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컬트의 장인 장재현 감독의 파묘가 개봉해서 후다닥 극장으로 달려갔다. 전반적으로 너무 좋았고 10점 만점에 8점이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큰 몰입감을 준다. 하지만 극이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 장르의 변형이 일어나며 반전이 있는데 전반부는 오컬트로 쫄깃한 긴장감과 궁금증을 유지했다면 후반부에서는 장르의 결이 달라지면서 크리처물로 변한다. 그러면서 긴장감이 풀리며 다소 몰입감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고 그 부분도 재밌다. 큰 스케일과 밀도 있는 서사, 명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와 잘 짜진 연출 등이 볼 만 하다. 틀은 오컬트와 크리처물의 크로스오버, 알맹이 주제는 뭘 말하려고 하는지 확실히 알겠는데, 이미 어디선가 본 아는 맛, 그럼에도 특제 양념소스로 잘 버무려 맛난 영화로 만들었다. 파묘 후기.
오컬트와 장재현 감독
오컬트 영화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악령, 악마, 귀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일종의 심령 영화로 공포, SF영화의 한 부류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엑소시스트>,<오멘>,<서스페리아>처럼 공포 영화의 한 부류로서 초자연적인 악령에 의해 지배당하는 인간과 맞서 싸우는 영화들이 하나의 장르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컨저링> 시리즈도 대표적인 오컬트 영화고 조금 넓은 의미에서 보면 <고스터 버스터스>,<콘스탄틴>,<사랑과 영혼>도 일종의 오컬트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오컬트는 예전 드라마 “전설의 고향”의 몇몇 에피소드라고 말하고 싶지만, 영화로 국한한다면 퇴마사 이야기를 다룬 <퇴마록>, <여고괴담>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그러다 한국 오컬트의 장인으로 불리는 장재형 감독이 등장하며 한국에서 오컬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감독으로 통하고 있다. 처음 <검은 사제들>은 정석적인 오컬트 장르의 영화를 ‘한국에서 엑소시즘 오컬트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실험을 했는데 이게 ‘가능 하구나’를 보여준다. 이후 한발 더 나아가 더 촘촘하게 깊이 있는 <사바하>를 만들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검은 사제들>보다 이 <사바하>가 훨씬 더 좋았다.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미스테리를 끝까지 이어간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런 작품들로 오컬트 장르 불모지에 가까운 국내에서 꽤 높은 완성도를 보이며 관심을 받았고 이번에 <파묘>까지 개봉하게 된다.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 함께 오컬트, 퇴마 소재에 정통한 감독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파묘 시놉시스와 전반부 (스포주의)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를 잘못 써서 생긴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최고의 풍수지관인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그런데 묘를 찾았는데 이 곳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다.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과 장손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는데 거기에서 나와서는 안 될 것이 나오고 만다. 도대체 이 땅에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악한 기운이 도는 걸까?
반박불가는 시놉시스 부분 영화 초반 몰입감이 압도적이다. MZ세대 무당으로 나온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동업자인 장의사 영근(유해진),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파묘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부터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빠른 전개 속도를 보여준다. 일상적인 대화인데도 배우들의 연기 합이 좋아 순식간에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탄탄한 캐릭터 묘사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뒤 질질 끌지 않고 바로 의뢰받은 묘를 확인하러 가는 부분 역시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어찌 대살굿까지 하며 파묘를 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폭우로 화장을 못 하고 임시로 장례식장으로 옮기게 되는데 이때 파묘한 문제의 관 뚜껑이 열리며 전반부 빌런 할아버지 영혼이 탈출하게 된다. 이때 한껏 고조된 긴장감이 살짝 빠지기 시작한다. 귀신의 형체가 생각보다 많이 자세하게 노출된다. 사실 오컬트 영화에선 너무 대놓고 귀신을 보여주면 맥이 풀리고 덜 무서워진다. 그래서 많은 오컬트 영화에서 항상 마지막에 그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 이런 악령이나 악마 또는 무서운 존재인데 극의 중반에 너무 빨리 등장해서 약간은 의아했다. 그런데 보다보니 나름 그 이유는 있었다.
