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앨범들이 있다. 좋아하는 몇 장을 모으다 보니 한두 장씩 앨범 라이브러리가 쌓이고 어느 날 보니, 내 생각보다 조금 가지고 있는 음반들 ‘도대체 내가 언제 이렇게나 팻 메시니(Pat Metheny) 음반이 있었지?’ 딱, 팻 메시니 Pat Metheny 가 그랬다.
팻 메시니(Pat Metheny)와의 첫만남 Offramp
처음 접한건 1991년 겨울이었고 동네 레코드점이 오픈기념으로 달력을 나눠줬었다. 그때 달력에 있었던 사진들이 ECM레이블에서 발표했던 앨범들 커버를 가지고 달력을 제작해서 나눠줬었다. 제일 첫 장이 바로 Pat Metheny [Offramp]였다. 너무 예쁘기도 했고 인상적이라 당연히 궁금해서 음반을 구매했었다. 그런데 16살짜리가 그 음악을 담기에는 팻 메시니는 너무 큰 존재였다. 말랑말랑 팝과 런던보이스류의 유로댄스만 듣던 귀가 갑자기 재즈라니 그것도 ECM을 들었으니 난해하고 무슨 현대음악이나 실험음악을 듣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 사장님 말만 듣고 “계속 들어봐!! 좋아져~” 정말 좋아질 때까지 들어봤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귀에 한 곡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처음 좋아졌던 곡은 <Au Lait>였고 그다음은 <Are You Going With Me?>였다. 이런 식으로 한 두 곡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기타라는 악기와 팻 메시니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유독 좋아하게 된 시작점은 바로 그 달력이었다.
팻 메시니는 누구?
미국 재즈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로 1975년 첫 레코딩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쉼 없이 앨범을 발표하는 음악밖에 모르는 천상 재즈 기타리스트다. 도대체 앨범을 얼마나 발표했는지 찾아봤더니 정규앨범만 59장, 싱글과 EP는 16장, 컴필레이션 참여 앨범은 12장, 비공식적인 부틀랙 앨범까지 합하면 78장, 뜻밖에 팻 메시니가 참여한 앨범이며 영화음악에 삽입된 곡들이 포함한 각종 앨범을 합치면 328장 정도였다. 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라고 생각들 정도인데, 발매 연도를 확인해 보니까 가능하겠다 싶다. 1975년 첫 레코딩을 시작으로 거의 쉼 없이 매년 1장-2장 정도 정규앨범 발매하며 전세계 투어를 돌고 있고 2023년에도 앨범이 나온 상태다.
재즈앨범의 특성상 그룹, 다양한 소규모 콤보, 듀엣, 솔로 및 기타 사이드 프로젝트로 계속 작업을 하고 있다. 특정 스타일로 규정하기도 쉽지 않고 기본적으로 진보적인 현대 재즈라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할 수 있고, 라틴 재즈와 퓨전 재즈의 요소들을 끌어와 버무리는 스타일이다. 2025년이면 50년을 활동한 재즈 기타리스트다. 정말 반세기를 기타 하나만 팠던 인물이고 늘 새로운 시도를 해나간 인물이기도 하다. 단적인 예로 3개의 골드 앨범과 20개의 그래미 어워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트로피 중 10개 부문에서 각기 다른 부문에서 그래미상을 수상한 유일한 사람이다. 이쯤 되면 넘사벽이고 두말이 필요 없다.
하지만 그 많은 앨범이 그리 대중적이지 않다. 일부 몇 장의 앨범은 너무 좋은 앨범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말 좋아질 때까지 듣고 또 듣고 들어도 친해지기 쉽지 않고 머릿속이 어지럽기만 하고, 일부 몇 장은 그나마 듣고 있으면 잡힐 듯 말 듯 아리송한 앨범이다.
세계적인 명성은 안겨준 ECM 시절
첫 데뷔가 독일의 재즈현대음악레이블 ECM 레이블에서다. ECM은 만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가 1969년에 설립한 재즈기반 크로스오버, 컨템포러리 음악 레이블인데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레코드회사의 모토다. 키스 자렛(Keith Jarrett), 칙 코리아(Chick Corea), 얀 가바렉(Jan Garbarek), 잭 디조넷(Jack Dejohnett) 등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발매한 수많은 명반과 숙련된 녹음기술로 잡아내는 투명함과 청아함의 극치를 들려주는 레이블이다. ECM만의 독자적 사운드와 특유의 예술적 철학이 담긴 아름다운 앨범 자켓이 특히 유명하다.
그런 ECM에서 팻 메시니는 1975년 녹음하고 1976에 발표한 [Bright Size Life] 앨범이었다. 이후 1984년까지 [First Circle]까지 11장을 발표한다. 이때부터 세계적인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는데 초기 명반이라고 불리던 앨범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이다. 2번째 앨범부터 빌보드 재즈 차트 1위에 올랐고 팝 차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초기 명반으로 늘 손꼽히는 [Offramp]가 1982년에 발표된다. 사실 ECM레이블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재즈레이블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도 팻 메시니 덕분이기도 하고 서로에게 윈윈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1984년 [First Circle]이 ECM과 함께한 마지막 앨범이 됐다. 레이블의 핵심 아티스트였지만 ECM 설립자 만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와의 의견불일치로 ECM을 떠난다.
Pat Metheny 음반을 고를 때
좋아하는 앨범들이 몇 장 있지만, 그렇다고 마구마구 좋아져서 팻 메시니 모든 앨범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은 단 1도 없다. 이 양반 널뛰기가 심한 편이라 듣기 쉽게 만들었다가도 자기만의 세계에 마구마구 들어가기도 하고 무슨 실험 정신이 발휘됐는지 비슷한 애들 몇 명 모아 이런저런 사운드 실험을 한다거나, 협연을 펼친다. 이럴 때는 기본적으로 내 음악적 소양 부족으로 내가 담기엔 너무 큰 그릇의 음악을 하는 분이시구나, 존경만 담아 드린다.
그나마 요즘은 새 앨범이 나오면 앨범 구매를 해야 할지? 거를지? 유튜브가 있어 미리 들어볼 수 있어 너무나 좋다. 예전에는 앨범이 발표돼도 선뜻 손이 안 가고 잡지나 주변 사람들의 평을 꼭 듣고 추천 음반 위주로만 잡았었다. 물론 이런 전문가의 평이 나와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암튼 팻 메시니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국 이름을 지어준 적이 있다. “박만신” 박만시니형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만시니형에게 한마디 부탁 좀 하자면
“이제는 듣기 쉬운 앨범들 좀 많이 발표해줘!!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