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경우가 있다. 음악도 이런 성향의 가수가 있는데, 포크(Folk)도 아니고 록(Rock)도 아니고 소울(Soul)도 아니고 알앤비(R&B)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즈(Jazz)도 아니고 라틴음악(Latin Music)도 아닌 이 모든 장르가 조금씩 다 섞여 있는 경우다. 대표적으로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가 이 범주에 들어간다. 그래서 그의 음악 스타일이 때로는 극명하게 갈리는 경향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얕잡아 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어덜트 컴텐포러리(Adult Contemporary)쪽 음악성향에 대해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다른 사람의 장점을 두루두루 다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마치 죠지 벤슨(George Benson)의 그루브, 알 자로우(Al Jarreau)와 케니 랜킨(Kenny Rankin)의 감미로운 목소리. 스탤리 댄(Steely Dan)과 비슷한 사운드, 심플리 레드(Simply Red)와 스파이로 자이라(Spyro Gyra)보다 살짝 재즈적이고 퓨전적인 사운드, 샤데이(Sade) 초기의 부드러움과 남미풍의 사운드가 바로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다.
사실 이런 앨범들도 찾기 쉽지 않다. 그냥 편안하고 앨범에서 어떤 노래가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넘기는 트랙 없이 잔잔하게 전 트랙이 너무나 편안하고 좋은 앨범이 바로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 앨범들이다. 때로는 지적이고 청량한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하고 휴가철에 편안한 휴식을 즐길 때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으면 마냥 듣기 편한 그런 노래들이다.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 누구?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는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자랐다. 14살에 29달러를 주고 싸구려 기타를 하나 샀는데 이 기타가격에는 6번의 기타강습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강습은 그가 받은 유일한 음악 교육이었다. UCLA대학에서 영어를 공부하면서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 스탄 게츠(Stan Getz), 호앙 질베르토(Joan Gilberto),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과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를 알게 됐다. 태어나서 음악 교육은 단 한 번 기타강습 6번이 전부였지만 대학 시절에 들었던 이 노래들은 그의 음악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사실 UCLA에서 현대문학 학사, 오레곤 대학에서 석사, 몬트리올 대학에서 미국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UCLA에서 시간강사로 강의를 했었다. 그의 문학 연구는 그의 노래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서정적이며 문학적인 가사로 인해 “생각하는 사람의 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었다. 1960년대 후반에는 캐나다에서 잠깐 생활할 때 캐나다 포크싱어 고든 라이트풋(Gordon Lightfoot)과 음악작업을 하기도 했었다. 또, UCLA에서 시간 강의를 할 때, 뮤지컬을 위해 작곡을 시작한 게 음악계에 발을 딛는 계기가 되고, 두 편의 영화음악에서 몇 개의 트랙을 작곡했다. 그리고 소니 앤 브로우니(Sonny & Brownie) 앨범에 3곡을 녹음하면서 투어 멤버로 참여해 기타, 밴조, 만돌린을 연주하면서 커리어를 쌓았다.
마이클 프랭스 대표적인 앨범들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의 첫 데뷔는 1973년 <Michael Franks>라는 타이틀로 앨범을 녹음했지만, 마이너 히트곡 “Can’t Seem To Shake This Rock’n Roll”이 소폭의 히트만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1976년 두 번째 앨범 <The Art Of Tea>를 발매하면서 마이클 프랭스는 워너브라더스 레코드와 오랜 계약 관계를 시작했다.
이 앨범에는 조 샘플(Joe Sample), 래리 칼튼(Larry Carlton)이 참여했고 히트곡 “Popsicle Toes”가 포함됐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는 국내취향의 “Mr. Blue”가 수록되어 있다.
3번째 앨범 <Sleeping Gypsy>는 브라질음악에 대한 헌사가 녹아있었고 녹음 자체를 아예 브라질로 날아가서 현지에서 부분적으로 녹음을 마친다.
이 앨범에는 “The Lady Wants To Know”가 잘 알려져 있고 무엇보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을 헌정하는 노래 “Antonio’s Song/The Rainbow”의 접속곡이 수록되어 국내는 물론 보사노바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이기도 하다.
