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Acid Jazz 펑크 밴드 자미로콰이(Jamiroquai)와 보컬 제이슨 제이 케이(Jason “Jay” Kay)를 무척 좋아했다. 그 넘실대는 리듬과 펑키한 노래들부터 디스코 사운드는 한동안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는데, 2003년인가 자미로콰이(Jamiroqaui) 이름을 단 생뚱맞은 앨범 한 장이 발표됐다. [Late Night Tales : Jamiroqaui] 이 앨범이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자미로콰이가 큐레이팅한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자미로콰이에게 영향을 끼친 예전 음악들을 모아놓은 앨범이었다. 자미로콰이의 음악적 뿌리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그런 앨범이었다. Jazz, Funk 등 다양하다.
Jazz Pianist 램지 루이스(Ramsey Lewis) 첫 만남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이 앨범을 듣다 보면 자미로콰이의 음악이 어떻게 영향을 받았고 그 흐름을 잘 꿰뚫어 볼 수 있어서 꽤 좋아하는 앨범이다.
포인터 시스터즈(Pointer Sisters), 코모도스(Commodores), 샤카 칸(Chaka Khan), 시스터 스레이지(Sister Sledge), 호세 펠리치아노(Jose Felciano), 마빈 게이(Marvin Gaye), 심지어 랄로 시프린(Lalo Schifrin)까지 이 앨범은 한동안 내 애청 플레이리스트에 있었다. 그리고 이 앨범에 수록된 노래 중에 램지 루이스(Ramsey Lewis)의 “Whisper Zone”이란 스캣송을 특히 좋아했다. 딱 듣기 좋은 내 취향저격 음악이었다.
사실 램지 루이스(Ramsey Lewis)라는 이름을 이 앨범을 통해 처음 접했다. 당시만 해도 제이슨 제이 케이가 어디 희귀앨범에서 좋은 노래를 잘 컬렉션했네의 느낌이었는데, 알고 보니 이 램지 루이스(Ramsey Lewis) 엄청 유명한 양반이었다. 1955년부터 음악계에서 활동해 80장 이상의 앨범을 녹음했고 5개의 골든디스크와 3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했던 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만 덜 유명했지, 이미 미국 재즈(Jazz)씬에서는 엄청 유명한 재즈피아니스트(Jazz Pianist)이자 작곡가였다.
Jazz Pianist 램지 루이스(Ramsey Lewis)는 누구?
램지 루이스가 유명한 것은 멜로디도 잘 뽑았지만 한번 들으면 귓가에 맴도는 잊을 수 없는 리듬감과 사운드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활동한 기간 중 재즈와 팝의 절묘한 경계에 서 있으면서 양다리를 잘 걸쳤다는 것이다. 팝과 R&B차트를 넘나드는 재즈피아니스트이자 밴드 리더로 다재다능했다.
1956년에 재즈 트리오로 데뷔해 그의 고전이 된 “The ‘In’ Crowed” 히트곡이 나오게 된 것이 1965년의 일이었다. 이시기 재즈트리오 구성은 주로 비밥계열이 재즈 앨범들로 가득하다. “The ‘In’ Crowed”는 특이하게도 재즈차트가 아닌 싱글 팝 차트에 5위까지 올랐고 앨범은 앨범차트 2위까지 오른다.
이때부터 재즈보다는 좀 더 팝 쪽에 신경을 쓰고 더욱 대중적인 행보에 집중한다. 이때 영입한 멤버가 바로 Earth, Wind & Fire의 모리스 화이트(Maurice White)였다.
램지 루이스 트리오(Ramsey Lewis Trio)에서 모리스 화이트는 거의 10장 정도의 앨범에 참여하면서 활동을 이어가다 1969년 Earth, Wind & Fire를 결성하기 위해 램지 루이스 트리오를 떠난다. 하지만 이 둘은 아주 각별한 사이로 남게 되어 램지 루이스의 명반 [Sun Godess] 앨범에 Earth, Wind & Fire가 참여하기도 하며 끝내주는 명곡을 발표한다.
Jazz Pianist 램지 루이스(Ramsey Lewis) 최고의 앨범 Sun Goddess, Salongo
장르로 봤을 때는 재즈펑크에 가까운 앨범으로 1974년에 발표됐다. 쟈켓만 봐도 태양이 여신같은 아주 강렬한 금빛 쟈켓이 시선을 끈다. 이 앨범은 재즈 차트가 아닌 빌보드 소울차트에서 1위, 팝차트에서 12위까지 오르면 램지 루이스에게 골든디스크까지 안겨준다.
1960년대까지 재즈트리오 활동을 이어가다 70년대에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모색하던 중, 자신의 트리오에서 활동하던 모리스 화이트와 재회하면서 Earth, Wind & Fire 멤버들까지 대거 세션에 참여시켰고, 필리 베이리(Philip Bailey) 역시 보컬로 참여하게 된다. 이 앨범에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Living For The City”가 펑키한 연주로 담겨있다.
