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Story

음악을 너무 잘하고 너무 좋은데 왜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모를까? 그가 추구하는 장르 특성 때문인가? 우리나라에서 흑인의 샤우팅 소울을 낼 수 있는 사람은 흔하게 볼 수 있지 않다. 특히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 무대에서 보여준 미친 성량의 샤우팅은 흑인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다. 우연히 만난 김신일이란 이름은 생소하기만 했다. 도대체 김신일이 누구야? 어디서 이런 괴물이 튀어 나온거야? 그가 들려준 음악은 쇼킹 그 자체였다. 예전 6-70년대 소울의 느낌이 진하게 베어있고 흑인필이 충만하고 옛 소울에 대한 애정과 장르의 해석과 분석이 예리하다. 흑인 특유의 실키한 하모니도 멋지지만 특유의 팔세토 창법과 샤우팅 소울은 한국 사람이 공부해서 연습하고 익힌 느낌이 아니고 DNA자체가 흑인의 피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까지 준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레트로 소울을 선보이는 김신일 이야기.

레트로 소울(Retro-Soul)은 소울 음악의 황금기 이후 등장한 업그레이드 된 현대적인 소울음악을 통칭하는 대중음악 장르다. 레트로(Retro) 단어 그대로 ‘복고풍의’ 소울 음악을 말한다. 보컬과 프로덕션 모든 면에서 옛스러운 구성과 사운드가 도드라진다. 가창 방식과 편곡, 녹음 기법 면에서도 1950-70년대 미국 소울 음악의 전통을 잘 따르면서 거기에 현대적이고 새로운 스타일을 살짝 첨가한 장르라고 보면 된다. 

이 장르가 시작된 배경은 1990년대 후반 뉴욕에서 빈티지한 녹음으로 시작됐다. 주로 힙합 프로듀서들이 샘플링 자료를 찾다가 예전 소울음악스타일에 꽂히게 된다. 그래서 그 시절 소울 음악 스타일을 모방한 음반들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붐이 일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기술적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녹음스타일이었지만 음악이 과거로 회귀한 스타일이었다. 

특정 시기에 유행한 음악의 스타일과 무드, 사운드까지 포함하는데 모타운(Motown) 사운드와 스택스(Stax) 레이블에서 발표됐던 소울 음악부터 펑키(Funky)까지 다양한 흑인음악에서 영감을 얻었다. 스무스 소울, 필리 소울, 시카고 소울, 디트로이트 소울 등등 당시 스타일을 잘 따르고 있다. 스타일과 사운드의 질감은 물론 녹음방식까지 당시의 방식을 고스란히 따를 만큼 재현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고, 특징의 일부만 차용하거나 재해석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도 있다. 

주요 아티스트로는 2006년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가 앨범 두 장을 발표하면서 주류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빈티지 소울 스타일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비슷한 시기에 조스 스톤(Joss Stone), 레미 샌드(Remy Shand), 커티스 하딩(Curtis Harding), 샤론 존스(Sharon Jones)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90년대 스타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g) 두 장의 앨범 <The Way I See It>,<Stone Rollin’>이 레트로 소울 느낌의 앨범이었다.

아델(Adele)의 데뷔앨범도 레트로 소울을 표방했으며 2017년 대중음악 시상식을 휩쓴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몇 몇 트랙들이 레트로 소울에 포함된다. 심지어 앤더슨 팩과 함께 한 실크 소닉(Silk Sonic)은 대놓고 레트로 소울을 표방하고 앨범까지 발표한다. 한국에서는 레트로 소울을 표방한 음악, 김신일의 데뷔 앨범<Soul Soul Soul>이 2008년에 발매됐다.

김신일은 작사-작곡-가수를 겸하는 싱어송라이터로 1992년부터 1997년까지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재즈 기타 퍼포먼스를 전공했다. 졸업하고 귀국한 후에는 프로듀서로 활동이 훨씬 많다. 원래는 엄인호 음악에 영향을 받은 블루스 음악을 하고 싶어 했고 실제로 어린 나이에 엄인호를 찾아가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당시 신촌블루스의 김현식의 영향을 받아 블루스 기타리스트이자 가수가 꿈이었는데 주변에서 제대로 공부하라는 조언을 듣고 미국 버클리로 가서 공부한 계기가 된다.

그런데 막상 버클리 졸업이후 자신의 음악을 하기에는 여건이 녹록하지 않았고 어쩌다 시작한 프로듀서 일을 계속하게 된다. 김신일이 프로듀싱한 가수들로는 절친인 윤도현의 앨범들이 있다. YB, 윤도현 솔로앨범, 한대수, JK김동욱, 고유진, J, 키스피아노, 베이비복스, 문희준 등의 앨범이 있고 미국 힙합 대부 닥터 드레(Dr.Dre)의 소속 뮤지션과도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또, “꽃밭에서”를 부른 정훈희의 데뷔 40주년 기념앨범에 수석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국내 대중음악 씬에서 주목받는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로 당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넘나들며 탁월한 실력을 선보여 왔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의 OST “자화상”을 김신일이 작사-작곡했고 노래는 동주역을 맡았던 강하늘이 직접 불렀다.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프로듀서이자 작곡가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늘 자기 앨범을 발표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었고 어렵게 자신의 이름을 건 솔로앨범들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솔로1집과 영화음악으로 제작된 두 번째 앨범, 그리고 여러 장의 EP앨범과 싱글 곡들이 있다. 국내음악시장의 선호도와 장르의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판매나 흥행 면에서는 아쉬운 편인데 김신일은 굉장히 저평가된 뮤지션이다. 