브라질음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영감을 받아 다이나믹하고 경쾌한 재즈팝 사운드를 들려준다. 앨범 곳곳에는 적당한 그루브가 스며있고 브라질 배경 타악기도 한자리를 차지하며 브라질 음악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시작된 앨범이라는 의미가 크다.
4집 <Burchfield Nines>에서는 특히 “Vivaldi Song”이 유명한데 이 곡은 마크 알몬드(Mark Almond)가 리메이크하기도 했었다. 4집은 완전히 새로운 재즈 스타일의 라인업을 모집하는데 전체적인 사운드는 웨스트 코스트 재즈를 기반으로 하지만 가사나 분위기는 뉴욕의 감성을 담은 앨범을 내놓았다.
프로듀서는 브라질 출신의 유미르 데오다토(Eumir Deodato)가 참여했고 데오다토(Deodato) 덕분에 이전 앨범보다 뚜렷한 오케스트레이션을 특징으로 한다. 리듬 연주자 윌 리(Will Lee), 랄프 맥도날드(Ralph McDonald) 및 스티브 갓(Steve Gadd)을 최대한 활용해 앨범전체 리듬감을 잘 살려냈다. 앞선 앨범들보다 더 펑키한 음반으로 경쾌한 곡들로 채워졌고, 몇 몇 곡들은 에로틱하면서도 순수했던 70년대 자유연애의 감성을 로맨틱한 감성으로 담아냈다.
5집 <Tiger in the Rain>은 굉장히 부드러운 퓨전재즈록 앨범으로 이전 남미 언더비트가 적절히 녹아 표현한 앨범이었다. 이런 그루브는 대놓고 일어나 춤을 추는 것보다 앉은 자리에서 발가락을 까딱이며 좌우로 몸을 흔들 정도의 그루브를 타게 만드는 앨범이다. “Living On The Inside”, “Hideaway”,“Underneath The Apple Tree”, “Satisfaction Guaranteed” 등의 트랙들이 귀에 들어온다. 데이빗 샌번(Dave Sanborn)과 죠지 영(George Young)이 앨범에 참여해 든든하게 받혀주고 있다.
1983년작 <Passionfruit> 앞선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지만 80년대 들어선 스무드 재즈(Smooth Jazz) 퓨전 장르의 견고한 확립을 들 수 있다. 수록곡 중에 “Now That Your Joystick’s Broke”만이 한때 그의 젊었을 때의 장난스러움을 연상시킨다. 반면, “When Sly Calls (Don’t Touch That Phone)”은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비밥을 경쾌한 곡으로 가져왔다. 이 앨범에서는 감미롭고 은유적이고 지적인 가사로 소규모 재즈 앙상블을 선보였다.
1987년 <The Camera Never Lies> 앨범에서는 패티 오스틴(Patti Austin)과 아트 가펑클(Art Garfunkel)의 백보컬과 얼 크루(Earl Kluge)의 기타가 함께 했다.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만의 특허 받은 스무드 재즈(Smooth Jazz)스타일이 계속 이어진다. 브라질 리듬의 영향은 해가 갈수록 사라지지만 이 앨범에서는 얼크루의 기타덕분에 기타의 표현력이 더욱 풍부해졌다.
개인적으로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 최초의 앨범은 <Blue Pacific> 테이프였다. 1990년 앨범으로 당시 발매됐을 때 레코드점 사장님의 추천으로 테이프를 구매했었다. 어느 한 곡 히트곡은 없었지만 앨범 전체가 리드미컬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고 해야 할까? 듣기 편한곡들로 채워져 있었다.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의 90년대 들어서 발표한 첫 번째 앨범은 트렌드나 방송에 상관없이 지극히 개인적인 음악을 만들려는 아티스트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앨범이었다. 앨범 타이틀 <Blue Pacific>은 제목만큼 넓고 깊은 바다가 생각날 만큼 아름답다. 앨범은 스틸리 댄(Steely Dan) 월터 베커(Walter Becker)의 엔지니어링 지원으로 훌륭한 결과를 얻어냈고 특유의 부드럽고 속삭이던 목소리의 변화가 있었다. 대신 여성 합창단이 뒷받침하고 있고 더욱 다양한 뮤지션들이 이 앨범을 위해 참여했다. 이 앨범은 스무드 재즈(Smooth Jazz)의 템플릿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실 이 앨범 전체는 매우 완성적이고 통일된 작품들이 수록되어 개별 곡을 골라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90년대에도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 음악은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도 있다.