사실 전곡이 팝적이면서도 재즈펑키에 기반둔 곡들로 가득하다. 강력추천곡은 두 곡 정도인데 타이틀 트랙 “Sun Goddess”,“Love Song” 정말 훌륭하다. 팝적인 재즈펑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모리스화이트와는 1976년 [Salongo] 앨범까지 함께 한다. [Salongo] 앨범은 펑키를 넘어 라틴리듬 특히 아프리카와 브라질 사운드까지 끌어들였는데, 대부분의 호평 일색이었다. 사실 이 앨범은 기획단계에서 상업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앨범이었다. 조금은 실험적인 그래서 실패도 예상했지만 뜻밖에 굉장히 좋은 반응과 판매량을 보였다. 실제로 판매량만 놓고 보면 [Sun Goddness]이 훨씬 더 팔렸지만, 이 앨범이 개인적으로 더 좋다. 몇 명 평론가는 램지 루이스의 이런 행보를 교활할 정도로 매우 좋다고 치켜세웠다.
이 앨범에서는 램지 루이스(Ramsey Lewis)의 역동적인 펑키한 피아노 연주를 만날 수 있는데, Sly And The Family Stone과 Weather Report 역시 이 앨범에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특히 이 앨범 최고의 트랙은 “Brazilica”다. 재즈펑키와 라틴음악에 대한 일종의 콜라보 실험같은 느낌이었다. 끝내주는 베이스라인이 시종일관 넘실거리고, 거친 드럼 연주와 중간중간 강렬한 브라스 파크, 램지 루이스의 부드럽고 빠른 일렉피아노 연주, 적절하게 비는 파트에 브라질특유의 스캣이 치고 들어간다. 7분이 넘는 시간이 마치 2~3분처럼 너무 짧게 느껴진다.
1980년 [Route]라는 앨범이 발표되는데 기존 아프리카, 브라질, 라틴풍의 재즈 펑키가 더욱 확장되고 더욱 팝적인 앨범으로 변신했다. 이 앨범은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느낌까지 아우르는데 조금 펑키한 칵테일바나 라운지에서 흘러나올 것 같은 대중적인 멜로디를 선보인다. 이 앨범에 처음 언급한 자미로콰이의 제이슨 제이 케이가 큐레이팅한 앨범에 수록된 “Whisper Zone”이란 곡이 수록되어 있다.
[Route] 앨범은 재즈펑키와 팝적인 발라드가 몇 곡 포함되어 있다. “Whisper Zone”이 외에 “Caribbean Blue”도 좋고 앨범에서 가장 말랑말랑한 트랙 “You Are The Reason”도 자주 듣는 곡이다. 기존 램지 루이스 재즈 팬들이 이 트랙이 너무 팝적이라 칵테일라운지바 음악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램지 루이스는 더 대중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컨템포러리 재즈 앨범이다.
컨템포러리 Jazz 앨범 “The Two Of Us”
1980년대 들어서면서 램지 루이스는 좀 더 대중 친화적 앨범들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재즈앨범이라기 보다는 팝 R&B 앨범이고 한마디로 이 앨범부터는 컨템포러리 재즈 앨범이다. 그 정점을 찍은 앨범이 바로 1984년에 발표된 [The Two Of Us] 앨범이다. 프로듀서이자 베이시스트 스탠리 클락(Stanley Clarke)이 제작에 참여했고 램지 루이스와 여가수 낸시 윌슨과 함께 발표한 스튜디오 앨범이다.
낸시 윌슨(Nancy Wilson)은 1960년대 두각을 나타낸 다재다능한 음역의 여성 보컬로 재즈, 팝, 소울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보컬이었고 다양한 리메이크 앨범도 많고 당시 히크곡들을 안 부른 곡이 없을 정도로 다작 스타일의 여가수였다. 이런 그녀가 램지 루이스와도 만남은 굉장히 대중적인 알앤비(R&B) 앨범을 탄생시켰다. 특히 굉장히 실키하고 부드러운 사랑의 발라드 노래 “The Two Of Us”같은 경우는 낸시 윌슨(Nancy Wilson)과 CCM가수 대릴 콜리(Daryl Coley)의 듀엣곡에 램지 루이스가 그랜드 피아노 연주가 더해져 우아한 사랑노래가 탄생했다. 이건 그냥 재즈가 아닌 80년대 유행한 팝송이다.
재즈의 관점에서 이 앨범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온갖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다 녹아있다. 앞선 재즈펑키에 라틴 아프리카 카리브 리듬까지 가더니 신디사이저음의 뿅뿅 사운드까지 도입한 일렉트로 재즈까지 선보이는데 나쁘지 않고 좋기만 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걸어두면 전곡을 다 듣게 되는 앨범이다.
낸시 윌슨과의 만남은 이후 2000년 이후 두 번 더 같이 앨범을 발표한다. 2002년 [Meant To Be]와 2003년 [Simple Pleasures]까지 이어진다.
90년대부터 2009년까지 시카고 라디오 방송국에서 Smooth Jazz나 컨텐포러리 재즈들을 방송했던 “램지 루이스 모닝쇼”를 진행했다. 말년에는 음악 교육에 적극적이었는데 재단도 설립하고 재즈멘토 프로그램도 만들어 고등학교에서 이사회에서 활동하며 보낸다. 2022년 9월 12일 시카고 자택에서 향년 87세의 나이로 잠을 자다가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진 재즈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그의 앨범을 몇 장 접하면 분명 매력적인 피아노터치가 돋보이는 램지 루이스의 음악에 빠져들게 된다. 74년부터 84년까지 발표된 앨범들이 가장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