의 공룡밴드 메탈리카(Metallica) 조차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싹둑 짧게 자르고 앞선 앨범들에서 보여준 웅장하고 굉장했던 스래쉬메탈과는 결이 다른 얼터너티브메탈 앨범을 발매하며 팬들을 당혹감을 안겨줬다.
얼터너티브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헤비메탈의 대안으로 등장한 록 음악이었고, 그렇게 1990년대는 얼터너티브 록의 시대가 됐다. 순식간에 수많은 록 음악의 하위 장르가 탄생했다. 얼터너티브 안에는 그런지, 브릿팝, 네오펑크, 포스트 그런지 온갖 이름들이 붙으며 앨범들이 쏟아져 나왔다.
20년이 훌쩍 지난 현재, 이제는 턴테이블에 거의 올리지 않는다. 그나마 MTV 언플러그드 라이브 앨범 정도가 가끔 생각나면 듣는 정도다. 한참 젊었던 20대 초반에 나도 이런 음악에 열광했었지 추억의 파편 정도를 소장하고 있는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