1993년은 <Dragonfly Summer>로 돌아왔다. 제프 로버(Jeff Lober)가 앨범의 3분의 1에 대한 제작, 편곡 및 키보드 작업을 했고 나머지 3분의 1은 옐로우쟈켓(Yellowjackets)이 프로듀싱하고 편곡했으며, 또 다른 3분의 1은 길 골드스테인(Gil Goldstein)이 프로듀싱하고 편곡했다. 무더운 여름날의 나른함이 앨범 전체에 녹아있다. 마치 여름휴가지에서 바다 옆 해먹처럼 부드럽게 흔들리는 나른한 앨범으로 낭만이 넘치는 앨범이다.
1995년 <Abandoned Garden>은 브라질 보사노바의 아버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을 기리기 위한 헌정앨범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브라질 색채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브라질 가수 엘리안느 엘리아스(Eliane Elias)가 참여했지만 밥 제임스(Bob James), 옐로우쟈켓(Yellowjacktets), 칼라 브레이(Carla Bley), 스티브 스왈로우(Steve Swallow), 척 로브(Chuck Loeb), 아트 파머(Art Farmer), 마이클 브레커(Michael Brecker), 조슈아 레드맨(Joshua Redman)등 수많은 업계의 유명 재즈뮤지션들이 이 앨범에 참여해 도움을 줬지만 오히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생각날 만큼 브라질 색채는 점점 희석된 결과가 나왔다. 어쩌면 그동안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가 발표한 대부분의 앨범들이 스무드 재즈(Smooth Jazz)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에 가까운 앨범들이었다면 이 앨범은 마이클 프랭스의 가장 재즈적인 앨범이 됐다.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 스타일은?
마이클 프랭스는 독특한 속삭이는 보컬 스타일과 재지하면서 도시적인 세련된 느낌의 음악들을 선보였다. 1973년부터 2018년까지 18장의 스튜디오 앨범과 1장의 라이브앨범, 7장의 편집앨범이 발매되어 있다.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는 재즈와 팝의 딱 중간지점이고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와 스무드 재즈(Smooth Jazz)로 분류되기도 한다. 재즈라고 말하기에는 가볍고 팝음악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세련된 느낌의 무언가가 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운 재즈를 연상하게 하고 가끔은 너무나 평범하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부드러운 말투와 정중한 스토리텔링과 샤데이(Sade)가 연상되는 재지한 사운드가 혼합되어 있다. 그의 목소리는 종종 케니 랜킨(Kenny Rainkin)과 비슷하지만 알 자로우(Al Jarreau)보다는 스펙트럼이 넓은 보컬은 아니었다. 전통 재즈보다는 스무드 재즈(Smooth Jazz)의 조 샘플(Joe Sample)과 밥 제임스(Bob James)와 비슷한 느낌이다. 마이클 프랭스의 장점은 영리하고 때로는 지적인 가사와 낭만주의가 녹아있고 거기에 남미 특히 브라질의 테마와 보사보바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
마이클 프랭스의 노래는 어떤 노래를 들어도 편안하고 절대로 튀거나 중독적이지 않다. 거의 모든 가사들이 거짓되거나 화려하지 않으며, 가식적이거나 지나치게 극적이지도 않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유창하고 부드럽게 짜여진 멜로디로 편안하게 일상을 노래한다. 슬픈 일, 기쁜 일, 사랑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감미롭게 전한다. 재미있게도 사계절 아무 때나 부담 없이 듣기에 딱 인 앨범들이다. 특히 무엇보다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들으며 더없이 좋은 앨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