이때 장손은 친일파였던 할아버지로 빙의해 대동아공영권을 외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마도 1937년에 조선총독부가 제정한 “황국식민서사”를 읊은 것으로 보인다. 친일파의 후손이 엄청난 부자가 됐고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은 빌드업이 잘 된 설정이고 소재이자 서사였다. 물론 감독의 의도가 보이기는 했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를 잘 녹여냈다.
사실 예고편에서 일본군처럼 경례하는 장면이 살짝 나왔을 때, 추리 가능한 역사 이야기가 밑밥으로 깔렸겠네 하는 예상 또는 기시감이 들었는데 일정 부분은 맞아 떨어졌고 후반부 그 밑밥이 제대로 등장한다. 소재로 친일파와 관련된 이야기를 넣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장재형 감독은 그 예상을 아예 뛰어 넘어버렸다.
후반부와 결말 (스포주의)
영화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3장까지가 전반부고 4,5,6장이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시간상으로 따지면 시작부터 1시간가량이 전반부 나머지 엔딩까지가 후반부인데 전반부까지는 오컬트적인 요소로 긴장감 높게 굉장히 잘 끌고 간다. 특히 전반부 클라이막스는 대살굿 장면을 비롯한 오컬트 요소가 긴장감있게 압박감이 상당하다. 대살굿 장면은 이 영화의 최고의 성취고 특히 굿할 때 나오는 음악과 음향은 극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놓는다. 김고은의 연기는 최고의 찬사를 받을 만하다. <곡성>의 황정민보다 멋진 장면을 만들어버렸다.
후반부 4장부터는 일제강점기 조선땅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괴담을 토대로 장르가 오컬트에서 크리처물로 전환된다. 이 후반부 평가가 확실히 엇갈릴 것 같다. 보면서도 적잖아 당황했는데 도깨비불이 등장하는 장면부터였고, 약간 ‘지금 뭘 보고 있는거지?’ 어안이 벙벙해지는 대목이 있다. 자칫 몰입이 깨질 수 있었던 지점은 분명 있고 긴장감이 풀리지만 감독은 그대로 밀어붙인다. 물론 무게감 있는 배우들의 명연으로 어느 정도 봉합은 되면서 그대로 끌고 간다.
파묘에는 빌런이 둘이 등장한다. 전반부 빌런 친일파 악령은 악지 중의 악지에 매장되어 수십년치 한이 쌓여 악귀가 된 탓으로 후손들인 아들과 손자를 살해하고 증손자 갓난아기까지 노리는 악령으로 나온다. 결정적인 순간에 관을 화장하면서 전반부는 마무리된다.
두 번째 후반부 빌런은 일본 정령으로 등장하는 일본 도깨비 오니가 나온다. 예고편에서 가장 오싹했던 묘지 속 의문의 정체가 바로 일본 도깨비 오니였다. 이것이 등장하면서부터 크리처물로 바뀌게 된다. 아예 육체를 가진 거인 정령이 등장하는데 살짝 뜬금없는 느낌이며 ‘이게 뭐지?’하는 지점이 있는데 도깨비불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리고 영화상에서도 계속해서 이 존재에 대한 부연설명이 뒤따른다.
생전에 다이묘 중 하나로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서군으로 참전했다가 패배해 사망했지만 1만 명을 넘게 죽이는 전공을 세워 신이 됐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 와중에 자신을 여기에 묻은 음양사가 본래는 남산의 조선신궁에 봉안 해줄거라고 속였다는 언급도 나온다. 일본 귀신과 한국 귀신은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 귀신는 한이 맺혀 그 한을 풀어주는 의미가 강한데, 일본 귀신은 사람을 무조건 죽이려고 해서 상대하기 힘들다는 묘사가 등장한다. 일본 민담에 나오는 원령들은 지독한 원한의 사람을 무조건 죽인다는 복수귀라고 보면 된다. 일본 도깨비인 오니라는 요괴를 모티브로 한 건데 감독의 디테일한 자료조사와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것이 그 묘에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제의 만행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시작하는데 여우 음양사가 계획한 것으로 “여우가 호랑이의 허리를 끊었다”는 대사로 암시되는 일본장군으로 만든 쇠말뚝 정령을 백두대간의 정기를 끊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최민식이 발견한 예전 도굴꾼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전국에 있는 쇠말뚝을 뽑으러 다니는 독립운동가들 얘기가 등장하면서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에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을법한 얘기를 아주 잘 버무려 놓았다. 사실 이때부터는 오컬트의 공포보다는 역사를 기반으로 만든 픽션인지 논픽션을 교묘하게 섞은 것 같은 이야기를 구성했다. 일제강점기 쇠말뚝괴담을 모티브로 감독의 세계관을 창조한 느낌이다. 이런 세계관의 창조는 이후 스핀어프나 후속작의 제작 여지로도 충분하리란 생각도 든다.