김신일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김신일이 박진영이 자신의 곡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양자간 표절시비 논쟁이 있기도 했다. 이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갔고 ‘화해권고’결정이 떨어지면서 둘은 서로 원만히 타협했고 의혹재기부터 판결까지 4년정도 걸렸다.

윤도현과는 절친이라 YB음악과 윤도현 솔로앨범에서 프로듀싱을 맡기도 했었다. 실제로 다양한 장르의 앨범에서 프로듀서로 작곡가로 알려졌지만 흑인 보컬리스트라고 착가할 만큼 출중한 가창력을 지니고 있다. 윤도현 솔로 1집에 수록된 “Funky Train”에서 흑인필의 보컬이 바로 김신일의 목소리다. 실제로 윤도현과 노래방에 갔을 때 굉장히 열창하는 김신일을 보고, 윤도현은 “너 가수하고 싶지?”라고 물을 정도로 노래에 진심이었다. 김신일의 트레이드 마크는 6-70년대 소울 가수들이 즐겨 사용한 팔세토 창법과 소울 샤우트 창법을 흑인의 그것처럼 완벽하게 소화한다. 

90년대부터 떠오른 ‘레트로 소울’로 가득 채워진 싱어송라이터 김신일 <Soul Soul Soul>은 굉장히 저평가된 앨범이었다. 아니 김신일 자체가 저평가된 가수이기도 하다. 방송에서 그의 모습을 보기에는 상당히 어렵다. 심지어 라디오에서 듣기도 쉽지 않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흑인음악 좋아하는 마니아와 업계에 있는 음악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프로듀서이자 가수가 김신일이다. 대한민국에서 김신일 만큼 정통 소울 음악이나 레트로 소울을 하는 가수는 찾기 쉽지 않다. 국내 대중음악계에서도 레트로 소울을 표방한 노래들이 종종 발표됐지만 김신일처럼 앨범 전체가 레트로소울을 표방한 앨범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예전 소울 중에서도 그루브 넘치고 펑키한 프로덕션에 기반을 둔 음악들이 앞뒷면 가득하다. 김신일은 알 그린(Al Green)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 알 그린(Al Green) “Let’ Stay Together”를 불러 현지 미국인들에게조차 호평을 받았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는데 김신일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첫 트랙부터 듣다보면 흑인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내공이 느껴진다. 앞서 버클리 유학이후 프로듀서 활동을 통해 장르에 구애받지 않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인 김신일이었다. 그럼에도 가신의 음악적 뿌리가 흑인 소울음악이며 그가 추구하는 음악자체가 레트로소울(Retro-Soul)임을 확실히 했다.  

첫 트랙 “Sunshine”은 모타운 소울의 멜로디와 사운드를 가져왔다. 이곡은 청량감이 느껴질 정도로 톡 쏘는 시원시원한 보컬과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브라스파트가 이색적이다. 그의 목소리는 흑인의 샤우팅 창법과 시원시원하지만 탄력 있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소울음악이 좋은 이유 중에는 중저음이 탄력 있고 딴딴 탄탄한 리듬감 때문에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쫄깃하지만 도톰한 드럼과 베이스는 두말할 것 없이 매력적이다.

“여전히 넌”은 맥스웰(Maxwell)이나 에릭 베네(Eric Benet)식의 레오 소울느낌의 팝 발라드지마 소울 편곡을 가미했다. 앨범에서 가장 사랑받을만한 트랙으로 국내취향의 발라드 곡으로 애절하게 받아들여진다. 

“To Be With You”는 네오소울과 레트로소울의 중간쯤을 유영하는 듯한 적당한 템포의 곡으로 두고두고 듣고 싶어지는 곡이다.

이 외에도 펑키한 “Let’ Go Crazy”는 60-70년대 흑인펑키의 전형을 잘 살려냈고 드럼과 브라스가 조화가 환상적이다. 합이 잘 맞는 펑키밴드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지는 생생함이 느껴진다. 모타운 사운드보다는 더 걸쭉한 스택스(Stax)음반이나 배리 화이트(Barry White) 느낌의 반주가 연상되는 “Feel This Music”도 귀에 들어오는 트랙이다. 그리고 몇 몇 곡에서 들려준 능숙한 팔세토 창법은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1970년대 느낌의 재즈 발라드와 흑인 영가에서 염감을 얻은 가스펠까지 기본적으로 흑인음악, 레트로 소울을 기반으로 한 앨범이 바로 <Soul Soul Soul>이다.

“사랑 그 한마디가”는 앨범에서 가장 가요 같은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정통흑인음악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작곡도 가능하다고 항변하는 곡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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