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린 인물이 있다. 니콜라 파가니니(Nicola Paganini) 역사상 최고로 꼽히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19세기 바이올리니스트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바이올린 활 대신 나뭇가지를 사용해 곡을 연주했다니, 현 하나로 곡을 연주했다던가 하는 뛰어난 기교는 상상을 초월하는 재능과 작품들을 남겼다. 바이올린이 도달할 수 있는 테크닉의 극한을 보여줬다. Paganini
그때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효과들을 바이올린을 통해서 보여줬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그에 반해 인생 자체는 방탕 막장 그 자체였다.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광팬이었는데 직접 파가니니(Paganini)의 연주를 라이브 공연으로 들어 본 리스트는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피아노계의 파가니니가 되겠다고 하면서 후대 피아니스트들에게 수많은 원망을 들어야 하는 곡들을 써댔다. 초절기교 사람이 과연 저걸 연주할 수 있을까 싶은 악보들을 써대는데 파가니니와 리스트는 한마디로 미친놈들이었다.
이 둘만 없었다면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가 그렇게 좌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극강의 초절기교 곡들로 그 짜릿함도 후대에서는 느끼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Paganini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
1811년 니콜라 파가니니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파가니니는 총 6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지만 인쇄된 건 두 개뿐이다. 그중 제일 유명한 협주곡이 바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다. 파가니니의 모든 곡이 쉽지 않다지만 손에서 피가 나기로 유명한 극악무도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곡이 바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으로 엄청난 테크닉을 지녀야 가능한 연주라고 한다. 활을 튕기면서 연주하는 활보잉인 리코셰 주법이 사용되면 3중, 4중의 더블 스토핑(현악기에서 두 현 또는 그 이상의 현의 음을 동시에 긁어 소리 내는 주법)이 난무한다. 이 곡과 협주곡 2번을 편곡한 것이 바로 리스트의 파가니니에 의한 초절기교 연습곡 3번 “La Campanella”다.
사실 파가니니 유명한 연주는 현대의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 레코딩을 시도하고 유의미한 연주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치에 오류도 없이 완벽하게 구사하는 테크닉에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한 연주로 힐러리 한(Hilary Hahn)의 연주를 꼽기도 하고 제2의 파가니니라 불리는 살바토레 아카르도(Salvatore Accardo) 1975년도 레코딩을 치기도 한다. 1993년 녹음된 사라장(Sarah Jang) 장영주의 연주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현대의 레코딩 보다 오히려 명연주 명음반으로 사람들이 치켜세우는 건 모노레코딩시대의 거장들의 연주를 꼽는다. 야사 하이페츠(Jascha Heifetz), 레오니드 코간(Leonid Kogan), 마이클 라빈(Michael Rabin)을 최고라고 한다.
이유야 어찌 됐건 남겨진 레코딩을 통해 짐작만 할 뿐이지만 멋진 연주들을 들려준다. 호와 불호가 갈리는 부분도 물론 있다. 하이페츠나 코간, 라빈의 연주를 두고 너무나 기계적인 면이 있다는 평가도 뒤따르고 기교가 놀라운 연주자들은 맞지만 뭔가 인간적인 감정이 없다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기교에 놀랄뿐 감정이 없다는 얘기는 들어도 잘 모르겠다. 사실 하이페츠, 코간, 라빈의 초반들은 어디서 구하지도 못할뿐더러 구한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가격에 놀라자빠질 지경이다.
이온 보이쿠(Ion Voicu)
이온 보이쿠(Ion Voicu) 루마니아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가 있다. 6살에 콘스탄틴 니쿨레스쿠에게 정규 음악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14살에 왕립 음악학교에서 조지 에네스쿠에게 수학했다. 1940년 졸업 후에는 루마니아 국영 라디오 방송국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됐고 거기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46년 조지 에네스쿠와 예후디 메뉴인이 주최한 음악 경영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사실 이온 보이쿠(Ion Voicou)는 이름이 생소할 수 있다. 몇 년 전 파가니니가 그려진 그의 음반을 접하고 처음 알았다. 레코딩도 많지 않을뿐더러 대부분 LP시대에 내놓은 음반들인데 그마저도 구소련시절 동구권 앨범들이라 예전에는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멜로디야와 에테르나
냉전시대의 유산처럼 느껴지는 음반레이블이 있다. 멜로디야는 구소련, 에테르나는 구동독의 대표적인 레이블인데 둘 다 국영으로 운영된 곳이다. 하지만 같은 국영 레이블이지만 소련의 멜로디야보다 동독의 에테르나는 반질이나 음질이 탁월했다고 전해진다.
동유럽의 보석같은 레이블로 동구권의 출신의 클래식 연주자들의 보석같은 명연주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온 보이쿠(Ion Voicu) 루마니아 바이올리니스트 음반을 바로 에테르나 레이블에서 출시했는데 이 앨범이 대박이다.
에테르나(Eterna)레이블에서 발매된 이온 보이쿠(Ion Voicu)
이온 보이쿠(Ion Voicu)는 루마니아 클래식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1940년대에 이미 뛰어난 음악성으로 민첩성과 자연적인 테크닉으로 정평이 나있었고, 꽃을 피울수 있었던건 모스크바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David Oistrakh)와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얌폴스키(Vladimir Yampolsky)와 함께 동문수학하면서 음악적으로 굉장한 성숙을 이뤘다고 한다. 끼리끼리 친하다고 봐야겠다.
주로 동유럽에서 활동했고, 1970년대 유럽 순회공연으로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그럼에도 실력에 비해 레코딩이 많지 않다. 1960년대 데카(Decca)레이블에서 몇 장을 남기고 동독의 에테르나에서 바로 파가니니와 사라사테의 앨범을 남겼다.
이온 보이쿠의 가장 잘 알려진 음반은 단연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과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다. 그의 연주의 절정을 들려주는 명반으로 손꼽힌다. 비르투오조 바이올린 연주의 대명사로 알려진 이 곡들을 물 흐르듯 유려하고 현란하게 연주하는 그의 연주는 깊이와 숙달의 수준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자칫 속주에만 치우치기 쉬운 따라가기 바쁜 연주를 대가의 연주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최고의 바이올린 사운드를 만날 수 있는 음반!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그의 연주를 듣다보면 왜 널리 알려지지 못했을까 의구심마저 든다. 하이페츠, 코간, 라빈 보다 물 흐르듯 처리해내는 그의 현란한 보잉은 경탄을 자아내고, ‘찌고이네르바이젠’은 감칠맛 나는 독특한 프레이징으로 빠르기만으로 승부를 걸었던 기존 연주자들을 무색케하는 신선한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