파묘 총평
무엇보다 연기자들의 연기가 최고다. 주연조연단연까지 어색함은 1도 찾아보기 힘들다. 주연 4명의 연기가 훌륭하다 못해 이 영화의 어색한 부분까지도 납득시키며 멱살 잡고 끌고 간다.
무엇보다 무당, 장의사, 풍수사 등 전문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잘 연기했고 여기에 더해 직업영역 안에서 사명감도 있어 보인다. 최민식, 유해진의 연기는 생활연기에 가까워서 현실에 정말 있을 것 같은 캐릭터였고 김고은의 무당연기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고 대살굿 장면은 압권이다.
역할도 좋고 연기도 좋았으며 은교이후 가장 인상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곡성>의 황정민의 굿 장면을 뛰어 넘는 느낌이다. 봉길역의 이도현도 사바하의 박소담의 빙의연기와 비슷한 멋진 빙의연기를 잘 보여준다. 역시 감독은 배우 복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 연기 디렉팅도 훌륭하다는 칭찬은 꼭 하고 싶다.
지극히 무당, 지관, 장의사라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세계관으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물리적인 형체를 갖춘 초자연적인 존재를 맞닥뜨리고 그것을 해결해 과는 과정이 급한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후반부의 최민식은 지관이 아닌 거의 퇴마사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정작 김고은은 역할이 아쉬운 대목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감독이 최민식에게 음양오행을 원리까지 동원해 마무리를 시킨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일 것으로 생각한다.
파묘의 주제와 상통하는 대목은 사실 최민식의 말을 통해서 관객에게 전달한다. 친일파의 망령이 결코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닌 현시대까지 영향을 미치고 이어진다는 은유적 표현과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일본의 제국주의 원령이 이 땅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모습에서 감독은 청산되지 않은 과거와 현재도 친일의 잔재는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은 아닌지의 반문 같았고 거기에 대답하는 최민식의 그 말 한마디 “우리 자식들이 살아가야 할 땅이니까” 라는 그 말이 결국 에둘러 감독이 정말 얘기하고 싶은 핵심은 아니었을까?
조금 더 큰 의미에서 봐도 어떤 사건이나 특정 시기에 있었던 일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은 물론 이후 세대, 그 다음 세대까지 대를 이어서 지워지지 않는 큰 상처와 흔적을 남긴다. 파묘에서 얘기하는 묫바람이 묘사하는 것 역시 세대를 거쳐 후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장치로 사용된 것이다. 조상묘를 잘못 써서 후손들의 안위에 문제가 생겼다는 발상에서 출발했지만 잘못 쓴 묘를 파내는 것에서 이 영화가 출발하고 그래서 오래된 묘를 파내고 그 아래에 문제를 끄집어낸다. “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하고 해결하지 않고 계속 묻어두면 언젠든 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영화처럼 후손들이 탈이 나는 것처럼…
우리가 여러가지 이유로 특정 문제를 파헤치지 않고 외면하고 애써 계속 묻어두고 있는 것은 없는지?
모 신문기사에서도 주연 4명의 캐릭터 이름이 우리 독립운동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아니냐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감독은 어떤 대답도 없었다고 하지만 나름 합리적인 의심은 맞는 것 같다. 극장을 찾아서 꼭 볼만한 작품은 확실하다.
What a stuff of un-ambiguity and preserveness of
valuablee experience regarding unexpcted emotions. https://Odessaforum.biz.u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